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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생활

동해 생활

: 송지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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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68g | 128*188*20mm
ISBN13 9788937472800
ISBN10 893747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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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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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전에 같이 살았을 때 기억나? 그때 학교 담벼락에 기대서 밤새 귀신 얘기하고 그랬잖아. 우리는 앞으로 살면서 그 담벼락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아.”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동해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응급실을 나섰을 때는 새벽 3시였고, 나는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는 것밖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둠 속으로 계속, 계속 액셀을 밟았다.

종종 잊고 살곤 한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 수많은 ‘첫’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첫’이 될 수 있음도. 그 뒤로 나는 동해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몇몇의 친구들과는 정해진 수순처럼 연락이 끊겼다. 그래도 더 많은 친구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말인데, 언젠가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저는 친구가 많답니다!”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한낮의 해변에 앉아서 몇몇 사람들이 걷는 모습과 몇몇 사람들이 물속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걸 멍하게 보고 있자니,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매일 보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가 약간 가벼워진 기분이었고. 혹시나 하고 피부염이 일어난 곳을 보니,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화상을 입었던 레이저 치료의 효과일지도 몰랐으나, 그냥 이 순간의 기분 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동해를 떠난 지금도 이 카페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던 낮을 생각한다. 카페는 바다 전망인데도 불구하고 지독히도 손님이 오지 않았는데, 덕분에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노트북을 꺼내 놓고 뭔가를 쓰고 있으면 몇 안 되는 단골손님들이 묻곤 했다.

“무슨 일을 해요?”
“보시다시피 카페 아르바이트요!”
“아니, 맨날 노트북으로 뭐 하던데?”
“그냥 메신저 하는 거예요.”

이곳에서 그동안 쓴 소설들을 수정했고, 첫 책을 냈다. 그래서인지 어떤 때는 바다보다도 이 카페가 더 그립다. 카페는 우리 자매가 공유할 수 있는 담벼락 중 하나로 남아서, 우리는 아직도 이 카페에서의 나날들을 이야기하며 자주 웃는다.

튜브는 한 철만 쓰는 물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망가져 버렸다. 동생과 나의 지난여름 한 철처럼. 우리는 이제 동해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떠나는 까닭이, 여기가 지긋지긋해서라든가 일을 너무 많이 하게 돼서라든가, 그런 이유는 아니다. 그냥 이제는 우리 삶 속에서 동해라는 곳을 대여하는 시간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타투이스트의 작업이 끝나고, 내 타투의 발색도 확인하고, 훗날 받을 타투 도안에 대해 잠시 논의도 한 뒤 우리는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서 양꼬치를 먹고 있는 모습이 웃겨서 술이 자꾸 들어갔다. 불가해한 순간들, 의미 없는 만남. 삶이 고작 그런 것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왕 태어난 김에, 즉흥적으로 타투도 해 버렸고, 어쩌다 동해까지 내려가서 이렇게들 만나 웃고 있지 않나, 를 생각하면 삶이 고작 그런 거라서 다행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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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추억들이 별것이 되어 가는 과정을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라 부를 수 있을 터다. 사리에게 ‘동해 시절’이 중요한 한 시기가 되어 책에 담기는 것처럼, 나에게도 하나의 포인트가 되어 인생에 콕 박혀 있다. 그리고 동해라는 지역도 사진 한 장처럼 동쪽에 남아 있다.
- 권민경 (시인)
집에 가는 날에는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다녀온 적 있는 동해였음에도 마치 고향에 왔다가 떠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언젠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마음, 지현과 함께하는 짧은 동해 생활 동안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고향이라는 감성이 내 가슴에 새겨진 듯한 기분이었다.
- 박상영 (소설가)
내밀하고 재미있는 누군가가, 마음속에 바다 하나쯤 품고 있는 절친이, 바로 동해에 살고 있기를 바란다면, 그런 천국 같은 곳이 그립다면 여러분은 지금 『동해 생활』을 읽어야만 할 거야. 그럼 다시 돌아올 동해 생활을 기다릴게.
- 백은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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