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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시인선

목차

서문
추천사

1부

석류
가을밤에
돌팔매
갈대
달밤
낙과
호떡
기로에서
등불
쇠똥구리
금수저
북망
성추행범
2월
경칩
다문화가정

2부

부부싸움
파도

다큐멘터리
갯바위

전지사
흥부 마누라 왈
하이에나
바위

외발로 선 시간
조난자
맛집
욕심
대나무

3부

눈 내린 아침
조각달
뻘낙지
봄 산
난장판
후박나무 비명
새벽 비
로드 킬
강제 철거
실연
점령군
겨울 삽화
펑크
2월 중순
취조실에서

4부

동행
꽃이 진 자리
석양의 외도
가을 저녁
첫 월급
까치밥
마지막 잔을
오빠
폐가
꼭! 그만큼
도둑
춘정
겨울 산사
결별
하산

해설
정통시학이 역동적으로 펼치는 서정의 순도와 깊이│
이경철(시인 · 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충남 공주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시 전문 월간지 《유심》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다.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이 있다. 제 25회 한국가톨릭 문학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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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4쪽 | 192g | 127*205*20mm
ISBN13
9791186557792

책 속으로

실수였다.

길 위의 작은 물웅덩이에서
활짝 웃고 있는 달을
밟은 것은

개 짖는 소리에 놀라
후다닥 내달리다 마주친
순간

찰박!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누가 보았을까
두리번거리는 사이

다른 웅덩이로 옮겨 앉아
시침 뚝!
---「달밤」중에서

허허실실 속없이 사는 것 같아도
마디마디 박힌 옹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용을 쓰며 살아내고 있는지를,

줏대 없이 흔들리는 것 같아도
사철 푸른 잎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올곧게 살아 왔는지를,

밤새 휘몰아치는 폭풍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옹골차게 뻗어나간 뿌리가 있어서다.
---「대나무」중에서

말에도 꽃이 핀다면
사랑이라는 말에는 아마 얼음새꽃이 필 것이다.
수줍은 듯, 가녀린 듯 피어나지만
제 체온으로 쌓인 눈을 녹이면서
고개를 내미는

말에도 열매가 열린다면
용서라는 말에는 아마 모과가 열릴 것이다.
생긴 거야 볼품없지만
제 몸이 상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향기를 잃지 않는

오늘
너와 내게는
꽃도 열매도 아닌,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툇마루에서 시시덕거리는 봄 햇살 같은
---「부부싸움」중에서

무서리 날 세우는
가을 아침,
구멍 난
삼베 등거리와 잠뱅이만
걸친 채
속으로
꺼이꺼이 흐느끼는
백수광부白首狂夫

---「갈대」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시작詩作


너를 만나고 싶어
팔 벌리고 달려가면

너는

저만치서 멈칫거리다 매몰차게 돌아서고
보내는 소식마다 삼켜버리고
네 주변을 맴돌았던 내 발자국마저 지워버린다.

그래도 나는

네가
활짝 웃으며 달려와
와락!
안길 날을 꿈꾼다.

추천평

한경옥 시인의 첫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은 정통시학이 역동적으로 펼쳐져 서정의 순도가 깊다. 그리고 재밌다. 제 뜻에 딱 맞는 명백한 언어들로 시인이 느끼고 깨달은 만큼만 솔직 담박하게 썼다. 적확하게 묘사, 진술하며 문득 뭔가를 발견해 내 독자들에게 우리네 삶과 사회의 깊이와 안녕을 인상적으로 둘러보게 한다. 뜻과 언어와 사물들이, 적확하게 일치하는 시어들과 이미지들이 원만한 해학적 상상력에 의해 펄펄 살아난다. 그런 활물론적 상상력과 언어들에 의해 우주 삼라만상과 시인은 주主와 객客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동등하게, 서정적으로 몸 섞으며 다이내믹하게 살아가는 시들로 꽉 차 있다.
- 이경철 (시인, 문학평론가)

한경옥 시인은 요즘의 세간사람 같지 않게 정도를 걷는 사람이다. 그 인품이 그렇듯이 그가 지향하는 시 세계 또한 그러하다. 무엇보다 교과서적이다. 가장 시다운 시를 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이나 거기서 발견한 시적 진실을 항상 시학의 규범에 맞도록 쓰려고 노력하는 분이다. 한경옥 시인의 시는 정직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시다.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물의 통속적 의미를 뛰어넘어 그 본질을 깨우치려는 지적 호기심 또한 충만하다.
- 오세영 (시인)

한경옥 시인의 시에는 간결의 날이 숨어있다. 필요 없는 말을 과감히 자르고 핵심만 조심스레 떠 놓는 날의 빛이 있다. 그렇다. 핵심만 툭 던진다. 가능한 한 슬픔, 노여움, 절망감, 갈등을 뒤로 쑤욱 빼고, 아니 툭툭 털어 버리고 멋쩍게 웃음으로 자신을 가리고 풀어버리는 지혜가 돋보인다. 한경옥 시인의 시에는 빠질 수 없는 높은 탑이 보인다. 그것은 바로 비유법이다. 전편에 흐르는 비유법의 마을에는 비유법의 집들이 즐비하다. 인간의 본성을 툭툭 건드리며 하고 싶은 말을 아끼듯 하는 시인의 절제가 시집을 오래 붙들고 있고 싶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된다.
-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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