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0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4쪽 | 460g | 250*265*8mm |
ISBN13 | 9791186602669 |
ISBN10 | 118660266X |
KC인증 | ![]() 인증번호 : |
발행일 | 2021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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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4쪽 | 460g | 250*265*8mm |
ISBN13 | 9791186602669 |
ISBN10 | 118660266X |
KC인증 | ![]() 인증번호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새로운 책을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앞표지.
<문어의 방> 이라는 제목과 함께 푸른 바다같은 배경 위에 검게 번져나가는 문어의 먹물 같은 검정이 인상적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를 읽었기 때문에 친족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동안 다른 그림책들을 펼칠 때 같은 설렘과 즐거운 마음보다는 어쩐지 조심스럽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 전의 두근거림과 떨림이 있었고, 이 책 속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그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누군가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면지를 지나 본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 프롤로그 같은 장면이 나온다. 한 바닥의 절반을 가득 채운 문어가 누군가의 속옷에 발을 뻗고 있었다. 문어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고 화나 보이거나 억세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쭉 뻗은 발은 위협적이었다.
주인공 금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아이이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빛나는 금이. 부모님의 금빛 보물이었다.
오빠에게는 어떨까? 네 식구가 등장하는 첫 페이지에서 금이를 향하고 있는 부모님과는 달리 오빠는 소파에 누워서 헤드셋을 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 하다. 금이의 시점에서 가족들을 동물에 비유할 때는 오빠가 원숭이로 묘사된다. 원숭이처럼 음식을 입 안 가득 넣고 먹어서이기도 하고 금이를 최고로 잘 웃겨주는 오빠이기 때문이란다.
그랬던 오빠가 어느 날 금이가 놀고 있던 방으로 들어왔다. 오빠는 금이가 알던 원숭이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동물이 방에 들어왔어."
금이는 지금껏 이런 동물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이런 공기를 느껴본 적도 없었기에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오빠의 낯선 모습에 질문을 던져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커튼을 치고 문을 잠그자 익숙하고 편안했던 금이의 방은 문어가 장악한 방이 되었다.
문어의 방.
숨을 곳이 없었고 이게 어떤 상황인지 물어볼 부모님도 계시지 않았다.
"금이는 나무 막대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러기 싫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문어는 명령하고 요구했고 금이는 그냥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말을 할 수도 아무 소리도 낼 수도 없었으니까.
마음이 아팠다.
나의 안전을 위협하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만났을 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싫어요. 안돼요."를 외치라고 가르쳐오던 이야기들은 말이 안되는 거였다.
문어의 방에서는 입이 문어의 것이었기에 아무 소리도 낼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몰랐던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쳐왔다.
금이 또래의 아이들만 그럴까? 아이도, 어른도, 여자도, 남자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누구나 공포심과 무력감에 사로잡히면 자기 힘으로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조차 없이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아니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이를 보니 그랬다.
금이의 얼굴에서 금빛으로 빛나던 생기가 사라졌다. 가장 안타까운 건 금이에게 이제 더이상 쉴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금이의 빛을 잃게 한 문어는 한 집에 있었고 그 문어로부터 숨을 곳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이 멀쩡하다는 듯 문어는 자리잡고 앉아 금이를 향해 웃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금이는 홀로 생각 속에서 혼란스러워 했고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며 괴로워했다. 책을 읽는 나도 같이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그러다 엄마와 단 둘이 집을 나서 차를 타고 이동할 때, 금이가 입을 열어 문어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런 일은 비밀로 하면 안 돼.
그런 비밀은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커.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 커다란 비밀을 혼자 오래 품고 살며 멍들고 곪아가지 않고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강하고 용기있는 엄마가 있어서 금이는 참 다행이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친족 성폭력은 타인에게서 당한 성폭력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이다.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 더 말하기 어렵고,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최소한의 공간도 집에서는 찾을 수 없으니까. 형제자매간에 벌어진 친족 성폭력이라면 부모님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부모이기에 이 일을 알게된 후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방법을 찾기는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로 인해 고통받고 있고, 말 못할 비밀을 품고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며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 아팠던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겠지만, 가해자를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어 자기 자신을 탓하며 자책하던 일을 그치고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해결해 주는 어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고마운 그림책.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수위 조절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금이와 같은 비밀을 품고 있을지 모르기에 앞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주제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작가님의 고통 및 슬픔 그리고 도전 정신이 느껴지는 책이였습니다.
저 역시 그림책 작가로서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고통받는 친구들을 위해 따뜻한 위로뿐만 아니라
반드시 나아가야 될 정확한 방안을 어떻게 그림책으로
표현할것인가가 가장큰 의문이였는데 책의 내용으로 확인해 보니
현실과 책임에 대한 시선이 잘 표현되어 있는거 같습니다.
해당 도서를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접하면서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위로 받았으면 합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책이면서도
여러번 심호흡 후 펼친 책이에요.
펼친 장면들에 덤덤히 때론 분노하며
부부 작가의 글과 그림의 섬세한 호흡과
신중하고도 자세한 심리묘사,
수만 번도 더했을 고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평화롭게 '금이' 곁을 채우던 인형들의 변화,
건강하고 빛났던 '금이'의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하던
순간부터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말 하던 때와 다시
돌아온 조금은 달라진 일상속
금이의 얼굴빛,
이어폰을 끼고 손에서 핸드폰과 리모컨을
놓치 않은 채, 쇼파 위에 앉아 눈과 입으로만
'우리 금이'를 외치는 아빠의 모습,
금이가 피해 입은 사실과 일어난 상황을 알고도
그 일에 대해서 들으려고도 말하려도 하지 않는
아빠의 다리 사이에 안전하게 보호 된 '가해자'를
볼 수 있는 집안 환경에선 분노가 일었습니다.
쉬쉬! 손가락으로 피해아동의 입을 가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의 여전히 수 많은 곳에서
자행되는 자의적, 타의적 입막음.
우리가 입에 올리기 어려워 하는 '친족 성폭력' 뿐만이 아닌
가정내 자녀에게 그 어떤 형태로 자행되는 폭력은
모두 피해자를 비밀로 가두는 '문어의 방'으로 밀어 넣는 때가 많죠.
우리나라를 비롯 여러 나라에선 쫄깃한 식감으로
사랑받는 문어는 서양문화권, 특히 북유럽 쪽에선
그 외형과 습성 때문에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
불리며 식자재로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선조들도 관혼상제의 상차림에 반드시 올리는
귀한 해산물로 여겼지만 문어의 습성에 대해선 거부감을 나타내며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문어 사랑’,
일제 강점기 징용으로 끌려간 조신인들을 가두는 집단수용소나
포로수용소의 독방을 ‘문어방’(文魚房)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북유럽 노르웨이 부부작가인 '그로 달레, 스베인 뉘후스'에
의해 그려진 문어가 이해가는 순간이였습니다.
부모에 의한 방임과 방치에 대한 사건,
멀리 가지 않고도 주변의 모습들을 목격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 올 때가 많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교통사고 같은 거야. 아이와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선한 사람은 예측 할 수 없는"
작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폭력의 시작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실과 비교하여 '판타지'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어른은 어른답게, 안전하게 아이를 돌봐야 함을,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탈출로에서 문을 열어 구해주는
어른이 될 수 있기를.
이 책이 더 많은 어린이와
더 많은 어른이 읽어
작가의 바람대로
100명의 더 나은 어른이 생겨나기를,
그리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비밀을 안은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편이 되어줄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민한 이성속에 다시 한번 무겁고 단단한 책임감을
세우게 되는 책이였습니다.
* 제이포럼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