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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디 아더 미세스

: THE OTHER M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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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616g | 133*203*26mm
ISBN13 9791164793501
ISBN10 11647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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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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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들어가자.”
그가 결심하듯 말했다. 현관 앞에 다다르자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노크를 했지만 누군가 안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윌이 문에 열쇠를 꽂고 밀어젖히자 오토가 나를 두고 혼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깥에 혼자 남고 싶지 않아 나도 뒤를 따랐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마호가니 벽재, 두꺼운 커튼, 금속 천장재, 밤색과 황록색이 섞인 벽으로 된 구식 집이 눈앞에 펼쳐졌다.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어둡고 음침했다. 우리는 현관에 옹기종기 모여 서서 집 안을 살폈다. 벽이 많은 전통적인 가옥 구조였다. 가구는 하나같이 투박한 스타일로 아늑한 느낌이 없었다.
내 시선은 매끄럽게 굴곡진 식탁 다리에서 식탁 위에 자리한 빛바랜 빈티지 촛대로, 식탁 의자 위에 놓인 노란색 쿠션으로 옮겨갔다. 그땐 제일 위 계단에 선 아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시야에 언뜻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면 아이가 있는 줄 내내 몰랐으리라.
--- p.10

밤사이 차갑게 식은 차창에 성에가 얇게 서렸다. 리모컨 버튼을 눌러 문을 열자 헤드라이트가 반짝였고 차 안에도 불이 들어왔다. 차 문으로 손을 뻗어 손잡이를 당기기 전, 내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운전석 앞 유리에 낀 성에 위로 선 같은 것이 그어져 있었다. 아침 햇살에 녹아 선이 흐리게 보였다. 그래도 무언가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단순한 선이 아니라 성에 위에 쓴 글자였다. 조합해보니 단어 하나가 완성되었다.
‘죽어버려.’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누가 이런 글자를 써놨는지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모젠은 우리 가족이 이 집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집에서 나가길 바라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이 아이에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모젠의 입장에서는 한순간에 삶이 바뀐 거나 다름없을 테니까. 엄마가 죽은 것도 모자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한집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위협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모젠은 거리낌 없이 말하는 아이였다. 진심만을 말하는 아이였다. 이모젠은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
--- pp.22~23

“어젯밤에 울렸던 그 사이렌 소리.”
전화기 너머 윌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그건 이미 다 지난 일이라고 되뇌었다. 시카고에서 오토가 벌였던 일은 과거일 뿐이야, 이미 다 끝났어.
“닐슨 부부 때문이 아니었어. 닐슨 부부는 아무 문제없이 잘 계셔. 모건 때문이었어.”
“모건 베인스?”
왜 이름을 다시 확인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한 우리 동네에 모건은 한 명뿐이었다. 나는 아니지만 윌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이웃이었다. 모건은 남편과 어린 딸과 함께 길 위 쪽, 우리 집과 비슷한 정사각형 형태의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그 집을 보며 윌과 나는 전망이360도로 탁 트여 이 작은 섬과 섬을 둘러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테니 정말 멋질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윌이 무심코 그 집 전망이 정말 훌륭하다고 말했다. 전망이 굉장히 멋지다고. 괜한 일로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다면 윌이 그 집에 들어가 봤다고 먼저 실토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윌은 이성 문제를 몇 번 일으켰다. 전력이 있었다. 1년 전이었다면 나는 윌이 절대 바람을 피울 남자가 아니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윌이 외도를 한다 해도 그리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맞아, 세이디. 모건 베인스.”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가까이에서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멀리서 본 게 다였다. 밀크 초콜릿색의 긴 머리에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있을 때가 많았다.
“모건이 왜? 무슨 일 생겼어?”
--- pp.36~37

이 남자는 분명 파티에 올 것 같았다. 그에게 주소를 적어주고는 건물 안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우리는 ‘L’ 지상철 선로 아래에서 헤어졌다. 인파에 떠밀려 더 이상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봤다. 사실 그 뒤로도 계속 그가 사라진 방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얼른 저녁이 되어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날 나는 파티에 가지 못했다. 운명의 신은 그날 밤 다른 계획이 있었다. 대신 세이디는 파티에 참석했다. 잭과 에밀리의 약혼 파티에 정식으로 초대된 세이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윌은 나를 까맣게 잊고 그 애의 눈에 들기 위해 얼쩡댔다.
윌을 그 파티에 초대한 것은 결과적으로 세이디에게 잘된 일이었다. 매번 세이디에게 좋은 일만 시킨 꼴이 되고 만다. 내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이 만나는 일 따윈 없었을 것이다. 세이디보다 내가 먼저 그 남자를 만났다. 그 애는 항상 이걸 잊어서 문제이다.
--- pp.45~46

“닥터 파우스트, 어젯밤 11시쯤 어디에 계셨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즉, 그는 지금 살인 사건이 벌어지던 시각 내 알리바이를 묻고 있었다.
어젯밤 윌과 나는 테이트를 재운 뒤 TV를 시청했다. 늘 그렇듯 거실 한쪽 소파는 윌이 차지하고, 나는 반대편 쪽에 놓인 안락의자에 몸을 말고 앉았다. 우리 부부의 지정석이다. 각자 자리에 앉은 뒤 TV를 켰고, 윌은 내가 전날 저녁에 먹다 남긴 까베르네 와인 한 잔을 따라 건네주었다.
“윌과 저는 여기 거실에서 TV를 봤어요. 저녁 뉴스와 〈더 레이트 쇼〉요.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버그 경관이 태블릿 펜으로 내 말을 적어나갔다.
“윌, 맞지?”
윌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주었다. 〈더 레이트 쇼〉를 봤다고. 스티븐 콜베어가 나오는.
“최근에 좀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이상한 점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내 질문에 경관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뭐, 평소와 달랐다거나 하는 거요. 뭐든지요. 낯선 사람이 어슬렁거렸다거나. 처음 보는 차가 동네를 도는 것을 봤다거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요, 경관님. 동네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윌은 이웃과 알고 지냈다. 내가 진료소에서 일할 동안 윌은 인맥을 넓혀나갔다.
“한 가지 좀 걸리는 게 있긴 합니다.”
--- pp.56~59

