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경이인 자연의 소리를 과학적으로 재조명하는 이 통찰력 넘치는 책은 요란한 인간의 진보가 우리를 침묵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다._2023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 선정 평
전작은 위대한 시인-과학자의 출현을 암시했다. 이 책에서 지은이의 섬세한 과학적 관찰은 야생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더욱 강력해졌다._〈뉴욕타임스〉
지구는 노래하고 울리고 윙윙거린다. 지구는 어쩌면 우주에서 유일한 음악 행성이다. 매혹적인 책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에서 지은이가 말하듯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행운이자 엄중한 책임이다._《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해스컬은 특이한 천재와도 같은 존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에 섬세한 관심을 기울이는 선승과도 같은 능력 그리고 소수의 과학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서정적 글쓰기 스타일로 미국 최고의 자연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_《아웃사이드》
사라져가는 지구의 사운드트랙에 대한 감동적인 찬가 … 지은이는 소리를 내는 존재와 듣는 존재 사이의 무한하고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아름답고 탁월하게 추적한다._〈가디언〉
해스컬의 글은 현대 자연 글쓰기에서 독보적이다. 그는 자연에 관한 유쾌한 시를 쓰고, 그가 정성스레 빚어낸 문장은 독자들을 오래도록 매료시킨다._《Chapter16.org》
생명의 노래에 대한 즐거운 찬미… 역사, 생태학, 생리학, 철학, 생물학을 천의무봉으로 엮어내는 지은이는 새와 곤충, 바람과 바다, 인간의 소리와 악기가 만들어내는 유쾌한 불협화음에 찬사를 보낸다. 지은이는 ‘생태계의 침묵’이 개인을 고립시키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생명의 생태적 회복력과 진화적 창의성을 약화시킨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_커커스 리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부서진 관계를 복원하는 생물학자의 대서사시
2023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작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35억 년의 침묵을 깬 생명의 ‘소리’가 이 지구상에서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다룬다. 세포막에 생긴 작은 털(이 섬모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의 진화에서부터 최초의 소리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귀뚜라미 화석, ‘육지 혁명’으로 불리는 백악기 꽃식물 진화와 곤충 다양성의 폭발 그리고 날개의 진화, 포유류 인간에게 음성을 선사한 목뿔뼈의 진화 등 이 지구가 온갖 다양한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게 된 굵직한 진화적 사건들을 다룬다. 그뿐만 아니라 동물의 소리와 성적 신호, 번식 과시가 어떻게 미적 경험과 결합하는지 생물학적 시각에서 파헤친다. 다음으로 책은 인간의 언어와 음악이 과연 다른 동물 종의 소리와 다른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구석기 시대의 뼈피리에서부터 현대의 악기와 음악 연주회장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음악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음악이 생물 종의 소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이라는 단일 종이 내는 소음에 의해 잠식당한 지구의 소리 경관이다. 숲과 바다와 도시를 지배하는 인간의 소음으로 침묵당하는 생물 종의 현실 그리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고립과 단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명의 소리는 경이이자, 창조이며, 치유이다.
물과 돌과 바람 소리밖에 없었던 지구에서 소리를 내는 생물 종의 출현은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다. 생물 종은 소리로 소통하고, 포식자를 피해 생존을 도모하며, 번식을 위해 짝에 구애한다. 개구리의 울음은 공기의 진동을 일으키며 퍼져나가, 이것을 듣는 다른 개구리 관객의 유전자와 몸과 신경계에 새겨진 지식을 깨운다. 그리고 그 개구리는 이 소리를 듣고 이해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생명 진화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는 원동력이 바로 성적 과시와 미적 경험의 공진화였음을 보여준다. 번식기의 암컷 개구리가 수컷의 구애 노래를 듣고 성적 선호를 표현하고 번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가 언어로 소통하고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의 지저귐, 개구리의 개굴 소리, 곤충의 날갯소리와 우는 소리, 심해 터널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음성과 노래를 전달하는 고래의 노래, 소통을 위한 인간의 언어와 음악은 본질적으로 같다. “음악은 다른 존재와의 연결을 통해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우리 내면의 능력을 일깨우거나 키운다. 이것은 수억 년간 동물계에서 소리가 맡은 역할이었으며, 지금은 인류라는 종이 자신과 타인의 몸, 감정, 생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험 중 하나로서 표현된다.”(381쪽) 소리라는 생생한 감각 경험이 성적 선호와 번식, 진화와 생존, 아름다움의 경험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연결 그리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성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논리가 강렬하고 신선하다.
