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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기획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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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말문
뜨거운 발
겨울에서 봄 사이
금서
개기일식
달콤한 무기
삭제된,
선유仙遊
은수이야기
수레
유고시집
과녁은 빗나가거나 묘미를 찾거나
키다리아저씨
화살나무 뼈
어미
곤드레밥

2부

몰입
가지가지
그 여자, 지니genie
강릉에서
골목이라는 말속엔
늙은 식탁을 위하여
담쟁이는 가능할까
길마가지 꽃
꽃 향유
녹청

의자
부패의 저녁
별똥별
여름을 보내는 방식
오래된 사과나무

3부

일요일의 키스
유리벽
심장을 가졌다
보르헤스를 읽는 밤
단단함에 대하여
은하수 편의점
거절 술
발효의 계절
혼자 놀기
돌탑의 말
발목 잡히다
목련에게 당하다
부다페스트 야경투어
전어를 굽는 저녁
한계령을 지나며
이 별의 시간
정약용

4부

파경破鏡
모과나무는 궁금하다
방목
칼과 달
자작나무 도서관
신, 규방가사
징후들
불쾌한 골짜기
땀을 위하여
봄을 수리하다
쌀죽 한 그릇
야생野生
위구르 여인
한 호흡
백두산 천지
서유구

해설
시의 심장을 가진 시인 │이숭원(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충남 강경에서 태어났다. 199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다음 마을로 가는 길』 『회중시계』 『황금빛 가창오리 떼』 『배롱나무 사원』 『심장을 가졌다』 『다정이 찾아왔다』를 썼다. 제13회 미네르바문학상, 제8회 풀꽃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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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18g | 127*205*20mm
ISBN13
9791186557761

책 속으로

하늘이 말문을 열었다
쏟아지는 장맛비에 꽃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진흙을 뚫고 수련이 말문을 열었다

과묵을 늘상 달고 다니던 아이가
아기아빠가 된 것 만큼이나
저 수다스러움은 위대하다

살아 있다고 소리치는 거
꽃이 잠깐 한눈판다 한들,
내가 엄마를 찢고 나와 처음 말문을 열었을 때
엄마도 그랬으리라

공원묘지의 봉분들, 말문을 닫은 그 이유라는 거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다

정선 비행기재를 지나는데
한여름 적요 속 터널이 속사포를 쏟아내고 있었다
살기 위해 죽을힘 다하는 폭포수처럼
고요라는 평형수가 터널의 말문을 닫아버린다

언젠가 말이 문을 닫을 때
그때를 위해 문장 하나는 남겨놓아야 한다
한 줄 휘갈겨 쓴 번개처럼
---「말문」중에서

양파를 썰다가 왼손 중지 첫째 마디를 베었다
둑이라도 무너진 듯 솟구치는 통증 아래
붉은 아가미가 입 벌리고 있다
어떤 힘으로 마그마가 틈을 찾아냈는지
이미 굳어버린 고집을 흔들어 따뜻하게 대지를 적시는
붉은 소낙비

심장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눈물 흘리는 것으로는 너의 반의반도 적시지 못한다는 듯
신은 어느 날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
하여 ‘버려진 어둠을 헤치고 담장 안에 장미를 심으라’ 명령을 내렸다

꽃과 가시를 내장한 채 줄줄이 담장을 넘어
가문의 명예를 걸고 전장에 나가는 붉은 군사들에게
신은 또 명령한다
꽃이라는 문장으로 세상을 제압해보라

생이라는 협곡을 통과하기 위해선
가시에 찔리고 피 흘릴 수밖에 없다는 것

소낙비가 그치고 붉은 아가미가 닫히고
넝쿨장미는 줄줄이 담장을 넘으며 너머의 세상을 향해
온몸을 발기하고 있다
---「심장을 가졌다」중에서

몽골 쳉켓 마을에서 염소젖 짜는 여자를 보았다
버터에 구운 빵을 위해 염소젖을 짜는 여자
염소는 건초를 우유로 바꾸고
젖 짜는 여자는 다시 치즈와 버터와 요거트로

나는 바꾸기로 했네
버터와 치즈를 고소한 시 한 편으로

꽃사과와 설탕을 항아리에 버무려 과실주를 담근다
술이 익는 동안 나는 연애편지 쓰듯 시 한 편 쓴다
아침이면 설익은 내 시를 다시 버린다
싸한 기운으로 내 안을 통과할 때까지
내 시는 좀체 발효되지 않는다

베란다 앞 산사나무 한 그루 빨강을 내 보인다
빨강 밥을 먹으려고 온갖 새들이 날아든다
이미 발효의 계절을 통과했다는 것
뿌리 근처에서 향기롭게 썩어간 이파리도 발효 끝에 꽃 피우고
빨강 열매를 가득 달고 왔다는 것
겨우내 뿌리를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는 것

밀가루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내 시도 고소하게 부풀어 갈 것이네
효모를 약간만 뿌리고 소금을 살짝 첨가해 화덕에 구워내면
고소하고 영양 좋은 시 한 편 구워질 것이라고

---「발효의 계절」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시를 위한 여백이라고 핑계 삼으며
8년이 갔다
여전히 남루를 걸치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어쩌랴

집 앞 작은 화단에 장미를 심었다
수련도 여름내 보랏빛 얼굴을 내밀었다
뒤란 텃밭엔 몇 가지 채소가 햇살과 잘 놀고 있다

사이사이에 시의 밭도 일궈
묶어낸다

김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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