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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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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450g | 128*188*26mm
ISBN13 9791191803259
ISBN10 119180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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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요코에게서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 세 시간 전의 일이었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영 관심이 없는 와타루도 ‘중요한 이야기’가 유쾌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역시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내려는 걸까. 하지만 왜? 맞다, 성격 차이인지 뭔지 하는 그거 아닐까. 와타루는 콜라를 좋아하지만, 미요코는 홍차만 마신다. 와타루는 저백계의 탄탄면만 먹고도 살 수 있지만, 미요코는 꼬부랑말로 된 들어본 적 없는 요리를 좋아한다. 와타루는 사몬 가도로의 소설을 애독하지만, 미요코는 오로지 요코미조 세이시뿐이다…….

아니다. 3년간 지속된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니, 보다 심각한 이유이지 않을까. 미요코는 외모만 보면 여성 패션 잡지에 나올 법한 이미지지만, 비가 오는 날에도 바람이 부는 날에도 검도장에서 연습하고, 숄더백에는 독일어나 프랑스어로 된 어려워 보이는 책을 넣고 다니며, 머릿속으로는 항상 〈뉴턴〉이나 〈닛케이 비즈니스〉나 〈문예춘추〉 같은 잡지에 실린 것들을 생각한다.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 그렇게 노력해서 어디에 쓸 것인지 물어보자 미요코는 달관한 노파 같은 지르퉁한 표정으로 “다음 생은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짧은 인생을 대충 살았다며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후로 3년. 와타루도 미요코의 성향을 다소는 알게 되었다. 미요코가 초등학생 때까지 살았던 오카야마 현의 산골 마을은 어떤 사정이라도 있는지 미요코는 그곳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미요코가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유는 도쿄에서 여러 지식과 인맥을 얻어 고향에서 떨어진 땅에 자신의 뿌리를 넓히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것이 와타루의 추측이었다. 그런 미요코와는 정반대로 와타루는 21년간 노력과는 담을 쌓고, 다음 생에 큰 기대를 품고 살아왔다. 이래서는 교제 상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미요코도 그 사실을 깨닫고 만 것이리라. 와타루는 캔맥주를 들이켜서 뇌를 술로 절인 후에 나카노 역 앞의 저백계로 발길을 옮겼지만, 그곳에서 와타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커밍아웃이었다.
--- p.15~16

“일곱 명의 피해자에게는 화상 말고도 상처가 있었나요?”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던 것 같은데요.”
“묶인 듯한 흔적은요?”
“없었어요. 왜 그러시나요?”
우라노는 잠시 생각한 후에 본당 문을 가리켰다.
“이 문에는 자물쇠가 없어요. 본당에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자유로웠을 테죠. 그뿐 아니라 경내에는 연못이 있습니다.”
일동이 오른쪽 연못을 바라보자, 잉어가 뛰며 첨벙 소리를 냈다.
“제가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면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곧장 바깥으로 뛰어나왔을 거예요. 경내 밖으로 도망칠 힘까지는 없다고 해도 연못에 뛰어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상처도 없고 묶여 있지도 않았는데 왜 도망치지 않은 걸까요?”
“흠. 듣고 보니 그렇네요.”
이누마루 순경은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 p.36

“그러던 중, 산 건너편 마을에서 마을 사람이 패주 무사를 숨기고 있던 게 들통났지. 모리의 군대는 마을 사람들을 무참하게 벤 후에 불을 질러서 전부 죽였어. 이 소식을 듣고 기지타니 사람들은 결국 마음을 바꿔 먹었지. 패주 무사들에게 독주를 먹이고 몸을 마비시킨 후에 숙소에 불을 질러 열여섯 명을 불태워 죽인 거야.”
도도메장의 텔레비전에서 본 불타는 간노지의 영상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로쿠구루마는 이 이야기가 특기인 듯, 청산유수처럼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에 귀신이 있다! 불타는 숙소 안에서 패주 무사의 대장은 그렇게 외쳤다고 해. 같은 해, 기지타니는 큰 가뭄을 맞게 되지. 역병이 만연하고 원인 불명의 화재가 연이으며 논밭을 태웠어. 패주 무사의 저주를 두려워한 마을 사람들은 간노지에 음양사를 불러서 구나 의식을 행했지. 그러자 재앙은 멈췄고, 마을에 평온이 되돌아왔어.”
와타루는 침을 삼켰다. 기지타니 사람들은 450년 전부터 불로 사람을 죽이고, 불을 겁내며 살아왔다는 말이 된다.
“간노지에서는 지금도 구나 의식을 행하고 있죠?”
“맞아. 하지만 과거에 한 번, 사람들이 군대에 끌려간 탓에 인원이 부족해서 의식을 치르지 못한 해가 있어. 그게 바로 1938년, 쓰케야마 사건이 일어난 해지. 어르신들이 패주 무사의 저주를 믿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
--- p.75~76

“경찰차를 배웅한 후, 병원 앞 거리로 나섰다.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까 주변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숨이 멎었다.
진료동과 입원동을 연결하는 복도 창문에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침착하지 못한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며 빠른 걸음으로 입원동으로 향했다.
“…….”
그 순간, 맛본 적 없는 흥분을 느꼈다.
기지타니에서 본 광경, 귀로 들은 말, 알게 된 지식이 퍼즐처럼 연결되며 예상외의 조각이 완성되었다.
범인은 저 남자다.
--- p.100~10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전국시대 때 마을로 도망쳐 온 패주 무사를 살해한 외딴 마을 기지타니. 그날 이후 마을에 역병이 창궐하고 불운한 일이 잇따르자 마을 사람들은 음양사를 불러 액막이 의식을 행한다. 마을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온다. 전쟁통에 미처 의식을 치르지 못한 1938년, 하룻밤 사이 주민 30명이 살해당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오늘날, 이 저주받은 마을에서 또다시 여섯 명이 사망하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이에 수사를 위해 기지타니 마을을 찾은 탐정 우라노 큐, 그리고 조수 하라다 와타루. 일본어로 창자를 뜻하는 ‘하라와타’가 별명인 그는 우라노 큐가 잠시 다른 사건을 맡아 자리를 비운 사이, 범인으로 보이는 남성을 추적하고 자신의 추리를 밝힌다. 그러나 우라노 큐가 돌아와 추리의 맹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추리를 제시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진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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