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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우리돌의 바다

뭉우리돌의 바다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편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23건 | 판매지수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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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836g | 150*216*30mm
ISBN13 9791190382434
ISBN10 119038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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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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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

1장. 인도

인도 서문 | 두 왕조의 비슷했던 최후
인도에 간 한국광복군
전장에서 찾은 명분
한지성, 비운의 독립운동가

2장. 멕시코

멕시코 서문 | 돌아올 수 없던 사람들
목숨을 건 태평양 횡단
국화 한 다발이 바꾼 장면
중국인 안창호
꼬레아노의 시원을 찾아
이정표, 다시 멕시코시티로
상투가 잘린 사람들
멕시코 아리랑
애니깽 농장으로
멕시코에서 독립전쟁을 준비하다
과테말라 정글로 간 한인들
멕시코의 조선 왕족
담을 넘어

3장. 쿠바

쿠바 서문 | 헤밍웨이와 동시대를 살다
카리브 해의 한인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소탐대실
스파이가 된 한인들
노동 정지
아바나 골목에서 찾은 내 자화상
잃어버린 영웅을 찾아
기록, 소멸을 영원으로
사람이 곧 하늘이다
기록자 임천택
체 게바라의 친구 헤로니모 임
반동분자
사진 한 장의 힘
몸부림의 흔적

4장. 미국

미국 서문 | 이민의 문을 열다
기억보다 또렷하고 언어보다 질긴
빛을 찾아
나성에 남은 독립운동의 흔적들
영원한 이별의 징표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아들
낯 뜨거운 이야기
대한의 행복이라야 나의 행복이다
중가주, 독립운동의 ‘금맥’
죽어서도 혼자였던 사람들
두 영웅의 만남
도쿄에 폭탄을 투하하라
우리 역사 최초 공군 장교 탄생
엉터리 사진이 찾아낸 진실
미국에 간 고려인삼
친일을 쏘다
“살인자를 도울 수 없다”
투신, 영웅의 최후
평생 일본 음식에 손대지 않은 사람
큰 나를 위해 작은 나를 바치다
공신력 없는 사진가
맨해튼 한복판에 울려 퍼진 만세 삼창
태평양 사이로 주고받은 메아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북극해에서 온 전보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풀벌레 우는 언덕에서

책을 나오며 | 아직 풀지 못한 질문을 안고
참고 자료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고백하건대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역사였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시간을 살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전 세계에 보석처럼 박혀 민족의 등불이 된 현장을 제대로 기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기록할 때 역사가 될 수 있지 않나. 표지판 하나 없는 사적지, 이력 하나 쓰여 있지 않은 비석, 무덤조차 쓰지 못한 수많은 무명 투사들 그리고 그곳에서 뿌리를 이어가는 후손들, 이 모두가 교과서 밖에서 마주한 역사다.
--- p.11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중에서

인도에서 우연찮게 인면전구공작대 이야기를 찾아보고 머리털이 쭈뼛 섰다. 인도라니, 그것도 우리 독립운동사라니, 처음엔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무지를 책망했고 동시에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에 자긍심이 솟았다. 보통 여행에선 전혀 느껴 보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레드 포트의 고목 하나, 허물어져 가는 건물 하나, 현지인들의 표정 하나까지 모든 게 다르게 다가왔다.
--- p.40 「한지성, 비운의 독립운동가」중에서

다빗 킴을 거실 빨간색 소파에 앉게 했다. 삼각대를 세우고 셔터를 길게 열었다. 셔터가 떨어지기 전 그를 장면에서 나오게 했다. 잠시 뒤 찰칵하고 셔터가 떨어졌다. 한 장의 사진 안에 그가 있던 장소와 그가 사라져 버린 공간이 하나가 됐다. 두 개의 이야기가 중첩되며 상이 흐릿해졌다. 역사에 대한 우리 인식이 그랬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증거자의 오늘이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지워지면 안 된다는 내 뜻이 그랬다. 결론적으로 먼 길을 다시 돌아왔던 결정이 이번 작업의 큰 이정표가 됐다. 아마도 이 만남이 아니었다면 독립운동가 후손을 기록하는 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 p.89 「이정표, 다시 멕시코시티로」중에서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한인 남성들의 분신 같던 상투가 모조리 잘려 나간다. 농장주들은 한인들의 문화를 이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단순히 위생만을 생각했고 생산성만을 고집했다. 평생 입던 한복도 더는 입을 수가 없었다. 낯설고 어색했지만 담요 등으로 소매가 긴 옷을 해 입어야 했다. 괴상한 옷을 입고 상투가 잘린 채 일터로 나간 사람들, 난생처음 보는 작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애니깽이었다. 한인들에겐 큰 육체적 시험이었다. 작렬하는 유카탄의 햇볕은 지옥 불같이 뜨거웠다. 목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고 살갗은 뱀처럼 허물이 벗겨졌다. 애니깽 가시는 악마의 손톱인 양 사정없이 온몸을 찔러댔다.
--- p.93 「상투가 잘린 사람들」중에서

