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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리뷰 총점9.1 리뷰 13건 | 판매지수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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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36g | 153*224*30mm
ISBN13 9788990024817
ISBN10 899002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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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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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사드 카하트 Thad Carhart
오랜 기간 프랑스에서 살았다. 예일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을 다녔으며,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연예사업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12년 전 유럽으로 돌아갔다. 현재 파리에서 사진작가인 아내 시모 네리와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피아노, 돌아가보고픈 유년의 추억
- 도서1팀 최세라 (rasse@yes24.com)
어린 시절, 남자라면 태권도 학원을, 여자라면 피아노 학원은 한번쯤 가봤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들어본 친구들의 경험담은 엄마의 손에 끌려가 흥미없이 시작하고 억지로 좀 다니다가 흐지부지 그만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돌이켜보면 학원 간다고 나서 친구와 실컷 놀다가 시치미 떼며 들어오거나, 피아노는 정말 내게 맞지 않으니 차라리 미술 학원을 다니겠다며 괜한 트집을 잡곤 했다. 그래도 간신히 취미를 붙여 좀 배워볼라치면 그때의 선생님은 또 왜 그리 엄하고 무서웠는지 간혹 손등을 맞고 돌아와 다시는 가네 안가네 엄마와 실갱이가 벌어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참으로 오래된 옛 일이 되어 버린 그 시간들. 피아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자 향수며, 유년을 함께 한 아련한 존재로 남아 있다.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은 바로 그 유년시절을 마치 어제처럼 끌어당겨 주는 책이다. 주인공 사드 카하트는 회사일로 파리에 왔다가 이곳에 눌러 앉아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두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산책 삼아 조금 돌아서 집에 오는 길에 우연히 '데포르주 피아노:공구,부품'이라는 작은 가게를 발견한다. 주인을 기다리는 멋스러운 피아노 몇 대와 까칠한 주인장과의 짧은 대면은 그의 호기심과 자존심을 동시에 자극한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주인장 뤼크와 친구가 되는데 성공, 작은 피아노 공방의 신비스러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도도하고 예민한 공방 주인장 뤼크는 소장하고 있는 모든 피아노의 역사와 배경, 만든 사람과 방법, 피아노마다의 소리 차이와 그에 어울리는 연주곡, 심지어 피아노를 소장했던 주인의 성격과 습관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 탁월한 피아노 전문가다. 아는 사람의 소개를 통해서만 피아노를 판매하는 100% 고객 맞춤 서비스로 수줍음 많고 충성스런 단골 매니아 고객들이 많다. 이들은 가끔 파리의 노을을 등지고 앉아 피아노, 혹은 피아노와 얽힌 아주 사적인 사연들을 서로 공유한다. 죽은 남편이 자주 연주 해 주던 그 곡, 사랑하는 가족의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았던 곳, 덩치 큰 애물단지와 함께 이사하던 추억들을…

"어떤 피아노를 살까 고민할 때 피아노에 우리 자신의 많은 부분을 투사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당연히 그렇게 되죠. 그게 피아노의 아름다움 아닌가요.이건 벽장에 넣어둘 수 있는 플루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가 아니거든요. 우리는 피아노와 함께 살고, 피아노도 우리와 함께 살죠. 이건 덩치도 커서 무시해버릴 수가 없어요. 마치 가족의 한 사람처럼 말이에요. 따라서 딱 맞는 것이어야 해요!"

