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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각혈?血/ 강돌 만들기 ―조각가 안시형에게/ 개복과 복개 사이/ 곰국/ 굴절률屈折率/ 땅이 뜨겁다/ 녹취록綠取錄/ 꽃맛/ 무논/ 상강 무렵/ 어마어마한 생각/ 옹기골에서 한때/ 측백나무 수문장/ 이어달리기/ 토좌입상지장보살土座立像地藏菩薩 2부 노모차老母車/ 놈삐/ 대숲 고양이는 돌아왔지만/ 들밥/ 인터내셔널 제비/ 띠띠물/ 부지깽이/ 붉은 등 앞에서 물끄러미/ 세 그루 밀원蜜源/ 신호등/ 아버지 고양이/ 절애切愛/ 청량과 온산 사이/ 푸른 집 혹은 솔잎혹파리/ 탐매행探梅行 3부 굿바이 삐에로/ 꼭두/ 낙어落魚/ 목혈木血/ 불시착/ 뾰족한 것에 대하여/ 동백꽃 피에타 -도미야마 다에코 판화를 보고/ 서늘한 시점/ 유리무학문단호매병琉璃舞鶴紋短壺梅甁/ 오복五福/ 집적적 소경集積的 小景/ 징소리/ 채식주의자/ 풀담 4부 목도 기행/ 슬도瑟島의 노래/ 아모르파티/ 정토사거리/ 아, 만달레이/ 바람의 말씀/ 오늘 같은 날이면/ 점이지역漸移地域/ 적막과 안락 사이/ 빠이 통신/ 구름에 달 가는 몽키 바나나/ 꿀리/ 축제 초모리리 |
이상열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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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강가에 산다
그도 한때 도시에서 살았다 그는 언제나 돌을 깬다 그는 언제나 돌을 쫀다 그는 언제나 돌을 간다 그 돌의 정체는 도시에서 쓸모를 다한 돌이다 깨고, 쪼고, 갈아서 완성한 그의 작품은 방금, 타조가 낳은 따뜻한 알보다 크거나 조금 작거나 하지만, 타조 알보다 분명 뜨겁다는 사실 언젠가 그에게 조각을 하지 왜 철학을 하느냐며 타박을 주기도 했지만 손등 위 굵은 혈관만이 가쁘게 헐떡일 뿐 알 수 없는 미소만 띤다 그의 전람회는 늘 새로운 갤러리로 붐빈다고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기도 했는데, 얕은 강물 속 도드라진 작품 주위로 꺽지, 빠가사리, 모래무지, 퉁가리, 참마자, 피라미, 갈겨니, 끄리, 참종개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갤러리들이 다투어 분양경쟁을 하는 듯 보였다 수량이 줄 땐 잠자리도 날아와 고상한 연애를 한다며 매우 흡족해 해서 덩달아 흡족해 하기도 했다 오랜 마무리는 강물에 맡기고 쓸모없는 옥돌을 찾아 가끔 그는, 그를 버린 도시로 유유히 흘러간다 --- 「강돌 만들기-조각가 안시형에게」중에서 봄나물을 먹었네 무쳐먹었네 봄나물을 먹었네 데쳐먹었네 그냥 나물인줄만 알고 먹었네 삽작 밖으로 달려오는 부지깽이 어매와 삽작 멀리 도망가던 어린 내가 울컥, 목구멍에서 만났네 어매가 던진 부지깽이 끄트머리엔 숙제 안하고 놀기 만하는 아들 향한 애증이 박혀있었네 숯처럼 까맣게 탔을 젊은 어매 그런데, 어매! 어매는 내가 부지깽이 들고 먹고 살줄 어째 알았니껴? --- 「부지깽이」중에서 노모차는 근래 출시된 친환경 경노애친敬老愛親 차량이다. 노모차의 다른 이름은 실버차 혹은 보행보조차로 불리기도 한다. 이 차는 엄격한 규정에 의거 아무나 운전할 수 없는 특수 차량이다. 