야스체 농장은 악명 높은 농장주 때문에 한인들이 고초를 겪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제니 관장은 관련 설명을 하면서 괴로운 표정으로 “아주아주 나쁜 장소”란 이야길 여러 번 했다. 《검은 꽃》에 보면 채찍을 들고 한인 노동자를 매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야스체 농장에서 실재했던 사건이다.
--- p.108 「애니깽 농장으로」중에서

사적지 한 곳 한 곳을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자료와 실제 위치가 달라 길을 헤매는 건 으레 있는 일이었다. 어떤 날은 촬영은 고사하고 하루 종일 숨은 그림 찾기만 하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고 숙소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독립기념관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게 많았다. 처음엔 실수겠지, 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날이 갈수록 잘못된 정보가 눈에 띄었다. 이럴 때마다 소홀한 사적지 관리 실태에 화가 치밀었다. 한번은 독립기념관 관장에게 항의 메일을 쓴 적도 있었다. 어디 어려움이 이뿐이었겠나, 통역이 필요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그때 사람을 수소문하는 일도 매번 큰 걱정거리였다. 날씨 때문에 촬영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장기 여행이 고된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카메라 장비 때문에 값싼 숙소만 고집할 수 없어 매번 속이 쓰렸다. 무엇보다 용기를 잃지 않으려 애면글면했다. 이 작업은 시간과 돈보단 의지의 문제였다. 이런 산적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이 이 작업의 거의 전부였다.
--- p.170 「정신을 차려야 했다」중에서

빅토르의 까사에 머물 동안 마탄사스 이곳저곳을 촬영했다. 그리고 헤어질 시간이 왔다. 다음 일정을 위해 다시 배낭을 꾸렸다. 셈을 하려고 했다. 방값과 식사비를 합해 100달러가 넘는 돈을 치러야 했다. 달러를 챙겨 그를 찾았다. 빅토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를 내뱉고는 그냥 자리를 떠버렸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뒤를 쫓아 다시 이야기를 했다. 그런 날 빅토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옆에 있던 그의 며느리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잠시 뒤 빅토르의 아들이 왔다. 그는 영어를 할 줄 알았다. 그는 아버지가 돈을 받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손사래를 쳤다. 이 돈이면 쿠바에서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덩달아 빅토르의 아들도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그가 말했다. “내가 독립운동 사진을 찍겠다고 네 한국 집에 머물면 넌 어떻게 할 거니? 우리 아버지가 너에겐 돈을 받지 않으시겠대….”
--- p.197 「잃어버린 영웅을 찾아」중에서

기록에 따르면 쿠바 지방회 지출 항목 중 학교 운영비가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학교를 세우는 일은 한인 디아스포라 전 지역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중앙아시아로 간 사람들이 그랬고, 하와이로 간 사람들이 그랬고, 만주와 연해주로 간 사람들이 그랬다. 하루하루 주린 배를 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조상들은 끈덕지게 교육사업을 통해 우리 것을 지키고 후대에 조금 더 나은 삶을 물려주고자 했다. 이는 우리 민족 특유의 집념이자 신념이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있겠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민족의 혼과 얼, 보이지 않는 우리의 기상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 p.205 「기록, 소멸을 영원으로」중에서

레오노르가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잠시 뒤 마치 예복을 갖춰 입은 듯한 모습으로 그녀가 나타났다. 한복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녀의 맵시가 우리네 것과 똑같아 또 한 번 눈이 번쩍했다. 우리의 멋을 흔히 예스럽고 소박한 ‘고졸미古拙美’로 표현하지만 내 앞에 있는 우리의 멋은 이 표현이 얼마나 겸손한지 가르쳐주는 것만 같았다. 쿠바에서 한복을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녀가 갖고 있는 한복은 미국에 있는 한 교회에서 후손들에게 선물한 것 중 하나였다.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걸음으로 허리를 펴 자세를 잡았다. 그랬더니 사진 찍기 좋은 적당한 높이가 됐다. 바닥에 무릎이 닿자 왠지 모를 존경심이 퍼져나갔다. 마치 기도하는 마음 같기도 했다. 절로 정성을 다해 셔터를 누르게 됐다.
--- p.242 「사진 한 장의 힘」중에서

활주로를 찾을 차례였다. 비행기 격납고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야 말이 됐다. 다시 차를 몰았다. 그러다 넓은 농장을 가로지르는 길을 만났다. 시작점은 차가 크게 돌 수 있는 교차로같이 보였다. 차 박사에게 전화를 해 현장을 묘사하니 “네, 네, 거기가 바로 활주로 터예요!” 하고 옥타브를 높였다. 기쁨과 안도가 밀려들었다. 지평선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길, 대한의 조종사들이 일본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힘차게 비상했을 현장. 그리고 100여 년 전 그들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간. 괜스레 발부리에 차이는 돌멩이에 성을 내본다. 까닭 모를 허망함에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봤다.
--- p.344 「엉터리 사진이 찾아낸 진실

한껏 들떴던 마음을 진정시킬 장소가 필요했다. 타임스퀘어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딱 두 블록 정도면 된다. 거기에는 경건하고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한국인만을 위한 장소가 기다리고 있다. 웨스트 43번가 뉴욕 타운 홀. 1921년 1월 12일 문을 연 이 극장은 우리 독립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장소다. 전혀 예상 밖 아닌가. 맨해튼 한복판에 우리 독립운동사적지라니.