파리지엔들의 소소한 일상, 피아노에 얽힌 잔잔한 감동과 함께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뤼크와 사드의 전문 지식은 놀랍도록 빛난다. 그들의 수다 덕분에(말은 좀 많은가) 삼익과 영창이 전부였던 내가 에라르, 슈팅글, 뵈젠도르퍼 등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고, 업라이트 피아노와 그랜드 피아노의 장단점을 알게되었다. 실로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당분간 피아노학원에 다닐 일도, 새삼스레 정자세로 앉아 음악이론서를 읽을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지식도 쌓는 독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내가 독립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10년 넘게 함께 산 피아노를 팔았고, 예상보다 중고가를 많이 받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커서는 오히려 공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되던 짐이었는데 그 소식을 들으니 전화기 너머로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다음에 가서 보니 왠일인지 악보는 버리지 않고 남아 있어서 완전히 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라는 느낌에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는 다시 내 가족으로 입양 해 우리 집 정중앙에 앉혀주리라. 파리가 아닌 서울에서도 뤼크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가끔씩 중고 피아노 가게를 기웃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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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공방에 갈 때는 진짜로 악보를 들고 갔다. 뤼크는 내가 악보대에 악보를 올려놓는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남들 앞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 늘 불편했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은 달랐다. 뤼크가 있는 것이 격려가 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함께 수많은 피아노 사이에서 이 악기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10분쯤 쳤을 것이다. 내가 상당히 잘 아는 곡들이라 악보를 보고 연주하면서 귀도 기울일 수 있었다. 베토벤의 바가텔 몇 곡, 슈만의 아이들을 위한 곡 몇 곡, 모차르트의 초기 판타지.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슈팅글의 공명은 맑은 동시에 강건한 음색으로 방을 가득 채웠다. 이 독특한 피아노를 소유하고, 매일 보고 연주하고,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자 뿌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솟구쳐 올랐다. 오호라, 이게 일종의 사랑이로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내 감각들은 사랑의 대상을 증폭하고 고양했다. 조바심 없이 자발적이고 뜨거운 마음으로.
나는 연주를 마치고 뤼크를 돌아보았다. 아마 내 얼굴에 기쁜 표정이 드러났나보다.
“자신만의 피아노를 발견한 것 같군요.” 뤼크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성공을 거둔 중매쟁이가 자신의 솜씨를 기뻐하고 있었다. ---p.49~50

응접실에서 내가 피아노를 두고 싶어하는 구석자리를 가리키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문도 없고 복도도 없군. 빨리 할 수 있겠네요.”
“직원들이 조립을 하는 데 뭐 특별히 필요한 게 있나요?” 나는 갓돌 쪽에 세워둔 트럭에 적어도 서너 명이 피아노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슨 직원?”
“그러니까…… 어, 피아노를 어떻게 여기까지 올릴 건가요? 층계에 경사로를 설치하나요?”
“평소에 하던 대로 올릴 거요. 나를 믿으쇼. 늘 하는 일이니까.”
그러더니 그는 여윈 청년과 함께 층계를 내려갔다. 현관문은 활짝 열어놓은 채였다. 2분도 지나지 않아 마당에서 칙칙폭폭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창밖을 보니 거대한 검은 덩어리?다리를 뗀 피아노였다?가 조약돌들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슴이 통 같은 사내가 어깨에 옆으로 지고 있었다. 조수가 뒤를 따라왔다. 피아노 꼬리에 손을 댔지만 그 엄청난 무게는 전혀 나누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열린 현관문에서 발을 멈추었다. 피아노의 뒤쪽 끝을 현관매트에 내려놓았다. 나는 얼른 층계를 달려 내려갔다. 방금 내 눈으로 본 광경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도대체 어떻게 층계를 올라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이 든 남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피아노는 널찍한 갈색 가죽 띠로 그의 등에 묶여 있었다. 띠는 오랜 세월 땀에 절어 시커멓게 반들거렸다. 띠는 어깨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겨드랑이로 들어간 다음 피아노를 한 바퀴 돌았다. 캐비닛 옆면의 곡선을 그리는 부분이 그의 오른쪽 어깨에 놓이고, 뭉툭한 꼬리는 땅에 닿았다. 사내는 가쁘게 숨을 쉬었다.
“설마 둘이서 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내가 좀 도울까요?”
“보쇼.” 사내는 가쁘게 숨을 쉬며 더듬더듬 말했다. “내가 늘 고객들한테 하는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우리 일 좀 하게 저리 좀 비켜서 계쇼.”
나는 층계를 달려 올라갔다. 두 사람이 그 엄청난 무게와 거대한 덩치를 어떻게 층계 위로 올리겠다는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아래쪽에서 쉰 목소리로 박자에 맞추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으랏차!”