노모차를 애용하는 노모차전국연합老母車全國聯合에서 암묵적으로 제시한 운행자격 및 주의 권고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맞벌이 자식을 둔 할머니로서 첫 돌 부터 유치원 입학 전까지 손자를 태우고 주행연습을 한 경력을 통장이나 이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40년 이상 과도한 노동으로 고질적인 척추 협착증이나 퇴행성관절염 내지는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첨부 되어야 한다. 셋째, 인도人道에서는 6,25동란 후 출생한 젊은이의 보폭을 추월해 운행하거나, 내리막 차로에서 옆 차량을 추월하여 운전자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넷째, 미 자격자가 노모차를 이용해 교통 병목구간에서 상습적 상행위를 했을 시 노모차전국연합 회원이 될 자격을 영구히 박탈한다. 다섯째, 졸지에 부자가 된 자식이나 먼저 간 영감님이 남겨주신 재산으로 과도하게 차량을 치장하여 안전운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위화감을 조성해 마을에 풍파를 일으키는 일의 자제를 권고한다. 여섯째, 차량이 노후 되거나 싫증이 나거나 옆집 할머니가 더 좋은 노모차를 뽑았을 때는 가차 없이 손자에게 전화하거나 바퀴 하나를 뽑아 버리고 며느리에게 전화한다. 일곱 번째, 아들집 전화번호가 아른아른 하거나 손자 얼굴이 가물가물 하거나 먼저가신 영감님이 젊은 모습으로 비단금침에 드시거나, 하는 현상이 반복되면 노모차를 깨끗이 닦아놓고 편안하게 왔던 길을 되짚어 가시면 된다. 돌돌돌, --- 「노모차老母車」중에서 돌칼과 돌도끼는 집에 두고 목장갑 끼고 온 산을 헤집었다 산돼지 가족은 나를 본체만체 가기도 하고 고라니는 골짜기를 다 깨울 듯 노랑먼지가 뿌옇다 그 골짜기에 언제부터 박혀있는 개 뼉다구를 오늘 조심히 발굴했다 풍화된 두개골은 부스스 떨어졌지만 여전히 결속된 이빨 날것을 씹던 육식의 날들이 가보지 못했던 선사처럼 멀다 들숨, 치근齒根으로 엄습하는 얼음송곳 날숨, 귓바퀴 위로 전이되는 편두통 고사리 허리를 똑, 분지르면 사라지는 신기한 통증 처방전 없는 진통제 한 아름 꺾어들고 나물밥 먹으러 간다 맛없는 고기는 이제 그만 씹어야 한다 --- 「채식주의자」중에서 직근直根으로 와 통꽃으로 갔다 담을 수 없는 통한으로 갔다 붉은 흙 위 더욱 선연한 핏자국 야만의 시간은 침묵을 강요하지만 꽃은 오늘도 피고 내일도 피어 지축을 흔드는 함성으로 결단코 살아낼 것! --- 「동백꽃 피에타 -도미야마 다에코* 판화를 보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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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출신 동양화가 이상열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2005년 ‘문학’저널‘에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하고 첫 시집 「손톱이 아프다」를 낸 이후 12년 만에 나왔다. 한국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모색하며 전통적 정신을 현대감각으로 재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의 시에는 그림이 있고, 그림에는 시가 있다. “세상의 행복과 아픔을 그리며 시로 쓰는 시인”이다.
