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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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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30g | 128*188*20mm
ISBN13 9791160077650
ISBN10 1160077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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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게도 아무리 대충 나누어도 나는 어느 틈엔가 하류층에 들어가 있다. 통통한 체형에 공부와 운동은 평균보다 좀 아래 아니면 바닥에서 조금 위. 각각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여러 개가 더해져 ‘에나 유키’가 되는 순간, 어떠한 법칙이 발동해 이세계로 날아가는 라이트노벨 주인공처럼 나는 하류층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날아간 이세계에서도 용사나 마법사가 되는 일은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나다.
아무리 아등바등해봤자 신의 섭리처럼 나는 하류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욱 두려운 건 아마도 이 법칙이 사회에 나가서도 이어지리라는 사실.
--- p.11 「샹그릴라」 중에서

우울한 미래를 전부 리셋해준다면 소혹성이든 뭐든 떨어지면 좋겠다. 출구 없는 미래를 통째로 쾅 하고 단번에 전부 날려주면 좋겠다. 그렇게 이따금 울화통이 터지는 건 나뿐일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을까?
--- p.46 「샹그릴라」 중에서

옛날에는 조금 더 멀쩡한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숙제를 할 때 술에 취한 아버지가 교과서를 찢지 않는 집. 공부해봤자 쓸모없다고 머리를 쥐어박지 않는 집. 급식비를 내어주는 집. 거의 모든 반 아이들이 누리는 ‘평범함’을 어째서 나는 누릴 수 없는 걸까? 화가 날 때마다 하늘에 침을 뱉었고, 그것도 결국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 깊이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운이 나빴다. 그뿐이다.
--- p.177 「퍼펙트 월드」 중에서

“난 절대로 겁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어. 앞으로 열흘, 후지모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난 강해져야 해. 뭐, 끝까지 지켜주지는 못하겠지만.”
“너는 안 무서워?”
“당연히 무섭지.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보다 나는 내가 훨씬 좋아졌어. 예전 세상은 평화로웠지만 언제나 어렴풋이 죽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태연하게 내뱉는 말의 무게에 가슴이 막혔다.
“지금은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앞으로 열흘밖에 없어. 슬프고, 무섭고, 최악이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 괜찮게 변한 것 같아. 세상이 그대로였다면 오래 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런 마음은 모른 채로 죽었겠지.”
--- p.286 「엘도라도」 중에서

영화처럼 미국이 소혹성을 어떻게든 해치워서 세상이 다시 평화를 되찾고, 나는 그 안에서 화려하게 목숨을 끊어 영원히 회자되는 가희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은 소설이나 영화 같은 구원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잖아, 다들 조금 더 행복한 줄 알았다. 그 안에서 나만 홀로 쓸쓸하게 사라지기는 싫었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할 최고의 죄악과 사랑을 손에 넣은 여신으로, 세상이 가치를 인정하는 행복의 형태에 흠집을 내서 뚜렷하게 기억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이 세상은 대체 뭐지?
다들 사실은 별로 행복하지도 않고, 황폐했던 것 아닐까?
--- p.342 「마지막 순간」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한 달 후, 소혹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갑작스러운 멸망 선언에 고등학생인 소년 에나 유키는 특별히 절망하지 않는다. 학교 폭력 피해자로 이미 충분히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깡패 메지카라 신지도 마찬가지. 사회에선 아무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아, 살인 청부까지 자포자기해 받아들여 저지른 마당에 지구 멸망 선언은 어이없기만 하다. 또한 미혼모와 거식증에 걸린 인기 가수까지, 망한 인생의 표본 같은 사람 넷이 멸망 이전 마지막 한 달을 보내는 기묘한 희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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