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7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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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40쪽 | 836g | 150*216*30mm |
ISBN13 | 9791190382434 |
ISBN10 | 1190382431 |
발행일 | 2021년 07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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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40쪽 | 836g | 150*216*30mm |
ISBN13 | 9791190382434 |
ISBN10 | 1190382431 |
서문 |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 1장. 인도 인도 서문 | 두 왕조의 비슷했던 최후 인도에 간 한국광복군 전장에서 찾은 명분 한지성, 비운의 독립운동가 2장. 멕시코 멕시코 서문 | 돌아올 수 없던 사람들 목숨을 건 태평양 횡단 국화 한 다발이 바꾼 장면 중국인 안창호 꼬레아노의 시원을 찾아 이정표, 다시 멕시코시티로 상투가 잘린 사람들 멕시코 아리랑 애니깽 농장으로 멕시코에서 독립전쟁을 준비하다 과테말라 정글로 간 한인들 멕시코의 조선 왕족 담을 넘어 3장. 쿠바 쿠바 서문 | 헤밍웨이와 동시대를 살다 카리브 해의 한인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소탐대실 스파이가 된 한인들 노동 정지 아바나 골목에서 찾은 내 자화상 잃어버린 영웅을 찾아 기록, 소멸을 영원으로 사람이 곧 하늘이다 기록자 임천택 체 게바라의 친구 헤로니모 임 반동분자 사진 한 장의 힘 몸부림의 흔적 4장. 미국 미국 서문 | 이민의 문을 열다 기억보다 또렷하고 언어보다 질긴 빛을 찾아 나성에 남은 독립운동의 흔적들 영원한 이별의 징표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아들 낯 뜨거운 이야기 대한의 행복이라야 나의 행복이다 중가주, 독립운동의 ‘금맥’ 죽어서도 혼자였던 사람들 두 영웅의 만남 도쿄에 폭탄을 투하하라 우리 역사 최초 공군 장교 탄생 엉터리 사진이 찾아낸 진실 미국에 간 고려인삼 친일을 쏘다 “살인자를 도울 수 없다” 투신, 영웅의 최후 평생 일본 음식에 손대지 않은 사람 큰 나를 위해 작은 나를 바치다 공신력 없는 사진가 맨해튼 한복판에 울려 퍼진 만세 삼창 태평양 사이로 주고받은 메아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북극해에서 온 전보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풀벌레 우는 언덕에서 책을 나오며 | 아직 풀지 못한 질문을 안고 참고 자료 |
일제 강점기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일본 형사가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했을 때, 김구는 이 말을 듣고서 ‘뭉우리돌의 정신’으로 살아가겠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일본 형사의 말에서 지주는 일본이며, 뭉우리돌은 농사에 방해되는 존재로서 곧 일본에 항거하는 조선 사람들을 가리키는 의미였을 것이다. '뭉우리돌'은 밭에 나뒹구는 돌멩이를 일컫는 말이지만, 이처럼 김구에 의해서 일본에 저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뭉우리돌처럼 박혀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을 찾아서 기리며, 사진과 글로 그들의 행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책은 사진작가인 저자가 해외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후손을 만나고 유적지를 기록으로 남겨놓은 작업의 산물이다.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와 미국을 찾아서, 그들의 후손을 만나고 현재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해방이 된 지 70년을 훌쩍 넘은 지금 이 시점까지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했던 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당시 일제에 항거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에게 여전히 이념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훈장을 주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른바 '신친일파'들의 무례한 언동을 지켜보면서, 새삼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한편, 독립운동에 대한 우리의 시야가 좁았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와 미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에 대한 내용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저자가 답사한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 등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과 그들의 후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에 한국광복군이 파견되고, 그들이 연합군과 함께 일본에 맞서 상당한 전공을 세웧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더욱이 1943년 인도에 파견되어 연합군을 이끌며 싸웠던 독립운동가 한지성은 사회주의 계열 정당에서 활동하다가 월북한 후 숙청되었지만, 그러한 전력으로 인해 여전히 독립운동가로서 서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해방 이후의 경력과는 상관없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가 찾은 두 번째 행선지는 남미의 멕시코인데, 이곳은 애니깽이라고 불리던 선인장 농장의 노동자로 이민을 갔던 것을 잘 알려져 있다. 1905년 이민 브로커에 속아 달콤한 꿈을 꾸고 도착한 멕시코에서의 삶은 애니깽 농장에서의 노예생활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1990년대 영화 <애니깽>이 만들어져 그 내용을 통해 당시의 실상이 밝혀지면서, 한때 그들과 후손들의 삶이 조명되기도 했었다. 비록 힘든 노동에 시달리기는 했어도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조국의 독립운동을 기원하면서, 한인회를 조직하고 독립자금을 모으면서 무장투쟁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당시의 흔적을 좇아 멕시코를 답사하면서, 이제는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당시의 기억들을 간직한 이들을 찾아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어느덧 3세대 혹은 4세대가 이민자 후손의 대부분을 이루면서, 이제는 그들에게 멕시코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는 일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한인의 후예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저자를 맞아 선조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기억들과 후손들의 현재의 모습까지 그대로 보여줬던 것이다. 