이번 시집에는 이상열 시인 특유의 예술적 감성과 해학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묵담채의 기법으로 농밀하게 그려져 있다. 삶의 통증으로 환기되는 유한성의 존재에 대한 자각, 인간의 소유와 집착, 자연성 회복을 갈망하는 자아 등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진술 너머 서사와 서정의 유연성과 사유체계가 독특하다. 가령, 「노모차」에서는 생의 말미를 비장미나 엄숙함으로 다루지 않고 만담 같은 유머로 유쾌하게 그리고 있고, 「부지깽이」에서는 부지깽이를 들고 사립문 밖으로 아들을 잡으러 오는 엄마와 이를 피해 도망가던 아이가 먼 세월이 흘러 부지깽이 나물을 통해 조우하는 맛이 선연하다. 「강돌 만들기-조각가 안시형에게」에서는 도심에서 쓸모를 다한 돌을 깨고 쪼아 강물에 놓아주는, 즉 자연을 점유하고 훼손하는 인간이 아니라 가만히 놔주는 조각가를 통해 예술가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문동만 시인은 “유한성에 공손히 수그리는, 초식주의자의 미학”이라고 말하며 “화려한 문명세계보다는 느리고 평화로운, 덜 물신화 된 세상을 동경”하며 타자와 온 생명을 존중하고 환대하는 시선에 대해 주목한다. 그러므로 “시 보다 큰 사람이 있고 사람보다 큰 시가 있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형은 환대하므로 환대 받는 사람임이 분명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종형 시인은 “이상열의 시집에는 도시의 소음과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스멀거리는 냄새가 완벽히 배제되어 있다. 비, 구름, 골짜기, 호수, 물안개, 그리고 투명한 대기와 푸른 하늘이 그가 즐겨 그리는 수묵담채의 기법으로 호들갑스럽지 않게 담겨져 있다.”고. 이 시인의 친구 박승민 시인은 “ ‘발전’이 ‘재앙’이 된 시대가 우리 앞의 ‘희망’을 무작위로 삭제해나갈 때, 이상열은 ‘미풍(美風)의 공동체’가 원시림처럼 꿋꿋한 “대숲”이나 “솔숲” “망초 아무렇게 핀 들판”으로 우리에게 “초대장”을 보낸다.”고 말한다. [시인의 말] 세 그루 헛개나무 아래에서 꿀을 채집한다. 들인 공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확이지만 땀 흘려 일하다 보면 더러 한편의 시와 그림도 한 장 얻을 수 있으니 반거충이 농사꾼 치고는 쏠쏠한 수확인 셈이다. 무엇보다 넉넉한 그늘이 주는 휴식은 최고의 안빈安貧이라 여기며 지족하고 살았다. 세 그루 밀원 아래에서 언제까지 시와 그림과 안식을 얻을지는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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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의 시집에는 도시의 소음과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스멀거리는 냄새가 완벽히 배제되어 있다. 비, 구름, 골짜기, 호수, 물안개, 그리고 투명한 대기와 푸른 하늘이 그가 즐겨 그리는 수묵담채의 기법으로 호들갑스럽지 않게 담겨져 있다. 하지만 나무젓가락을 망치로 두들겨 만든 농묵 갈필로 그려낸 그의 그림처럼 담담한 진술 너머에 배경이 되는 삶의 모습들은 우리가 이미 놓쳐버렸거나 잠시 잊고 있던 근원적 질문들을 다시 불러내어 환기시키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 이종형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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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에 만난 이상열이 어느덧 “늙을 老/노안”까지 훌쩍, 와버렸다. 이제 그는 자주 되돌아보는 사람, 폐병에 걸린 꽃나무 하나가 새벽마다 “에탐부톨”을 털어 넣으며 붉은 “혈서”를 토해놓던 화농의 과거나 “숙골할매 삼산할매 꽃상여타고 골마로 허리미로 가신지 오래”된 그 길을 자주 불러낸다. 그가 일 년에도 몇 번씩 훌쩍 떠나는 “라다크”나 “레” “히말라야 전나무” “곰파”는 사실 이상열의 심저(心底)의 고향인 “띠띠미 마을”이나 “춘도椿島”, “고샅길”이나 “꽃그늘”의 서로 다른 이름일 뿐 이상열 시가 지향하는 바, “저토록 대책 없는 아우성을/입의 말이라 불러야하나/잎의 말이라 불러야하나/잎에서부터 입으로/입에서부터 다시 잎으로/무서운 속도로 전이되는 무성한 나무의 말” 즉, 「녹취록綠取錄」의 세계이다. ‘발전’이 ‘재앙’이 된 시대가 우리 앞의 ‘희망’을 무작위로 삭제해나갈 때, 이상열은 ‘미풍(美風)의 공동체’가 원시림처럼 꿋꿋한 “대숲”이나 “솔숲” “망초 아무렇게 핀 들판”으로 우리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당연히 “푸른 눈 대숲 고양이”와 더불어 그 초대에 응해야 하리. - 박승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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