나이 든 사내는 뒤의 띠들 속으로 몸을 기댔다가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거의 300킬로그램에 달하는 피아노의 무게가 다시 온전히 그의 등에 놓였다. 사내는 층계를 올라오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올라왔다. 나는 겁에 질린 채 매혹되어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도울 힘은 없었다. 피아노 때문에 그의 몸은 잔뜩 앞으로 굽었다. 띠들은 살 속으로 사라졌다. 셔츠를 거쳐 그 아래 근육과 뼈까지 깊은 골을 팠다. 젊은 남자는 뒤에서 아무것도 안 들고 피아노 꼬리만 쥔 채 그것을 밀며 올라왔다. 옛날 비행기의 질질 끄는 꼬리 바퀴가 떠올랐다. 그 유일한 기능은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층계를 3분의 1쯤 올라왔을 때 남자는 걸음을 멈추었고, 굽은 자세에서 약간 허리를 폈다. 피아노 덩어리가 가볍게 좌우로 흔들리자 위태로워 보였다. 곧 우리 층계에서 벌어질 특이한 참사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피아노가 내려가면, 이 사내도 딸려갈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말 그대로 짐에 묶여 있었다.
사내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최대한으로 힘을 쓰는 짐 끄는 짐승 같았다. 이어 허리를 조금 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숨을 빠르게 들이키더니, 뒤의 띠들 속으로 기댔다가 다시 층계를 올랐다. 꼭대기를 앞두고 한 번 더 이런 광경이 되풀이되었다. 층계를 더 올라왔기 때문에 그만큼 더 무시무시했다. 젊은 남자의 위치는 위험했지만, 마치 만화를 보듯 희극적으로 느껴졌다. 만일 피아노가 미끄러지면 그 즉시 깔려버릴 판이었다.

마침내 정상에 이르자, 피아노 꼬리가 다시 내려갔다. 내 앞의 남자는 땀을 흘리는 근육과 튀어나온 핏줄로 이루어진 시뻘건 덩어리로 변신했다. 너무 오래 쉬면 그에게 힘을 주는 이상한 주문이 깨지기라도 할 것처럼, 불과 몇 초 뒤에 사내는 다시 피아노의 캐비닛 전체를 들어올리더니 방을 가로질렀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아파트가 세차게 흔들렸다. 사내는 구석에 피아노를 옆으로 뉘어놓았다. 즉시 젊은 남자가 달려와 드러난 밑면에 다리 두 개를 달았다. 그러자 나이 든 사내는 조수가 서둘러 세 번째 다리를 다는 동안 피아노를 들어올려 수평으로 세워놓았다.

층계바닥에서 시작하여 피아노가 세워지기까지 아마 3분쯤 걸렸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그들과 어떤 중요한 인생경험을 공유한 듯한 느낌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위업 가운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p.53~56

얼마나 놀라운 악기인가. 거미처럼 가느다란 다리로 버티고 있는 새까만 덩어리. 캐비닛 덮개의 관능적인 곡선은 닫아 놓으면 섬세하면서도 엉뚱해 보였다. 그러나 아! 덮개를 열고 황금, 붉은 펠트, 은색 현으로 이루어진 보석상자를 드러냈을 때의 전율. 기계적인 것과 관능적인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롭게 결합되어 있었다. 늘씬한 막대기에 받쳐진 뚜껑이 그리는 45도 각도는 가는 다리에 받쳐진 육중한 캐비닛이 빚어낸 긴장을 되풀이했다. 우아한 버팀목으로 지탱하는 무게. 그것은 중력이 승리를 거둘 경우 다가올 재앙을 은근히 위협적으로 암시하고 있었다. 그 자신만만한 구조 때문에 더욱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p.57~58

그다음부터 나는 화요일에 몇 번 파머 부인이 관장하는 학교 교회 성가대를 위해 찬송가를 쳤다. ---p.중략) 이어 부인은 내가 큰 소리로 연주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치며, 내가 건반을 두드리는 동안 치커링의 옆면을 쳐댔다. 부인의 얼굴은 기독교인의 분노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카하트, 물속에서 치는 거냐? 잘 안 들려! 이런 큰 피아노는 큰 소리를 내라고 있는 거야!”

넉 주가 지나자 나는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마침 축구연습을 하다가 왼손 검지를 벴다. 대단치는 않았지만 겉을 벤 상처가 가끔 그렇듯이 피는 많이 나왔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는 반창고를 붙이고 합창연습에 갔다. 찬송가를 두어 곡 치고 나자 부인은 어떤 소년이 저음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다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피아노 건반 아래쪽에 두 손을 집어넣고 반창고를 벗긴 다음 손가락을 힘껏 눌렀다. 이윽고 따뜻한 액체가 느껴졌다. 나는 반창고를 헐렁하게 붙여놓고 기다렸다.