당시 뉴욕에 살던 한인들은 ‘미국위원회The American Committee’ 후원을 받아 1921년 3월 2일 타운 홀에서 3·1혁명 2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장내에선 ‘기미 독립선언서’가 영문으로 낭독됐고 독립운동가 정한경이 기조연설을 했다. 그리고 한인과 미국인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대한 독립 만세! 만세! 만세!” 삼창하며 잃어버린 나라의 독립을 염원했다. 이날 참석 인원은 무려 1,300여 명이었다.
--- p.388 「맨해튼 한복판에 울려 퍼진 만세 삼창」중에서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 있는 소연한 공동묘지 끝자락. 모걸음질하며 비석들을 하나씩 확인해나갔다. 장철우 목사의 말대로 중간중간 비석이 없는 묘지 터도 보였다. 그러다 정말 ‘대한인 황긔환지묘 민국오년사월십팔일영면 EARL K. WHANG BORN IN KOREA DIED APRIL 18. 1923’이라고 두 줄로 쓰여 있는 50센티미터도 안 돼 보이는 작은 비석을 발견했다. 황기환이 남몰래 한 세기 가까이 잠들어 있던 장소였다.

“아이고!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나도 몰래 낮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절을 두 번 올렸다. 긴 외로움과의 사투, 설움이 올라와 목 안 여기저기에 엉겨 붙기 시작했다. 왈칵 감정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 꿀떡꿀떡 침을 삼켰다. 침묵을 말벗 삼아 오랜 시간 묘지를 지키고 있던 황기환, 그가 정말 망각의 깊고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내 앞에 있었다. 구슬프게도 하늘마저 잔뜩 흐려 내가 흘려야 할 눈물을 대신 쏟아낼 것만 같았다. 스트로보 빛을 보내 그의 생을 다시 반짝이게 만드는 것,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추모였다.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 p.416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67화 광복절 특집 감동의 출연자
국가보훈처 보훈문화상, 다큐멘터리 온빛사진상 수상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새벽 다섯 시경 애니깽 농장의 모습이다. 1905년 멕시코로 떠난 1,033명의 한인들이 매일 마주했을 풍경…. 을사조약이 체결되기 불과 5개월 전 ‘묵서가국’이라 불리던 멕시코로 떠난 조선인들이 있었다. 망조에 기운 나라를 떠나 살길을 도모했던 사람들은 애니깽 농장으로 가축처럼 팔려가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산다. 작렬하는 유카탄 반도의 햇볕을 피하기 위해 농부들은 새벽 네다섯 시 검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노동을 시작했다. 하루 일해 겨우 하루 먹고살던 지독히도 고된 삶.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들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대한독립을 위해 사력을 다했을 줄은.

인도의 한국광복군, 애니깽 농부들, 체 게바라의 동지,
한인 최초 백만장자, 우리 공군이 시작된 땅…
당신이 들어보지 못한 바다 건너 독립운동 이야기


『뭉우리돌의 바다』는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굴하고 기록한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작가는 세계일주를 하던 중 인도 델리 레드 포트에서 우연히 그 장소가 한국광복군의 훈련지였음을 알게 된다. “인도라니, 그것도 우리 독립운동사라니!” 임시정부에서 파견한 아홉 명의 한국광복군이 인도에서 영국군과 함께 일본에 맞서 싸웠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접한 이야기에 작가는 번개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는다. 신내림 같았다는 그날 이후 홀린 듯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그들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독립기념관 자료를 샅샅이 뒤져 주소 한 줄, 사진 한 장으로만 남은 국외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다녔다. 2017년부터 카메라와 배낭을 메고 수차례 비행기에 올라 사라져가는 역사의 현장과 그곳에 살고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사진과 글로 남겼다. 인도에서 시작된 우연이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중국, 일본 등 10개국에 운명처럼 이르렀다. 이 책은 그중 바다를 건너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으로 간 한인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다.

바다를 건너간 한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멕시코와 쿠바의 애니깽 농부들,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부들, 프랑스에서 전쟁 시체를 치우던 노동자들 등 고달픈 이민자의 삶 속에서도 한 푼 두 푼 피와 땀의 결정체를 모아 독립자금으로 보탰다. 김구는 『백범일지』 하권의 시작을 미주 한인 동포들의 눈물 나는 지원을 염두에 두고 썼다라고 밝히기도 한다.