답사했던 지역의 자연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때로는 쓸쓸한 흔적만이 남겨져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유적지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찾은 세 번째 나라는 바로 쿠바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비록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이지만, 쿠바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멕시코의 가혹한 애니깽 농장에서 벗어나, 다시 살 길을 찾았던 이들의 당시 역사가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지닌 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이제는 그 흔적조차 희미해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는 저자의 작업은 그래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남미의 혁명가로 잘 알려진 체 게바라와 함께 투쟁을 했던 이를 포함헤서, 쿠바에서의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는 작업을 저자는 '잃어버린 영웅을 찾아서'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로 인해서 한국과는 아직 외교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못하지만,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그곳에서 활동을 했던 이들에 관한 연구와 조사가 이뤄져 제대로 기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 행선지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일제 강점기 당시 활동했던 이들에 관한 기록이 풍부하고, 여전히 당시를 증언해줄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한인들의 조직과 활동이 활발하지만, 또한 각자가 누리고 있는 경제력이나 정치적 입장도 적지 않게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박용만과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서로 상반된 활동의 흔적과 이념의 찌꺼기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남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강한 단체의 후원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독립운동의 흔적으로 찾아다니는 저자를 '공신력 없는 사진가'라고 치부하는 어느 노신사의 말 한마디가 그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서재필과 이승만의 '과와 공'을 논하면서 슬쩍 박정희를 들먹이는 그 노신사와 헤어지면서, 저자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미국에 대한 기록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에서 저자가 접했던 사연들에 대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를 겪었던 이들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직접 현장을 답사하여 사진과 기록으로 남긴 저자의 작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이 더욱 적실하게 기억되는 다가왔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흔적을 좇아 사람을 만나서 기록하고, 또 당시의 유적을 사진에 담으면서 저자는 '그동안 우린 이런 역사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만 같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읽고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 등지에서 힘겹게 살아가면서 독립투쟁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의 삶을 접하면서 독자인 나 역시 그러한 생각에 동의할 수 있었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당한 것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신념.
그 신념에 평생을 바치는 삶.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에 그들의 영향이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 <뭉우리돌의 바다>의 저자, 사진가 김동우는 세계를 누비며 국외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내고 기록한다.이승만, 안창호처럼 유명한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모르는 이들의 조각들이다. 시간이 없다. 세월에 흩어지는 것은 건물과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마음까지다. 이 사진이 그것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만나서 촬영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배경 앞에 서 있거나 앉아 있어도 흐릿한 잔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옛 시조 가운데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자연은 그대로이나 옛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구절이 사진이라는 예술의 옷을 입으면 이렇게 시각화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즐거움이기도 했지만 이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그들의 흔적은 사라져가고 있고,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의무를 지닌 우리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간다.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이 말은 <백범일지>에 독립운동 정신의 상징으로 나온다.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 김구에게 일본 순사가 말했다.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김구는 오히려 이 말을 오히려 영광으로 여기며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라고 답했다.
이 책의 제목은 전세계 곳곳에서 뭉우리돌처럼 박혀 대한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그들을 기리며 지었다."(지은이의 말)
이 책에는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에 남은 독립운동의 흔적이 담겨 있다. 대부분 처음 들어보거나, 낯선 이름들일 것이다.
<인도>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 이른바 국내진공작전을 준비했고 실행일까지 정했지만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되어 버린 그 아쉬움은 이를 데가 없다. 그러나 연합군에 소속되어 일본과의 전선에서 선무방송, 전단작성, 포로심문, 문서 번역, 암호 해독 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경북 성주 출신의 독립운동가 한지성의 이야기에 마음이 짠하다.