그는 내 유혹에 곧장 응하지는 않았다. 대신 빨개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회의가 있어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안 돼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그를 설득했다.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근처 외진 골목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몸을 숨겼다. 그는 나를 빌딩 벽으로 몰아붙였다. 치마 아래를 더듬으며 내 입술에 키스했다.
“여기서 말고요.”
그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나야 어디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는 유부남에 지켜야 할 명예도 있었다. 난 남편도, 명예도 없다.
“우리 어디 들어가요.”
그의 귀에 속삭였다.
한 블록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가 아는 호텔이 있었다. 리츠 호텔은 아니었지만 괜찮았다. 급하게 계단을 올라 방까지 돌진했다. 방에 들어서자 그는 나를 침대에 눕혔다. 정사가 끝난 뒤 우리는 침대에 누워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골랐다.
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좀 전에 정말…….”
그는 말문이 막힌 듯했지만 환희와 기쁨에 가득 차 보였다.
그는 다시 말을 골랐다.
“좀 전에 정말 좋았어. 당신 말이야.”
그는 내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쥐고 눈을 맞추었다.
“당신 정말 대단해.”
나는 윙크를 했다.
“당신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
그는 한동안 나를 바라봤다. 남자에게서 그런 눈빛을, 끝없이 나를 갈구하는 눈빛을 받은 적이 처음이었다.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에게 간절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의 도피가 필요했다고. 내가 그의 인생에 등장한 타이밍이 완벽했다고도 말했다. 아주 끔찍한 한 주를,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그가 말했다.
“당신은 완벽한 여자야.”
떠나는 그를 보며 질투심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질투 같은 걸 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윌을 만난 뒤 순식간에 그런 여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한 짓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는 내 남자였다. 세이디가 내게서 그 남자를 빼앗아갔다. 그녀에게 털끝만큼도 빚진 것은 없다. 도리어 내게 빚을 진 쪽은 세이디였다.
--- pp.70~73

“뭐야? 무슨 일이야?”
윌이 잠이 덜 깬 채 물었다.
눈을 비비는 그를 향해 말했다.
“뒷마당에 뭔가 있었던 거 같아.”
“뭐가?”
윌은 눈에 졸음이 가득한 채로 잠긴 목을 가다듬었다.
나는 말하기 전 잠시 숨을 골랐다.
“잘 모르겠어. 사람일 수도 있어.”
그에게 몸을 조금 기울였다.
“사람이라고?”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킨 윌에게 뒷마당에 무언가 혹은 누군가 있었고, 개들이 짖어댔다고 알렸다. 설명하는 내내 목소리가 떨렸다. 윌도 감지할 정도였다.
“누가 있는 걸 봤어?”
윌이 물었고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저 무언가 거기에 있었다는 것만은 안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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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내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쓰겠다고 결심했으나 아직 못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해봤으면서 빼앗긴 것처럼 억울한 이야기. 어찌나 힘을 주고 봤는지, 다 읽고 나면 온몸이 뻐근해지는 이야기. 밤을 새워 폭주해버린 후, 나는 이렇게 못 쓰겠다고 손들고 마는 이야기. 이 소설이 그렇다.
소재의 희귀성에 기댄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유의 성격장애를 지닌 주인공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설이 아주 드문 것은 아니니까.
이 이야기의 탁월함은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독창적인 방식에 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며, 생존을 향해 행동하는 주인공에 있다. 쾌감을 느낄 만큼 절묘하게 구축한 플롯에 있다. 능란한 시점 활용 능력에 있다. 뛰어난 이야기임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첫 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안개에 휩싸인 주인공의 세계에 자발적으로 유배될 것이다. 길을 찾아 숨차게 달리는 동안엔 이 세계의 누구도, 그 무엇도 믿어서는 안 된다. 뭔지 알겠다고 느끼는 순간, 섬광 같은 반전이 훅 덮쳐올 테니. 불안하고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인간존재와 사랑에 대한 쓸쓸한 질문은, 쉼 없이 달려온 이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나라고 믿는 나는 진정 나일까. 사랑은 과연 우리를 구원할까.
- 정유정 (소설가 『7년의 밤』, 『완전한 행복』)
뛰어난 몰입감과 예측 불가한 반전. 『디 아더 미세스』는 감동과 스릴러를 동시에 그려낸 전례 없는 소설이다.
- JP 덜레이니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더 걸 비포』 작가)
반전과 스릴리 넘치는 스토리를 따라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디 아더 미세스』는 메리 쿠비카의 역작이다!
- 세라 페카넨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익명의 소녀』 작가)
공포 그 자체다. 『디 아더 미세스』는 메리 쿠비카 최고의 소설이다.
- 캐럴린 케프니스 (넷플릭스 [너의 모든 것] 원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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