이들은 어느 땅에 자리를 잡든 학교를 세워 우리말과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숭무학교 등 독립군을 양성하는 기관을 만들었다. “독립전쟁 일어나는 날, 도쿄의 하늘로 날아가리라” 각오로 공군을 양성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인비행사양성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공군의 모태가 되는 이곳을 지원한 한인 최초의 백만장자는 한 달에 비행기 한 대 값 이상을 운영 지원금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대한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일생을 바친 ‘뭉우리돌’이었다.

‘뭉우리돌’ 그들은 누구인가
찬란하고 강인한 뭉우리돌의 역사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누가 남았을까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이 말은 김구의 『백범일지』에 독립운동 정신의 상징으로 나온다.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 김구에게 일본 순사는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그를 협박했다. 그러나 김구는 이 말을 오히려 영광으로 여기며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라고 답했다.

김익주, 이근영, 이종오, 김세원, 임천택, 호근덕, 이윤상, 배경진, 김종림, 김형순, 장인환, 전명운, 황기환, 이우석…. 이 책에 나오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은 생소하다. 배우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교과서 밖에서 마주한 뭉우리돌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일제가 남김없이 골라내려고 했던 뭉우리돌은 비단 상해와 만주,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곳곳에 굳건히 박혀 대한의 독립을 일궈냈다.

찬란하고 강인했던 그들의 흔적을 찾았다. 때로는 남은 기록이 이름 석 자뿐일 때도 있었다. 김동우 작가는 대사관, 한인회 등을 수소문해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는다. 불쑥 자신을 찾아온 작가에게 그들은 떠듬떠듬 부모로부터 배운 몇 마디 한국어를 건네며 따뜻한 한국식 밥상을 내왔다. 대한 황실의 후손 율리세스는 큰 반찬통에 담긴 김치를 꺼내와 작가의 입에 넣어주었고, 쿠바의 한인 모임에는 비빔밥이 차려졌다.

“손님이 찾아오면 따뜻한 밥상으로 대접하라”는 부모로부터 배운 한국식 손님맞이를 기억하고 지키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호근덕의 후손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묵었을 때 그의 아들은 “내가 독립운동 사진을 찍겠다고 네 한국 집에 머물면 넌 어떻게 할 거니? 우리 아버지가 너에겐 돈을 받지 않으시겠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선대의 독립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애환, 고되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원망, 독립 정신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모두 간직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독립운동이 가족에게 남긴 게 도대체 뭐냐고요. 예전에는 우리 아버지가 참 훌륭한 분이란 자부심 하나로 살았어요. 그런데 점점 그게 아닌가 봐요.”_청산리 대첩 마지막 생존자 이우석의 후손 이춘덕

“아버지의 독립운동은 한국인으로서 그 시대 사명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그 사명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죠. 하지만 난 자라면서 내 가족이 아버지에 대해 불평, 불만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족 모두 독립운동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거죠.”_안창호의 막내아들 안필영

친일은 꽃길, 독립은 가시밭길. 작가는 오늘날에게도 여전히 적용되는 이 수식을 지적한다. 한국과 교류가 적은 쿠바에는 아직까지 독립운동 서훈을 전달하지 못한 사례가 15건에 달한다. 2015년 한국일보 통계자료를 보면 국가의 지원을 제대로 받고 있는 후손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75.2%에 달하는 후손이 월 개인소득 200만 원 미만이며, 70%는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했다.

작가는 후손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찍는다. 불과 백 년이라는 시간 만에 우리의 기억과 역사 속에서 희미해진 독립운동을 표현한 방법이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12초로 길게 설정하고, 셔터가 떨어지기 전에 후손을 렌즈 장면 밖으로 나오게 한다. 흐릿하게 사라져가는 독립운동의 역사, 25여 명의 후손을 만난 이야기는 짙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독립운동사의 빈칸, 시간에 파묻힌 영웅들을 찾아
국외독립운동사를 재구성한 최초의 기록물


이 책은 부실했던 국외독립운동 자료를 수집, 축적했다는 점에서 사료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크다. 멕시코 한인 디아스포라의 시작점인 ‘살리나크루스 해변’, 안창호가 멕시코 순방 당시 머물렀던 ‘프란세스 호텔’, 한인들이 일했던 애니깽 농장들, 독립운동가들의 묘소, 쿠바 대한인국민회 회관으로 쓰였던 건물, 친일파 미국인을 처단한 ‘샌프란시스코 페리 부두’, 3·1혁명 2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던 뉴욕의 ‘타운 홀’ 등 주요 역사 현장을 직접 답사해 현재의 모습을 온전히 담았다.

국외독립운동사의 현장을 집요하게 추적한 취재기는 연신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작가가 가졌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110컷의 사진이 책에 실려 있다. 단순히 취재기만 나열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스스로 독립운동사에 무지했음을 고백하며, 현장의 깊고 내밀한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파고든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자 질문이 산더미처럼 늘었다. 모든 단발성으로 끝나는 법 없이 여기저기 가지를 뻗어 나가며 입체적으로 이어졌다. 인물사 또한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으로 끝낼 게 아니었다. 거기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상황이 한데 물려 있었고, 심지어 세계사까지 연결됐다.”

