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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013이동
리뷰 총점8.1 리뷰 15건 | 판매지수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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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1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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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2년 0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2쪽 | 188g | 128*205*20mm
ISBN13 9788932001036
ISBN10 89320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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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959년
정든 유곽에서
봄 밤
또 비가 오고
루우트 기호 속에서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
口 話
出埃及
移 動
소 풍
自 然
물의 나라에서
돌아오지 않는 江
여름산
편 지
라라를 위하여
금촌 가는 길
꽃 피는 아버지
어떤 싸움의 記錄
家族風景
모래내·1978년
벽 제
세월의 집 앞에서
그 날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그해 가을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人生·1978년 11월
성탄절
제대병
蒙昧日記
사랑日記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들에게
연애에 대하여
기억에 대하여
밥에 대하여
세월에 대하여
處 刑

다시, 정든 유곽에서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해설·幸福 없이 사는 훈련·황동규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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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우리는 아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 어딘가가 썩어 들어가는데도 아프지 않다면, 이보다 더 난처한 일이 있을까? 문제는 우리의 아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에 있다. 오히려 아픔은 <살아 있음>의 징조이며, <살아야겠음>의 경보라고나 할 것이다.

정신의 아픔은 육체의 아픔에 비해 잘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병들어 있으면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의 아픔, 그것만 해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병들어 있음을 아는 것은, 치유가 아니라 할지라도 치유의 첫 단계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픔만을 강조하게 되면, 그 아픔을 가져오게 한 것들을 은폐하거나 신비화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지금 <아프다>는 사실이다. 그 진실 옆에 있다는 확실한 느낌과, 그로부터 언제 떨어져나갈지 모른다는 불안한 느낌의 뒤범벅이 우리의 행복감일 것이다. 망각은 삶의 죽음이고, 아픔은 죽음의 삶이다.
--- 시인의 산문 중에서
누이가 듣는 音樂 속으로 늦게 들어오는
男子가 보였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내 音樂은
죽음 이상으로 침침해서 발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雜草 돋아나는데, 그 男子는
누구일까 누이의 戀愛는 아름다워도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잠이 들었다.

牧丹이 시드는 가운데 地下의 잠, 韓半島가
소심한 물살에 시달리다가 흘러들었다 伐木
당한 女子의 반복되는 臨終, 病을 돌보던
靑春이 그때마다 나를 흔들어 깨워도 가난한
몸은 고결하였고 그래서 죽은 체했다.
잠자는 동안 내 祖國의 신체를 지키는 자는 누구인가
日本인가, 日蝕인가 나의 헤픈 입에서
욕이 나왔다 누이의 戀愛는 아름다워도 될까
파리가 잉잉거리는 하숙집의 아침에 (p. 14, 정든 유곽에서)
--- p.
1
누이가 듣는 음악(音樂) 속으로 늦게 들어오는
男子가 보였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내 音樂은
죽음 이상으로 침침해서 발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잡초(雜草) 돋아나는데, 그 男子는
누구일까 누이의 연애(戀愛)는 아름다와도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잠이 들었다 //


목단(牧丹)이 시드는 가운데 지하(地下)의 잠, 한반도(韓半島)가
소심한 물살에 시달리다가 흘러들었다 벌목(伐木)
당한 女子의 반복되는 임종(臨終), 병(病)을 돌보던
청춘(靑春)이 그때마다 나를 흔들어 깨워도 가난한
몸은 고결하였고 그래서 죽은 체했다
잠자는 동안 내 조국(祖國)의 신체를 지키는 者는 누구인가
일본(日本)인가, 일식(日蝕)인가 나의 헤픈 입에서
욕이 나왔다 누이의 연애는 아름다와도 될까
파리가 잉잉거리는 하숙집의 아침에 //

2
엘리, 엘리 죽지 말고 내 목마른 나신(裸身)에 못박혀요
얼마든지 죽을 수 있어요 몸은 하나지만
참한 죽음 하나 당신이 가꾸어 꽃을
보여 주세요 엘리, 엘리 당신이 승천(昇天)하면
나는 죽음으로 월경(越境)할 뿐 더럽힌 몸으로 죽어서도
시집 가는 당신의 딸, 당신의 어머니 //

3
그리고 나의 별이 무겁게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혈관 마다마다 더욱
붉어지는 신음(呻吟), 어두운 살의 하늘을
날으는 방패연, 눈을 감고 쳐다보는
까마득한 별 //

