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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감

: 울면서 걷기, 넘어지며 자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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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10g | 130*200*20mm
ISBN13 9788954693516
ISBN10 895469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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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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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어떤 속성은 유장한 시간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결코 익숙해지질 않아서,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나는 정말 기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여전히 세계는 온통 슬프고, 나는 울면서 걷고 있다. 그래도 걷고 있다.
---「프롤로그」중에서

그래서 소설을 썼다. 소설로 쓴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쓴 소설이 교내 문학상을 받아 교지에 실리게 됐다. 학교 건물 곳곳에 비치된 신문을 보며 나는 앞으로도 내가 이걸 계속 원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쓰는 사람. 그리고 읽히는 사람.
---「누구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중에서

열심히 갚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맛있는 걸 많이 먹여주고, 멋진 것들을 사주고,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며, 받는 사랑 말고 주는 사랑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뒤에야, 지난 사랑의 부채감에서 벗어날 수도, 그 추억들에서 해방될 수도 있을 테다.
---「다음엔 내가 살게」중에서

나는 ‘재주’ 같은 거 말고 ‘재능’이 갖고 싶었다. 그럭저럭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것 말고, 아주 자연스럽게 갖고 태어나 그것이 아니면 다른 수가 아무것도 없는, 말하자면 강력한 운명 같은 것.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압도적인 것. 그리고 가능하면 그 재능이 아주 눈부신 종류의 것이어서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챌 수 있었으면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존재가 너무 시시한 나머지 아무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모를 것 같았다.
---「넌 자라 독후감 쓰는 일을 하게 될 거야」중에서

“실망시키지 않아줘서 고맙다”라는 L 선배의 인사는 ‘실망시키지 마라’라는 당부처럼 들렸다.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잘하고 싶어졌다. 다수의 가당한 지지보다, 딱 한 사람의 지지가 어쩌면 더 무겁고 귀한 것이다.
---「딱 한 사람만 믿어줘도」중에서

허물까지 사랑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미워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좋아하는 마음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사랑해서 미워하는.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사랑하는데도 미워하는. 그럼에도 결국에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내가 문학을 좋아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해서, 문학이 더 나은 무엇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끈질기게 변화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라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결국엔 문학이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중에서

자식은 어느 순간 엄마보다 멀리 간다. 엄마로부터 멀리 간다. 엄마가 모르는 것들을 배우고, 엄마가 모르는 것들과 사랑에 빠진다. 내가 온갖 문장들에 밑줄을 그으며 ‘나’라는 사람을 정체화해나가는 과정은 동시에 엄마로부터 멀어져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엄마가 신문을 읽으며 평생 관심 가져본 적 없던 해외 작가의 작품과 예술영화에 밑줄을 그었던 것은 그렇게 멀어져가는 자식과의 간격을 좁혀보려는 안간힘이었을 것이다.
---「나를 키운 밑줄」중에서

나는 대단히 도전적이지도 모험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가능성 있는 존재이고 싶기도 했다. 늘 새롭게 발견되는 존재이고 싶었다. 나는 평범하게 나인 채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해내며 마흔아홉 살까지 회사에 다니고 싶었다.
---「제가 마흔아홉 살까지 회사 다닐 팔자라고요?」중에서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어쩌면 진짜 필요한 건 일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갱신하는 평범한 책임감일지 모른다.
---「내가 기레기들을 사랑해서」중에서

삶은 결코 내가 알던 박자로만, 익숙한 공으로만 저글링할 수 없었고, 이미 아는 길로만 달릴 수도 없었다. 때로는 새로운 공을 인생의 박자에 끼워 넣어야 하기도 했고, 낯선 길을 택해 가야 하기도 했다. 낯설지만 어쩌면 나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줄 수도 있는 길을 택하는 일. 그게 바로 성장의 다른 모습일지도 몰랐다.
---「넘어지며 자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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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이따금 찾아가던 카페 중에 ‘십년후’라는 곳이 있었다. 그때는 만나려면 전화로 미리 약속해야만 했다. “십년후에서 만나”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희미한 떨림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십 년 후에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때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그리고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책에도 나와 있다시피 십 년 전, 나는 한소범씨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편지에는 “저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겸허한 배움의 순간들을 지나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지난 십 년간 그는 무엇을 잊지 않으려고 했고, 또 무엇을 잊으려고 했을까?

그런 궁금증이 이 책을 펼치게 했다. 청춘의 기억은 저마다 치열해 다 내 것 같다. 이 글들을 읽으며 나는 십 년 후를 상상하던 이십대 초반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느꼈던 희미한 현기증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십 년이 흐르고 다시 만난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십 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으니 다만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고. 나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청춘의 기억들이다.
- 김연수 (소설가, 시인)
이 책은 성실히 쓴 직업 에세이이자 ‘사랑했고 떠나온 세계’를 돌아보며 쓴 아름다운 성장 에세이이다. 내게는 무엇보다 자신의 쓸모에 대한 의심으로 밤낮 골몰한 이의 분투기로 읽혔다. 멈추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를 추동하는 열정 같은 것이 있다. 딱 그만큼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가 내린 선택의 총합이 나라는 걸 마주하는 두려움도 있으니까. 그 마음들의 대결이 재능과 기회, 돈과 관계, 사랑과 우정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게 좋았다. 결국 그것들이 삶을 구성하니까. ‘하고 싶은 일’에서 ‘해야 하는 일’로 건너가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내 세계를 새롭게 확장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어떻게든 살아보지 않으면 해소할 수 없겠지. 나는 이 책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인생에 거센 바람이 불 때 그 바람에 날려가지 않기 위해. 또는 그 바람을 타고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 강윤정 (문학편집자, 유튜브 채널 <편집자K>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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