수많은 논문과 단행본, 국내외 기사를 망라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에 이르는 독립운동사를 꿰뚫었다. 오늘의 모습과 과거 역사적 사실이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져 이제껏 우리가 들어보지 못했던 놀라운 대한의 독립운동사가 새롭게 펼쳐진다.

“역사는 기억 투쟁이다”_큰별쌤 최태성 추천사
우리가 독립운동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현장에서 작가가 가장 많이 마주한 풍경은 ‘빈 터’였다. 독립의 정신이 흐르지만 아무것도 남이 있지 않은 현장 앞에서 작가는 때론 울분을 토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적지 현황과 변변찮은 보훈 정책을 지적하며 기록하고 기억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작가의 말대로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독립운동사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까.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지켰던 독립운동가 약 15만 명. 그들은 단지 ‘나라’를 지킨 것이 아니었다. 자유와 평화,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자 했기에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은 각별하다.

이들의 생은 오늘날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들이 기필코 남기고 싶었던 고귀한 가치들이 다시금 대물림된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 이제 기억하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다.

“우린 모두 실패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던 조상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 부채를 갚기 위해서라도 잃어버렸던 역사를 톺아보고 오롯이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21세기 독립운동’이자 ‘대한이 사는 길’이다.”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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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삶의 자취는 온전히 남는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평화, 인권을 추구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은 각별하다. 그 안에 우리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의 실상과 미래의 지향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에네켄 농장에서 어린 후손을 만났을 때 느낀 슬픔과 격정이 떠올랐다. 그들의 척박한 삶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것이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었다. 김동우 작가의 글을 읽는 동안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게 되었다. 산 자의 따뜻한 애정과 정성스런 발길로 죽은 이들의 숨결과 자취를 기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양하고 생생하게 기록해놓은 이 책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역사는 기억 투쟁이다. 기억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역사가 아니다. 기억 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김동우 작가. 그는 이미 사라진, 그래서 더는 역사가 아닌 그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신념으로 누른다. 손끝을 통해 렌즈로 옮겨진 텅 빈 그곳에 사람이 있었음을, 역사가 있었음을 증명한다. 지금의 나와 우리를 있게 해준 역사. 역사를 기억하는 것. 그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예의다.
- 최태성 (한국사 강사, 『역사의 쓸모』 작가)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우리가 소중한 시간과 공간 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책. 작가의 오랜 고민과 열정이 사진 한 장 한 장, 글의 한 문단 한 문단에서 느껴진다. 그의 정성스러움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그의 힘든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와 현실 사이에서 애달프고 뜨거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책에 나온 곳을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이름 모를 그의 묘지를 찾아 여기, 당신을 잊지 않고 누군가가 찾아왔다고 시들어가는 꽃 옆에 생기 가득한 꽃을 한 송이, 한 송이 채워 드리고 싶다.
- 유준상 (배우, MBC 〈같이 펀딩〉 태극기함 프로젝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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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해외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행적을 기록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i*****n | 2021.08.27 | 추천13 | 댓글0 리뷰제목
일제 강점기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일본 형사가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했을 때, 김구는 이 말을 듣고서 ‘뭉우리돌의 정신’으로 살아가겠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일본 형사의 말에서 지주는 일본이며, 뭉우리돌은 농사에 방해되는 존재로서 곧 일본에 항거하는 조선 사람들을 가리키는 의미였을 것이다. '뭉우리돌'은 밭에 나뒹구는 돌멩이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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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일본 형사가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했을 때, 김구는 이 말을 듣고서 뭉우리돌의 정신으로 살아가겠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일본 형사의 말에서 지주는 일본이며, 뭉우리돌은 농사에 방해되는 존재로서 곧 일본에 항거하는 조선 사람들을 가리키는 의미였을 것이다. '뭉우리돌'은 밭에 나뒹구는 돌멩이를 일컫는 말이지만, 이처럼 김구에 의해서 일본에 저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뭉우리돌처럼 박혀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을 찾아서 기리며, 사진과 글로 그들의 행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책은 사진작가인 저자가 해외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후손을 만나고 유적지를 기록으로 남겨놓은 작업의 산물이다.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와 미국을 찾아서, 그들의 후손을 만나고 현재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해방이 된 지 70년을 훌쩍 넘은 지금 이 시점까지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했던 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당시 일제에 항거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에게 여전히 이념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훈장을 주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른바 '신친일파'들의 무례한 언동을 지켜보면서, 새삼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한편, 독립운동에 대한 우리의 시야가 좁았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와 미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에 대한 내용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저자가 답사한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 등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과 그들의 후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에 한국광복군이 파견되고, 그들이 연합군과 함께 일본에 맞서 상당한 전공을 세웧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더욱이 1943년 인도에 파견되어 연합군을 이끌며 싸웠던 독립운동가 한지성은 사회주의 계열 정당에서 활동하다가 월북한 후 숙청되었지만, 그러한 전력으로 인해 여전히 독립운동가로서 서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해방 이후의 경력과는 상관없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가 찾은 두 번째 행선지는 남미의 멕시코인데, 이곳은 애니깽이라고 불리던 선인장 농장의 노동자로 이민을 갔던 것을 잘 알려져 있다. 1905년 이민 브로커에 속아 달콤한 꿈을 꾸고 도착한 멕시코에서의 삶은 애니깽 농장에서의 노예생활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1990년대 영화 애니깽이 만들어져 그 내용을 통해 당시의 실상이 밝혀지면서, 한때 그들과 후손들의 삶이 조명되기도 했었다. 