그리고 나의 별이 파닥거리는 까닭을
말할 수 있다 봄밤의 노곤한 무르팍에
머리를 눕히고 달콤한 노래 부를 때,
전쟁(戰爭)과 굶주림이 아주 멀리 있을 때
유순한 혁명(革命)처럼 깃발 날리며
새벽까지 행진(行進)하는 나의 별 //

그리고 별은 나의 조국에서만 별이라
불릴 것이다 별이라 불리기에 후세(後世)
찬란할 것이다 백설탕과 식빵처럼
구미(口味)를 바꾸고도 광대뼈에 반짝이는
--- p.14

회원리뷰 (15건) 리뷰 총점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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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아프다는 것을 직시하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수*니 | 2016.05.2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시인 이성복에게는 '시인들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시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인을 꼽는 설문 조사에서 서정주, 정지용, 백석, 김수영에 이어 생존 시인으로는 유일하게 그가 꼽혔었다. 한국 현대시를 거론할 때마다 비평가나 시인들이 늘 빼놓지 않고 그를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첫 시집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1980년 10월, 등단한 지 3년밖에 되;
리뷰제목

시인 이성복에게는 '시인들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시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인을 꼽는 설문 조사에서 서정주, 정지용, 백석, 김수영에 이어 생존 시인으로는 유일하게 그가 꼽혔었다. 한국 현대시를 거론할 때마다 비평가나 시인들이 늘 빼놓지 않고 그를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첫 시집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980년 10월, 등단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시인 이성복의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가 출간되었다. 당대 최고 평론가의 한 사람인 김현에 의해 인정을 받고 등단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의 첫 시집은 많은 문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이 시집에서 카프카와 보들레르를 문학의 등대로 삼아서 초현실주의적 방언과 이미지를 쏟아내었다. 비평가들의 찬사가 이어졌고 '그에 대한 마땅한 비평적 척도가 없다.'(시인 박덕규)라는 평까지 흘러나왔다.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움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시인은 자유연상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口話(구화)'에서 '앵도'는 임산부들이 좋아하는 열매로 '애(아이)'를 연상시키고, '무서운 애'는 자라서 걷게 되고 이는 '걸어가는 詩(시)'를 연상시킨다. 또 '詩(시)'는 '오리발 내밀기'를 연상시킨다. '앵도'가 불러일으킨 연쇄반응적인 연상을 통해서 시와 삶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이런 연상법은 상투적인 시어들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심리적인 인과관계에 의존하고 있다. 시인의 독특한 연상법은 사물과 사물 사이 새로운 관계의 발견이라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그가 문학에 대해서 "전혀 예기치 못한 형상들을 보여주는 문학의 됨됨이와 미술에서의 스크래치 기법은 놀랄 만큼 닮아있다. 백지에 크레파스로 여러 색을 칠하고 그 위에 검은색을 짙게 입힌 다음 옷핀 같은 것으로 긁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중략) 비유컨대 우리의 삶과 세계를 구성하는 상식은 옷핀에 긁히기 전에 검정색이며 문학은 상식이라는 검은색 위에 상처 입히기다."라고 표현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는 시에서 '생의 불가해성, 고통, 아픔'을 드러내며 독자들을 불편의 극단에 내려놓는다. '모래내·1978년'에서 '우연히 스치는 질문-새는 어떻게 집을 짓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풀잎도 잠을 자는가'(58쪽)라고 묻고,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에서 '끊임없이 왜 사는지 물었고, 끊임없이 희망을 접어 날렸다'(84쪽)라고 자문한다. 삶을 이해하지 못하겠음에 절망하고 좌절하는 자아가 드러난다. '기억에 대하여'에서는 '말에게 큰절한다 <모든 게 힘들고 어렵다는 느낌뿐이에요>'(91쪽)로, '그날'에서는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63쪽)로 삶에서의 고통과 아픔을 직접 드러내기도 한다. 직접적인 서술 외에도 시어들은 고통, 아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곽', '죽음', '구토', '상처', '지하', '욕', '죄' 등으로 삶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하고, 불안한 자의식까지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의 시집은 고통의 장소인 '정든 유곽에서'에서 시작해서 '다시, 정든 유곽에서'로, 이어 '이제는 다만 때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를 읊으며 끝맺는다. 시인은 '정든 유곽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한 발자국'(112쪽)이라는 삶의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장소에서 후회로 시간을 보내며 좌절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유곽'을 이야기하며 '때늦은 사랑'을 조용히 읊조린다. 이렇게 그의 시집이 온몸을 통과하면 우리는 '우리가 <아프다>라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진실이 삶을 더욱 치열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다친 상처는 언제 잠 깨는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f**e | 2015.06.2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씨발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 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마루로 다시 기어 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
리뷰제목


