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1년 1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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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522g | 153*224*30mm |
ISBN13 | 9788991799677 |
ISBN10 | 8991799671 |
발행일 | 2011년 1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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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522g | 153*224*30mm |
ISBN13 | 9788991799677 |
ISBN10 | 8991799671 |
개정증보판 머리말 | 머리말 | | 들어가는 글 | 2011년에 다시 보는 《헌법의 풍경》 노무현, 똥개 법률가, 그리고 민주주의 그가 떠난 이후의 과제 말할 자유, ‘피디수첩’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켜진 적신호 권리를 위한 투쟁은 멈출 수 없다 서장 _ 법학과의 불화 나는 왜 법대에 갔을까? 당신들의 법학 법학 교수가 되기까지 시민의 삶과 유리된 법 1장 _ 정답은 없다 유죄와 무죄 사이 음란과 예술 사이 젖꼭지와 털 사이 올바른 절차에 기초한 답 찾기 2장 _ 국가란 이름의 괴물 국가는 언제나 선인가? 국가라는 이름의 학살자 제주도와 실미도, 두 섬 이야기 누가 괴물에게 봉사하나 괴물의 시대는 갔는가? 3장 _ 법률가의 탄생 특권의 내면화 영혼을 좀먹는 법조계의 논리 특권집단의 이상한 군사 훈련 괴물의 수족이 된 사람들 4장 _ 똥개 법률가의 시대 아직도 검사장, 법원장인 변호사님들 그들만의 엘리트 공동체 어떻게 법조계를 바꿀 것인가? 이미 시작된 희망 5장 _ 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 권력과 성공, 정의의 상징 누구나 풀어줄 수 있는 검찰 누구나 잡아들일 수 있는 검찰 일에 갇힌 검찰 검사의 추억? 6장 _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헌법 정신 정신병원에 가야 할 기독교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 어떤 때 제한이 가능한가? 공산당 할 자유와 똘레랑스 7장 _ 말하지 않을 권리, 그 위대한 방패 무죄의 추정 피의자 신문은 임의수사다 아는 사람만 아는 권리, 진술 거부권 진술 거부권의 역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진술 거부권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8장 _ 잃어버린 헌법,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미국은 어떻게 차별과 함께 살아왔는가 미국은 어떻게 차별과 싸워왔는가 미국의 차별 금지 소송들 차별 철폐를 위해 우선 할 수 있는 일 주석 |
나는 법 기술자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검사와 판사들이 그렇다. 그들에게는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지만, 그 힘을 책임 있게 쓰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은 검사가 얼마나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고문과 조작으로 선량한 시민을 잡아 가두고 생명까지 앗아갔던 일은 다 지난 독재 정권 시절의 일인 줄 안다. 지금은 폭력을 대놓고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없는 죄를 만들기도 하고 있는 죄에 면죄부를 주기도 한다. 훨씬 더 교묘하고 영악해졌을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헌법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직접 투표해서 선출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은 모두 다 제각기 독립된 헌법기관이며,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국민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뽑아 그들에게 나라를 운영하는 막대한 권한을 위임한다.
다수의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권한도 법에 근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면 탄핵까지 당할 수 있다. 전임 대통령인 이명박과 박근혜는 재임 기간 중에 죄를 지어 감옥까지 갔다.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않아서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범죄 여부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것도 검사와 판사들이다. 검사와 판사는 자신들이 저지른 죄도 스스로 기소하고 판결한다.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삽니까?"라고 지금은 정치인이 된 전임 검찰총장은 말했지만, 언론에 광풍을 일으킨 최근 몇 년간의 수사를 조금만 보더라도 그 말은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또는 자기 기만이거나... 그래서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공수처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는 민주당은 항상 검사의 사사로운 권력 행사의 표적이 되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판사는 오로지 법률과 직업적 양심에 의해 판결한다고 믿는가? 저자인 김두식 교수는 대부분의 판사는 자신의 믿음에 의해 직관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한다. 그런 연후에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처럼 고상하고 추상적인 말을 사용하여 판사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한다. 동일한 범죄의 형량이 천차만별이고, 피고의 신분이나 변호인이 누구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다. 지금의 법 집행은 큰 물고기만 빠져나가는 촘촘한 그물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투사는 정작 자신이 몸 바쳐 이뤄낸 민주 사회에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사법 살인을 저지른 자들은 어디서 건 이름을 숨기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8년 의원 시절 국회에서 연설한 내용처럼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없는 세상'이 되려면 검찰과 법원을 바꿔야 한다. 민주화 시대에 마지막 남은 부패한 권력이 나는 일부 법기술자들과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품격은 국민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하루아침에 공명정대한 검사나 판사가 되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냥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정도를 바랄 뿐이다. 지금의 판사, 검사는 1%의 권력층을 편파적으로 대변한다. 그런 면에서는 배심원제가 국민의 평균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좀 더 기술이 발달한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어떨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지금의 판검사 보다 낫다고 본다.