“좋아, 저기 보스턴에도 2절이 들리게 하고 싶어! 카하트, 우리한테 힘을 좀 줘!”
최대 음량으로 화음을 대여섯 번 때리자 반창고가 날아가고 피가 터져나왔다. 파머 부인은 앞에 있는 소년들의 정신을 눌러 뭉개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침내 부인이 그 소년들의 얼굴에서 뭔가를 읽었다. 부인은 “돌런, 도대체 왜 그래?” 하고 소리치다가, 돌런의 시선을 따라서 건반 쪽을 보았다. 나는 계속 연주를 했다. 당연히 손가락이 아팠고, 시야의 구석으로 저음역의 상아들이 흰색보다는 붉은색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카하트, 맙소사, 내 피아노에 피 흘리지 마!”
나는 충격을 받은 척하며 물이 새는 수도꼭지처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보았다. 나는 일어서다가 흰색과 검은색으로 수를 놓은 덮개가 덮인 근처의 발판에도 피를 흘렸다. 그것으로 나의 구원은 완성되었다.
“나가! 양호실로 가서 치료를 받아!”
의사는 꿰맬 필요는 없고 반창고나 다시 붙이면 된다고 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성가대 의무를 영원히 공식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다른 사람들의 요구나 기대는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심지어 다음 해에 대학에 간 뒤로는 레슨도 중단했다. 그러나 피아노와 마주칠 때마다 건반뚜껑을 여는 일은 계속되었다. ---p.126~128

건반을 덮는 상아를 얻느라 최근까지 얼마나 많은 코끼리가 죽어야 했을까? 가장 확실한 대답은 ‘너무 많이’다. 그러나 상아를 얻기 위한 코끼리의 무차별 학살이 피아노 애호가들의 마음에 부담을 준 것은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19세기 말에 여성의 모자에 꽂던 극락조 깃털 같은 문화적 자만 가운데 하나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아주 정상적인, 나아가 필수적인 일로 여겼다. 현재는 금지법이 통과되고, 코끼리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합성수지가 개발되었다. 이 합성수지는 외관과 촉감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상아와 다르다. 많은 피아니스트들, 특히 연주회를 자주 하는 연주자들은 상아를 더 좋아한다. 상아가 폴리머를 기초로 한 대체물보다 손가락의 땀을 잘 흡수하고 느낌이 ‘더 부드럽다’는 것이다. 이런 실용적인 면 외에도 진짜 상아의 겉모습은 첫눈에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천연재료는 그 결이 미세하게 불규칙하며, 세월이 흐르면 노랗게 변색되는 경향이 있고, 오래 치면 건반 상단이 둥글게 마모된다. 합성수지는 하얗게 보이며 변색도 되지 않고, 마모도 거의 되지 않는다. 상아 건반이 의문의 여지없이 아름답고 개성이 가득하지만, 지난 200년간 코끼리 무덤 위에 쌓인 수백만 대의 피아노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서구문화의 다른 많은 것과 함께 피아노도 지구 전역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식민주의가 아무런 문제제기를 받지 않던 시절 피아노는 아마존 강을 따라 올라가고, 사하라 사막을 넘고, 미국 서부의 변경 정착지에 들어갔다. 피아노는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반면 수명은 길어, 초기 피아노들 다수가 이런저런 형태로 살아남아 있다. 피아노의 선교사적 지위를 보여주는 궁극적 증거는 현대 피아노 가운데 단연 가장 많은 숫자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야마하, 가와이, 영창, 삼익, 동베이. 이 모두가 익숙한 상표이며, 점차 존중을 받고 있다. 일본, 한국, 중국은 피아노 생산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다. ---p.146~147

나는 뤼크에게 내가 들은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귀스타프 에펠은 1889년 에펠탑이 완공된 직후 그 꼭대기에 있는 자신의 작은 숙소에 들여놓은 플레옐 업라이트를 조율하려고 조율사를 불렀다. 조율사가 꼭대기로 올라가려 하자 밑에서 입장료를 내라고 했다. 그는 돈 내기를 거부하고 바로 돌아가버렸다.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고 분개한 것이다. 「르 피가로」는 조율사에게 우호적인 태도로 이 일을 기사로 다루었다.