"조선의용대로 중국 땅을 누비다 광복군 대장으로 멀리 인도까지 날아간 사람. 그리고 북한에서 숙청당한 비운의 독립운동가. 분단이 낳은 비극의 주인공.(p40)"
<멕시코>
"고향에 돌아가려면, 그 이유야말로 혹독한 애니깽 농장 생활을 견디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그랬던 꿈이 일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가 아닌 분투를 선택한다. 멕시코 땅에 쓰인 우리 독립운동의 시작이었다."(p49)
판테온 돌로레스. 독립운동가 김익주(1873~1955). 메리다한인이민사박물관. 멕시코 메리다 숭무학교. 독립운동가 이근영. 독립운동가 이종오. '엽렵하다. 바투. 실팍하다. 노글노글하다.'와 같은 사라져 가는 우리말도 살려 써 다시 빛나게 하는 노력들이 이 책의 취지가 문장에도 녹아든 것 같아 이 책에 들인 저자의 노력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요즘 한국해비타트 재단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의 신념 때문에 자식들에게 씌운 평생 떼어내지 못한 가난의 굴레를 생각하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랬나 싶지만, 그에 대한 답은 다음의 문장이 대신해줄 수 있겠다.
"사실 '한민족'은 허울 뿐인 단어다. 한국인도 여러 인종이 섞인 다민족일 뿐이다. 하지만 조상들은 이런 인류학적 사실보다 전통과 문화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는 편을 택했다."(p136)
<쿠바>
특히, 쿠바는 우리와 외교관계가 없어 왔으므로, 그들의 흔적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독립운동가 호근덕(1889~1975).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동지 헤로니모 임.
"학교를 세우는 일은 한인 디아스포라 전 지역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중앙아시아로 간 사람들이 그랬고, 하와이로 간 사람들이 그랬고, 만주와 연해주로 간 사람들이 그랬다. 하루하루 주린 배를 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조상들은 끈덕지게 교육 사업을 통해 우리 것을 지키고 후대에 조금 더 나은 삶을 물려주려 했다. 우리 민족 특유의 집념이자 신념이다."(p205)
<미국>
세계를 돌아드는 일정 속에서 어찌 기쁨만 있을 것인가. 오히려 몸과 마음을 갈아넣으며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그 길을 걸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천도교에는 용시용활(用時用活)'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그때그때 자기 형편에 맞게 활용하란 뜻이다. 중국의 고승 임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했다. 어디서든 주인으로 살고 그곳을 내 진리로 만들면 될 일이다. 이 작업을 통한 나만의 수행은 고집을 버리고 습관을 바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일이었다. 이따금 투덜거리기도 했고 투정도 부렸지만 항상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처럼."(p278)
그런 가시밭길을 걷다 결국 그 길에서 영원으로 떠난 독립운동가, 대한인국민회 배경진(1910~1948)
"신혼 생활도 없이 독립운동을 위해 몸을 숨겨야 했던 남편.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또다시 임시정부의 지령을 받고 외따로 집을 나서야 했던 아빠. 사진 한 장 남기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돼버린 무심하고 원망스러운 아들. 남겨진 자들의 고통은 도대체 무엇으로 보상한단 말인가. 사진 한 장에 담긴 못다한 이야기가 이토록 길고 구슬프다."(p295)
책의 제목처럼 곳곳에, 점점이 박힌 이름들.
한인비행사양성소. 노백린. 김종림. 최초의 비행장교 박희성, 이용근. 스티븐스를 저격한 장인환. 전명운. 전명운 의사의 신조 명민강맹(明敏剛猛). 양주은. 김찬도. 황기환. 이우석.
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추모사.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사비를 들여 잊지 말아야 할, 그러나 수명이 얼마 남지않은 영웅들의 흔적을 찾아 기록한 작가에게 감사하며 '잃어버린 역사와 증거의 현장'을 함께 거닐어보길 권한다. 끝으로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시를 함께 적어둔다.