비록 힘든 노동에 시달리기는 했어도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조국의 독립운동을 기원하면서, 한인회를 조직하고 독립자금을 모으면서 무장투쟁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당시의 흔적을 좇아 멕시코를 답사하면서, 이제는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당시의 기억들을 간직한 이들을 찾아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어느덧 3세대 혹은 4세대가 이민자 후손의 대부분을 이루면서, 이제는 그들에게 멕시코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는 일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한인의 후예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저자를 맞아 선조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기억들과 후손들의 현재의 모습까지 그대로 보여줬던 것이다. 답사했던 지역의 자연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때로는 쓸쓸한 흔적만이 남겨져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유적지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찾은 세 번째 나라는 바로 쿠바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비록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이지만, 쿠바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멕시코의 가혹한 애니깽 농장에서 벗어나, 다시 살 길을 찾았던 이들의 당시 역사가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지닌 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이제는 그 흔적조차 희미해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는 저자의 작업은 그래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남미의 혁명가로 잘 알려진 체 게바라와 함께 투쟁을 했던 이를 포함헤서, 쿠바에서의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는 작업을 저자는 '잃어버린 영웅을 찾아서'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로 인해서 한국과는 아직 외교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못하지만,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그곳에서 활동을 했던 이들에 관한 연구와 조사가 이뤄져 제대로 기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 행선지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일제 강점기 당시 활동했던 이들에 관한 기록이 풍부하고, 여전히 당시를 증언해줄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한인들의 조직과 활동이 활발하지만, 또한 각자가 누리고 있는 경제력이나 정치적 입장도 적지 않게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박용만과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서로 상반된 활동의 흔적과 이념의 찌꺼기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남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강한 단체의 후원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독립운동의 흔적으로 찾아다니는 저자를 '공신력 없는 사진가'라고 치부하는 어느 노신사의 말 한마디가 그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서재필과 이승만의 '과와 공'을 논하면서 슬쩍 박정희를 들먹이는 그 노신사와 헤어지면서, 저자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미국에 대한 기록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에서 저자가 접했던 사연들에 대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를 겪었던 이들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직접 현장을 답사하여 사진과 기록으로 남긴 저자의 작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이 더욱 적실하게 기억되는 다가왔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흔적을 좇아 사람을 만나서 기록하고, 또 당시의 유적을 사진에 담으면서 저자는 '그동안 우린 이런 역사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만 같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읽고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쿠바 등지에서 힘겹게 살아가면서 독립투쟁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의 삶을 접하면서 독자인 나 역시 그러한 생각에 동의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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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세계 곳곳에 박혀있는 마음의 등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삶* | 2021.11.16 | 추천8 | 댓글0 리뷰제목
부당한 것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신념.  그 신념에 평생을 바치는 삶.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에 그들의 영향이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 <뭉우리돌의 바다>의 저자, 사진가 김동우는 세계를 누비며 국외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내고 기록한다.이승만, 안창호처럼 유명한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모르는 이들의 조각들이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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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것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신념. 

그 신념에 평생을 바치는 삶.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에 그들의 영향이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 <뭉우리돌의 바다>의 저자, 사진가 김동우는 세계를 누비며 국외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내고 기록한다.이승만, 안창호처럼 유명한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모르는 이들의 조각들이다. 시간이 없다. 세월에 흩어지는 것은 건물과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마음까지다. 이 사진이 그것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만나서 촬영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배경 앞에 서 있거나 앉아 있어도 흐릿한 잔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옛 시조 가운데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자연은 그대로이나 옛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구절이 사진이라는 예술의 옷을 입으면 이렇게 시각화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즐거움이기도 했지만 이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그들의 흔적은 사라져가고 있고,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의무를 지닌 우리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간다.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이 말은 <백범일지>에 독립운동 정신의 상징으로 나온다.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 김구에게 일본 순사가 말했다.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김구는 오히려 이 말을 오히려 영광으로 여기며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라고 답했다.

이 책의 제목은 전세계 곳곳에서 뭉우리돌처럼 박혀 대한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그들을 기리며 지었다."(지은이의 말)

이 책에는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에 남은 독립운동의 흔적이 담겨 있다. 대부분 처음 들어보거나, 낯선 이름들일 것이다. 