읽는 내내 '전문집단은 지식을 독점함으로서 하나의 계급이 되고, 독점된 지식은 점점 무식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반 일리치가 한 이야기인데 독점된 지식은 경계를 분명히 함으로서 지평을 넓힐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장의 내가 속한 분야인 의학도 서양의학을 습득한 의사들을 중심으로 지식을 독점한 집단이 경계를 분명히 함으로서 다른 의학의 가능성이나 연관성을 철저히 배제시킨다. 독점된 지식은 다소 일방적인 성격의 공급체계를 통하여 권력이 되고, 경계지은 사고는 다른 의료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고집스럽게 자신을 정당화시키기에 급급하다.
개인적으로는 법에 대해 잘 모르니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볼 수 있었다. 법 역시 전문가집단의 소유물이 된 채, 좀체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독점을 통한 권력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서 거리감을 두려하는 느낌이다. 의학 역시 비슷한데, 용어와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게 유지함으로서 거리감을 공고화 한다. 조금 다른 면은 우리나라의 법 전문가들의 배출방식이 상당이 획일화되고 좁다는 것인데, 사법연수원이라는 유일한 통로로 나온 사람들의 구분법이 단지 졸업기수 차이라는 점과, 그렇게 얽힌 사람들이 판사 변호사를 나누며 법적 판단에 개인적 이해가 얽히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은 법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그렇게 내부의 한계를 지닌 법이 사법독립이라는 면에서도 그리 당당하지는 못했다. 법체계 자체와 정치권력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한 사법체계가 이중으로 보여주고 행해온 지금까지의 모습은 자체로 권력과 폭력이었다. 권력과 폭력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과 개념들로 채워졌을 때, 두려움은 극대화된다. 그런 법에 인민이 친숙해질 일은 만무할 뿐이다. 법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인민에게 주어진 결과는 결국 자신이 법의 주인이라는 사실과 법을 통해 주어진 권리를 망각한 것이다.
망각이 폭력을 더 키워온 것 역시 사실이고 역사였다. 법의 진정한 목적은 평화라 이야기한다. 동시에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건만, 법이 말하는 우리의 권리와 법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망각한 현실은 법이라는 폭력을 더욱 키웠을 뿐이었다. 내가 읽은 책은 개정판이긴 하지만 이 책이 나온 건 8년전인데 그럼에도 읽고나서의 어떤 신선함, 자각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은 나 역시 망각의 늪 안에서 유유자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되었다. 동시에, 참 답답했던 최근의 현실 안에서 사람들이 점점 변화에 대한 여론을 만들어내고 소소하지만 다양한 행동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점점 법이라는 권력화된 타자를 우리에게로 조금씩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느끼게 된다. 이 책이 그런 노력에 근본적 이해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김두식 선생의 다른 저서들은 인상 깊게 정독 했으면서 정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만큼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읽지를 못했다. (말이 어떤 이유지 그냥 게으름이겠지만;)
이제서야 마음 먹고 개정증보판을 주문해 왜 이제야 이 명저를 읽고 있을까 자책하면서 동시에 이제라도 읽어 다행이다는 안도감으로 책을 넘겼다.
선생은 서두에서 전반적인 우리네 사회 풍경이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폴리스나 아고라는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죽을 때까지 서로를 물어뜯는 원형경기장 아레나만 남아 있을 뿐"임을 지적한다. 이 책 개정증보판이 나온지도 이제 10년이 넘었거늘 아직도 같은 모습이다.
"우리가 성공하는 것으론 부족하지. 고양이가 망해야지"
기억이 옳다면 <쌤통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본 구절인데 (어떤 카툰짤 같은 것이었고 개들이 한 말) 이 역시 우리네 사회, 특히 요즘 같은 대선 시국에서는 더 두드러지는 풍경이다.
더 긴 말 할 것 없이 작금의 대선 후보들을 비롯하여 관련 정치인들은 모두 정독했으면 한다. 이미 읽었다고 할 분들도 있겠지만 다시금 밑줄 쫙 동그라미 땡땡 하면서 재독하기를 바란다. 무슨무슨 권장도서네 필독서네 하는 풍경을 싫어라 하는 입장이지만 이 책 만큼은 예외로 두고 싶을 만큼 보물 같은 양서다. 10년이 더 지났고 그 세월이 다사다난 했으니 그에 맞는 신작을 선생이 꼭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만 새해 소망처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