망국(亡國)
살아 있는 모든 게 울음을 터뜨려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날
누군 그 울분 참지 못해 목을 맸다
누군 산에 들어가 총을 들었다
누군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터전을 등졌다
전 세계 여기저기 보석처럼 박혀 등불이 된 사람들
우린 그들을 잃어버렸고
실체가 있어도 보지 못한 시간을 지났다
거짓 없는 침묵이 흐르는 현장은 말이 없다
망국 앞에 진실했던 몸부림,
찬양은 신의 것이 아니고
반성은 이제 나라 잃어버린 자들의 몫이 아니다
이 모두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의 것일 뿐
“배우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역사였고, 이젠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버린 이야기였다. “
꽤 오랜만에 책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것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 두어달을 보내다보니, 평생 들여온 습관이라 생각했던 독서도 할 겨를이 없더라. 약간 폭풍의 눈에서 벗어나고 돌아보니 기록하는 것도, 숨이라도 쉴 겨를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가 싶어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숨이라도 쉴 겨를이 있어야”하는 마음이 나를 괴롭혔다. 어쩌면 그 시대의 역사는 숨쉴 겨를도 없어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잊혀진 시간사이에 있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돌아볼수 있는 아픔은 아닐까.
국화가 화병에 다 꽂히자 적막 속에서 빛이 들고 안온함이 퍼져나갔다. 한송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쌓이면 풍경을 바꿀 수 있다. 명이 생인 까닭이고, 생이 명인 이유다. (p.58)
나는 독서편력이 꽤나 심한데 역사분야의 도서를 좋아하고 즐겨읽는 편이다. 특히나 조선 후기에서 근현대사에 걸쳐진 책을 꽤나 많이 읽어온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새롭고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절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독립운동 시기일 것이다. 읽을 때마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나는 또 그것을 찾아읽는다. 한 명이라도 더 알아야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뭉우리돌의 바다” 역시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는 하나, 역사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시리고 아픈 기억을 감각적인 사진에 담아내 치유로 이어가게 도와주는 책이었다고 하면 작가님이 섭섭하실까.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인도, 맥시코. 쿠바, 미국 등에서 아물지 못하고 있었던 이들의 상처에 딱지를 앉혀주는 책”이라고 기록해두고 싶다.
존재의 역사가 더 확고하고 뚜렷해지길 바라며 셔터를 눌렀다. 언어가 아닌 가슴으로 진심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그 옛날 그들의 답답하고 난처한 심정이 이러지 않았을까. (p.173)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사진작가라는 사람이 글은 왜 이렇게 잘 쓰며, 그들의 사연은 또 왜 이렇게 굽이굽이 아픈 것인지 어떤 날은 한장도 채 읽어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을 기대어 울었고, 어떤 날에는 문장들이 내 발목을 잡아 넘어지는 기분으로 울었다. 아마 이 책은 쓴 사람도, 쓸 것을 제공한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차마 울지도 못했던 시간들을 풀어내가며 참아왔던 울음을 꺽꺽 뱉어내고, 그것을 주워담는 이도 같이 울며 담고, 다시 같이 울며 글씨를 이어가는.
어느 페이지에서 작가는 무엇을 보자고 여기까지 왔더냐고, 비루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쫒아 남루한 현재를 확인하고자 함이었냐고, 아니면 역사학자들이 미덥지 못해 혹시 모를 다른 흔적이라도 발견하고자 했더냐고. 그리고 그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저녁노을,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할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며 대답이 없는 하늘과 바다와 달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고한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뭉우리돌 하나가 되어 사라져간 이들 역시, 역사에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남기고자 했기보다는 그저 살아왔고, 살아야하고, 살아야 할 우리들을 위해 자신을 불꽃으로 태웠을 뿐임을, 모두가 불꽃이 되어 하나의 훼를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를 불꽃으로 태워버렸을지언정 우리는 그들을 순간 빛나고 사라지는 불꽃으로 기억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 순간순간의 기억이, 기록이 지금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힘든 순간 이 책을 만났고, 이 책 덕분에 많이 울 수 있었다. 나도 이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이들은, 또 그의 가족인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났을까. 사진 안에, 사진 너머의 이야기들을 가득담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실 리뷰를 쓰면서 책이 좋다는 말은 종종 하지만, 꼭 이 책을 읽으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내게 좋은 책이라고해서 남에게도 좋고, 내게 나쁜 책이라고해서 남에게도 나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두고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부디 이 책을 만나고, 책 안에서 잊혀졌지만 흐르고 있는 시간들을 만나시라고. 애니메이션 “코코”에 보면 누군가 기억하지 못하는 영혼은 “죽은 자의 땅”을 넘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뭉우리돌을 기억해야한다.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느라 어느 시간에, 어디즈음에 머물러있는지도 모를 그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살면서 한번은 헤메일 나를 위해서도.
몰라서 기억할 수 없었던 시간들, 몰라서 감사할 수 없었던 이들이여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p.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