<인도>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 이른바 국내진공작전을 준비했고 실행일까지 정했지만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되어 버린 그 아쉬움은 이를 데가 없다. 그러나 연합군에 소속되어 일본과의 전선에서 선무방송, 전단작성, 포로심문, 문서 번역, 암호 해독 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경북 성주 출신의 독립운동가 한지성의 이야기에 마음이 짠하다. 

"조선의용대로 중국 땅을 누비다 광복군 대장으로 멀리 인도까지 날아간 사람. 그리고 북한에서 숙청당한 비운의 독립운동가. 분단이 낳은 비극의 주인공.(p40)"

 

<멕시코>

"고향에 돌아가려면, 그 이유야말로 혹독한 애니깽 농장 생활을 견디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그랬던 꿈이 일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가 아닌 분투를 선택한다. 멕시코 땅에 쓰인 우리 독립운동의 시작이었다."(p49)

판테온 돌로레스. 독립운동가 김익주(1873~1955). 메리다한인이민사박물관. 멕시코 메리다 숭무학교. 독립운동가 이근영. 독립운동가 이종오. '엽렵하다. 바투. 실팍하다. 노글노글하다.'와 같은 사라져 가는 우리말도 살려 써 다시 빛나게 하는 노력들이 이 책의 취지가 문장에도 녹아든 것 같아 이 책에 들인 저자의 노력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요즘 한국해비타트 재단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의 신념 때문에 자식들에게 씌운 평생 떼어내지 못한 가난의 굴레를 생각하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랬나 싶지만, 그에 대한 답은 다음의 문장이 대신해줄 수 있겠다.

"사실 '한민족'은 허울 뿐인 단어다. 한국인도 여러 인종이 섞인 다민족일 뿐이다. 하지만 조상들은 이런 인류학적 사실보다 전통과 문화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는 편을 택했다."(p136)

 

<쿠바>

특히, 쿠바는 우리와 외교관계가 없어 왔으므로, 그들의 흔적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독립운동가 호근덕(1889~1975).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동지 헤로니모 임.

"학교를 세우는 일은 한인 디아스포라 전 지역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중앙아시아로 간 사람들이 그랬고, 하와이로 간 사람들이 그랬고, 만주와 연해주로 간 사람들이 그랬다. 하루하루 주린 배를 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조상들은 끈덕지게 교육 사업을 통해 우리 것을 지키고 후대에 조금 더 나은 삶을 물려주려 했다. 우리 민족 특유의 집념이자 신념이다."(p205)

 

<미국>

세계를 돌아드는 일정 속에서 어찌 기쁨만 있을 것인가. 오히려 몸과 마음을 갈아넣으며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그 길을 걸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천도교에는 용시용활(用時用活)'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그때그때 자기 형편에 맞게 활용하란 뜻이다. 중국의 고승 임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했다. 어디서든 주인으로 살고 그곳을 내 진리로 만들면 될 일이다. 이 작업을 통한 나만의 수행은 고집을 버리고 습관을 바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일이었다. 이따금 투덜거리기도 했고 투정도 부렸지만 항상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처럼."(p278)

그런 가시밭길을 걷다 결국 그 길에서 영원으로 떠난 독립운동가, 대한인국민회 배경진(1910~1948)

"신혼 생활도 없이 독립운동을 위해 몸을 숨겨야 했던 남편.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또다시 임시정부의 지령을 받고 외따로 집을 나서야 했던 아빠. 사진 한 장 남기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돼버린 무심하고 원망스러운 아들. 남겨진 자들의 고통은 도대체 무엇으로 보상한단 말인가. 사진 한 장에 담긴 못다한 이야기가 이토록 길고 구슬프다."(p295)

책의 제목처럼 곳곳에, 점점이 박힌 이름들.

한인비행사양성소. 노백린. 김종림. 최초의 비행장교 박희성, 이용근. 스티븐스를 저격한 장인환. 전명운. 전명운 의사의 신조 명민강맹(明敏剛猛). 양주은. 김찬도. 황기환. 이우석.

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추모사.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사비를 들여 잊지 말아야 할, 그러나 수명이 얼마 남지않은 영웅들의 흔적을 찾아 기록한 작가에게 감사하며 '잃어버린 역사와 증거의 현장'을 함께 거닐어보길 권한다. 끝으로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시를 함께 적어둔다.