뤼크는 깔깔 웃더니, 요즘 조율사들의 가장 특이한 점은 침대에서 고객들과 노는 거라고 말했다. 사실 배관공이나 우편배달부를 주인공으로 한 이와 비슷한 맥락의 농담은 조율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들은 낮에 집을 찾아오며, 집에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있어야 하고, 일은 복잡하고, 보통 사람에게는 낯설다. 게다가 고객은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런 공식을 말했더니 뤼크는 평소처럼 실용적인 태도로 말했다. “그럼요, 어떤 조율사들은 사실 15분이면 끝날 일인데 네 시간씩 있다 오기도 하죠. 그렇다고 피아노를 광이 나게 닦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친구들은……”?뤼크는 손바닥을 밖으로 펼치며 어깨를 으쓱했는데, 이것은 세상은 변함없이 이상한 곳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프랑스인의 보편적인 몸짓이었다?“돈을 못 벌죠.” (200

뤼크는 오래전 어떤 과부가 팔려고 내놓은 피아노를 감정하러 갔던 일을 들려주었다. 아름다운 플레옐 그랜드였다. 뤼크는 액션과 소리를 시험하려고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주인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해요.” 여주인은 흐느끼며 말했다. “남편이 나를 위해 그 곡을 연주하곤 했거든요.”
음악과 기억. 이 둘이 결합되었을 때보다 가슴을 강하게 누르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따라서 이 거추장스러운 소유물을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었다 해도, 사랑하던 피아노, 친구나 가족과 연결되어 있던 피아노와 헤어지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파리와 뉴욕의 피아노상 몇 명도 비슷하게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늘 특정한 제조사, 모델, 도장의 중고 피아노를 찾는 고객이 있다는 것이다.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피난민, 이민자, 전쟁의 피해자?이들은 온 세상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종종 그 세상에 살던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빼앗긴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물질적 환경이 나아졌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의 집의 중심을 차지했던 피아노와 똑같은 것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일이 그들의 뜻대로 풀리는 경우는 드물다.
뉴욕의 한 피아노상은 20년대의 그로트리안-슈타인베크 그랜드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일 상표다?를 찾아서 복원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을 원한 고객은 유럽에서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모델의 이 피아노를 거실에 갖다놓으며 가없는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이 피아노를 치고 이 피아노와 함께 살면서 결국 닮은 것은 오직 겉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복원이 충실하다 해도 그녀가 그리워하는 것들은 돈으로는 살 수 없었다. (중략) 우리는 피아노에 꿈을 투자한다. 지나가다 내키면 건드려본다. 그 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아 집안의 성전 같은 곳으로 꾸며놓는다. 이런 피아노가 우리 삶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사실 대체할 수가 없다. 거기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삶의 흐름의 한 부분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피아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닳거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괴당한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새로 좋은 악기를 들이면 음악의 영역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이 나무와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덩어리가 발휘하는 특별한 연상의 힘은 그 개별적인 피아노 한 대만 갖고 있는 것이다. ---p.216~217

셰뵈크의 말에 따르면 마스터클래스의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을 텅 빈 상태로, 휴지상태로, 자신이 연주하는 것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부재가 아니라 빈 상태죠. 가끔 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어하더군요.” 셰뵈크가 볼 때 음악은 피아니스트에게서 흘러나와야 했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고요한 중심이 있어야 했다.

셰뵈크는 테크닉이 고립된 요소로서 지나치게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테크닉은 존재하지 않는 테크닉, 사라져버리는 행위 같은 것이다. 그러면 테크닉이 흘러나오는 곳, 다시 말해 내적인 고요한 상태에 진정으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셰뵈크는 이런 비어 있는 상태가 있어야만 진정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건 긴장이완과는 달라요.” 셰뵈크는 그런 주의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코 긴장이 풀린 상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 가지고는 쇼팽을 칠 수가 없지요. 나는 공포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이것을 사랑이나 증오 같은 다른 인간 감정들과 비교하는 겁니다. 음악은 그런 감정들에서 나오지만, 공포 때문에 막혀 있지요. 마스터클래스에서는 바로 그런 장애와 마주치는 일이 아주 많아요.”
셰뵈크는 자신을 예로 들면서 완벽은 없다고, 평생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테크닉을 습득하고 헌신하겠다는 자세가 갖추어지면, 스스로 무엇이 올바른 해석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사실 복잡한 이야기다.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란 게 없듯이, 음표만으로 이루어진 음악도 없지. 우리는 사물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네.” 셰뵈크는 마스터클래스 마지막 날에 한 학생에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성숙해가면서 배워야 할 교훈 가운데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을까? 내 친구가 말했듯이, 그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 관해 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p.28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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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산책처럼 자유로우면서도 지식으로 가득한 매력적인 책. 이 책은 파리 사람들의 느낌, 동네 빵가게에서 빵을 굽는 냄새, 아침에 도랑으로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가득하다. 저녁에도 읽을 수 있지만, 책을 덮으면 휴가를 갖다온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선데이 타임스(런던)

음악의 우아함, 파리와 그곳 사람들의 특이한 면모, 잘 쓴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애리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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