단절과 고립, 개인주의와 윤리적 허무주의 그리고 감각적 소외의 시대
코로나 19 봉쇄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고 산업 활동이 느려지자 지질학자의 지진파 장비에는 일찍이 본 적 없는 것이 발견되었다. 바로 전례 없는 ‘지구적 고요’였다.(478쪽) 이 거대한 재앙은 인간이라는 단일 종이 만들어낸 소음이 얼마나 지배적인지 또 다른 수많은 생물 종의 음성이 침묵 당하고 있는지 알게 했다. 인간의 문명은 다른 생물 종으로부터 높이 쌓은 벽에 다름 아니었다. 인간이 만든 문명과 도시 안에서 누리는 풍요는 파괴와 빈곤의 다른 면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 다른 종, 우리를 지탱하는 땅으로부터 감각적으로 거의 완전히 고립된 채 살아간다.”(426쪽) 소나무 농장에서 온 종이 펄프나 보르네오 숲에서 온 목재를 쓰는 우리 소비자는 자기가 쓰는 제품이 어디서 왔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심지어 먹고 마시고 쓰는 것마저도 그렇다.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의 유래는 내 몸이나 감각과 아무 관계도 없다.”(427쪽) 클릭 한 번에 배달되는 인터넷 쇼핑은 심지어 상인이나 가게 점원과의 접촉으로부터도 우리를 분리한다. 우리 현관문 앞에 배달된 택배 상자는 식민주의적 교역의 절정이요, 사람이나 땅과 맺은 살아 있는 관계의 흔적이 모조리 깎여나간 상품이다. 이러한 무지와 고립은 세계화된 교역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감각적 소외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는 윤리의 뿌리가 되고 방향을 알려주는 정보와 감각으로부터 감각이 단절된 채 떠다닌다.
이제는 우리와 함께 사는 다른 생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다른 생명과의 감각적 연결은 호기심, 책임감, 애정을 일깨워 고립되고 단절된 관계를 복원하고 치유한다.
“생물학을 공부하면서도 (다윈이 우리의 혈족이라고 가르친) 이 존재들의 ‘소리’를 들어보라거나 대화해보라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531쪽) 이것은 도전이자 반성이다. 대상으로서 다른 생물종을 해부하고, 수치와 그래프로 나타내며, 주변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소리에는 무관심한 인간중심적 태도에 대한 반성이다.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와 고립과 단절로 치닫는 위기의 지구를 치유할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지은이는 다른 생물 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지은이의 실천으로 가득하다. 에콰도르의 아마존 우림, 지구 역사상 최초의 소리를 냈던 것으로 알려진 고대 귀뚜라미의 화석이 발견된 프랑스의 시골 마을, 구석기 시대의 동굴, 현대의 음악 연주회장, 수많은 생명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보르네오 열대림, 수생생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강과 바다, 온대림, 전 세계 인구의 55퍼센트가 몰려 사는 대도시 … 지구의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마이크를 들이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지구의 바다를 뒤덮으며 오가는 선박에 의해, 석유를 탐사하기 위해 바닷속에 터트리는 에어건에 의해 물속에서 끊임없이 소음에 시달리는 수생 동물들의 고단함, 화재와 개간으로 사라져가는 열대우림에서 살 곳을 잃어가는 동물의 슬픔, 땅속 1킬로미터까지 침투하는 도시의 낮은 소음과 인종과 계급과 성적 차별이 녹아 있는 온갖 소음에 의해 침범당하는 도시인의 불쾌감은 서로 다르지 않다. 지구 역사상 오늘만큼 생명의 소리가 풍요롭고 다양한 적이 없으며, 그 다양성이 이토록 위협받은 적도 일찍이 없었다.(12쪽) 이 위기의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리 곁에 사는 생물 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가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우치게 한다. 다른 생명과의 감각적 연결은 호기심, 책임감, 애정을 일깨워 고립되고 끊어진 관계를 복원하고 치유의 길로 이어진다. 지은이의 야생의 소리에 대한 탐구는 고립과 단절, 개인주의와 윤리적 허무주의를 넘어서고 감각적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
45억 년 지구의 역사에서 생물 종은 다른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나’를 넘어 ‘너’와의 연결을 통해서 진화의 창조성을 발휘하고 생존해왔다.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한 지구에서 비관주의와 윤리적 허무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다른 존재에 귀 기울이고, 서로 감각적으로 생생하게 연결되는 데 있음을 지은이는 역설한다. “소리가 가치 있는 이유는 생성하기 때문이다. 옛 플라스마의 파동, 귀뚜라미와 고래의 노래, 새끼 멧새와 아기의 옹알이, 매머드 상아에 불어넣은 인간 숨결의 음. 이것들은 모두 창조 행위이다.”(5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