망국(亡國)

살아 있는 모든 게 울음을 터뜨려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날

누군 그 울분 참지 못해 목을 맸다

누군 산에 들어가 총을 들었다

누군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터전을 등졌다

 

전 세계 여기저기 보석처럼 박혀 등불이 된 사람들

우린 그들을 잃어버렸고

실체가 있어도 보지 못한 시간을 지났다

 

거짓 없는 침묵이 흐르는 현장은 말이 없다

망국 앞에 진실했던 몸부림,

찬양은 신의 것이 아니고

반성은 이제 나라 잃어버린 자들의 몫이 아니다

이 모두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의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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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뭉우리돌의 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책****곰 | 2021.10.06 | 추천4 | 댓글4 리뷰제목
        “배우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역사였고, 이젠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버린 이야기였다. “   꽤 오랜만에 책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것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 두어달을 보내다보니, 평생 들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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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역사였고, 이젠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버린 이야기였다. “

 

꽤 오랜만에 책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것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 두어달을 보내다보니, 평생 들여온 습관이라 생각했던 독서도 할 겨를이 없더라. 약간 폭풍의 눈에서 벗어나고 돌아보니 기록하는 것도, 숨이라도 쉴 겨를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가 싶어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숨이라도 쉴 겨를이 있어야”하는 마음이 나를 괴롭혔다. 어쩌면 그 시대의 역사는 숨쉴 겨를도 없어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잊혀진 시간사이에 있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돌아볼수 있는 아픔은 아닐까. 

 

국화가 화병에 다 꽂히자 적막 속에서 빛이 들고 안온함이 퍼져나갔다. 한송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쌓이면 풍경을 바꿀 수 있다. 명이 생인 까닭이고, 생이 명인 이유다. (p.58)

 

나는 독서편력이 꽤나 심한데 역사분야의 도서를 좋아하고 즐겨읽는 편이다. 특히나 조선 후기에서 근현대사에 걸쳐진 책을 꽤나 많이 읽어온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새롭고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절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독립운동 시기일 것이다. 읽을 때마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나는 또 그것을 찾아읽는다. 한 명이라도 더 알아야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뭉우리돌의 바다” 역시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는 하나, 역사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시리고 아픈 기억을 감각적인 사진에 담아내 치유로 이어가게 도와주는 책이었다고 하면 작가님이 섭섭하실까.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인도, 맥시코. 쿠바, 미국 등에서 아물지 못하고 있었던 이들의 상처에 딱지를 앉혀주는 책”이라고 기록해두고 싶다. 

 

존재의 역사가 더 확고하고 뚜렷해지길 바라며 셔터를 눌렀다. 언어가 아닌 가슴으로 진심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그 옛날 그들의 답답하고 난처한 심정이 이러지 않았을까. (p.173)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사진작가라는 사람이 글은 왜 이렇게 잘 쓰며, 그들의 사연은 또 왜 이렇게 굽이굽이 아픈 것인지 어떤 날은 한장도 채 읽어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을 기대어 울었고, 어떤 날에는 문장들이 내 발목을 잡아 넘어지는 기분으로 울었다. 아마 이 책은 쓴 사람도, 쓸 것을 제공한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차마 울지도 못했던 시간들을 풀어내가며 참아왔던 울음을 꺽꺽 뱉어내고, 그것을 주워담는 이도 같이 울며 담고, 다시 같이 울며 글씨를 이어가는. 

 

어느 페이지에서 작가는 무엇을 보자고 여기까지 왔더냐고, 비루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쫒아 남루한 현재를 확인하고자 함이었냐고, 아니면 역사학자들이 미덥지 못해 혹시 모를 다른 흔적이라도 발견하고자 했더냐고. 그리고 그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저녁노을,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할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며 대답이 없는 하늘과 바다와 달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고한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뭉우리돌 하나가 되어 사라져간 이들 역시, 역사에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남기고자 했기보다는 그저 살아왔고, 살아야하고, 살아야 할 우리들을 위해 자신을 불꽃으로 태웠을 뿐임을, 모두가 불꽃이 되어 하나의 훼를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를 불꽃으로 태워버렸을지언정 우리는 그들을 순간 빛나고 사라지는 불꽃으로 기억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 순간순간의 기억이, 기록이 지금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힘든 순간 이 책을 만났고, 이 책 덕분에 많이 울 수 있었다. 나도 이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이들은, 또 그의 가족인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났을까. 사진 안에, 사진 너머의 이야기들을 가득담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실 리뷰를 쓰면서 책이 좋다는 말은 종종 하지만, 꼭 이 책을 읽으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내게 좋은 책이라고해서 남에게도 좋고, 내게 나쁜 책이라고해서 남에게도 나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두고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부디 이 책을 만나고, 책 안에서 잊혀졌지만 흐르고 있는 시간들을 만나시라고. 애니메이션 “코코”에 보면 누군가 기억하지 못하는 영혼은 “죽은 자의 땅”을 넘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뭉우리돌을 기억해야한다.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느라 어느 시간에, 어디즈음에 머물러있는지도 모를 그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살면서 한번은 헤메일 나를 위해서도. 

 

몰라서 기억할 수 없었던 시간들, 몰라서 감사할 수 없었던 이들이여 

“그대여 다시 반짝여라” (p.417)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4

한줄평 (11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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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과정에서의 험난함과 고독함을 감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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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 | 2022.11.05
구매 평점5점
해방 조국의 주춧돌이 된 '뭉우리돌'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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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책*****우 | 2022.08.18
구매 평점5점
시리즈로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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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롱**당 | 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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