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

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씨발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

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 

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

마루로 다시 기어 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 내리 

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아와 작은누나의 비명,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 냄새와 술 냄새를 맡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 버릴 테야

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 버릴 테야

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 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라일라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번 소리 질렀다

이 동네는 法도 없는 동네냐 法도 없어 法도 그러나

나의 팔은 罪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市場에서 

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門 열어 두어라 되돌아올

때까지 톡, 톡 물 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



이성복 / 어떤 싸움의 記錄




 그의 초기 시들을 좋아한다. 어떤 닿음의 직전까지만 바래다놓고 훌쩍 도망가버려 어쩐지 배신감이 들게 만드는 그의 근작 (래여애반다라, 2013, 문학과 지성사) 과 달리 초기 시들은 상처와 슬픔이 이만큼 구체적이다. 시와 시인들에게서 간혹 '이건 아주 정확히 나의 것이다.' 라는 인상을 받곤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내가 시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성복의 시가 때로 무섭다. '이건 아주 정확히 나의 것이다.' 차원 이상의 것, 그러니까 '이것은 아주 오래전 바로 내가 쓴 시다.' 라는 확신이 든다. 가령 위의 시는 어떤가.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바로 나의 경험, 혹은 당시의 오감이 이 한 편의 시를 통해 현현한다. 나는 다시 아파지는 것이 마땅하나 그 상처가 이제는 오랜 것이어서 흉터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현실을 넘어서 -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로얄 c******e | 2000.05.12 | 추천1 | 댓글1 리뷰제목
브르통은 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시를 낳는 중요한 요소는 서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사물에 대한 비교, 혹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돌발적이고 충격적으로 이 둘을 대치시키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우리 시단에서 이와 같은 경우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시인이 이성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나는 이성복의 시를 읽을 때마다 마그리트(벨;
리뷰제목
브르통은 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시를 낳는 중요한 요소는 서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사물에 대한 비교, 혹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돌발적이고 충격적으로 이 둘을 대치시키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우리 시단에서 이와 같은 경우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시인이 이성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나는 이성복의 시를 읽을 때마다 마그리트(벨기에 태생의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이 연상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를 초현실주의라고 하고 본인 또한 그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인정하는 터라, 그런 연유로 인해 브르통과 마그리트를 인용하려 한다는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분명히 오산이다. 오히려 나는 이성복의 시가 초현실주의라기 보다 리얼리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리얼리즘의 의미와는 다르다. 그의 시는 결코 상징이나 신화를 다루지 않으며, 그렇다고 보이지도 않은 것을 꿰뚫어 보지도 않는다. 그는 단지 현실을 주의 깊게 통찰함으로서 얻어지는 본질을 충실하게 전달할 뿐이다. 다시 말해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고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것들은 그는 들추어내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에게 그 비밀을 인도해 주었던 사물의 리얼리티를 떠나서는 안 된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라 불리 우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면서 내가 초현실주의라 생각하지 않듯이, 이성복의 시를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아무튼 이성복은 보기 드문 독특한 시인이다. 그가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할 때 한 번 튀어보기 위해서 그런 건지, 그런 식의 방식 이외의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쓸 수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전에 이가림의 시를 평하면서 인간에게는 누구나 철학적 구원을 받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가 있다고 했으며, 그리고 그것은 도저히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찾아가야 하는 것이 시인의 운명이라고 언급한 적이다. 이성복의 시도 마찬가지다. 두 작가의 시가 모두 바슐라르가 지적하듯이 어머니 뱃속에서 쫓겨 나온 데 대한 후회라는 '요나 콤플렉스'를 다루고 있다. 즉, 인간 존재 근원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이가림은 서정적인 고향에 대한 향수로 표현한데 비해 이성복은 매우 애매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이성복 시의 강점이다. 왜냐하면 때론 어리둥절함이 평상시의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성복 시의 매력이 아닐련지... 어머니의 자궁으로 상징되는 그 편안하고 안락한 곳. 인간은 그곳에서 나왔지만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기에 오히려 더욱 강렬한 충동과 그리움이 느끼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간은 제대로 회귀하지도 못한 채 영원회귀만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거야말로 인간이 타고난 비극인 셈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지는 비극 말이다. 그러므로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삶은 참으로 치사하고 구차스럽다. 정말 어떨 때는 사는 것조차 못마땅스러운 경우가 있다.(다른 이들은 몰라도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는 깨끗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덜 더러워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끔찍하게도 그것은 영원히 반복되어 지는 것인가? 아무런 새로움도 달라지는 것도 없이... 이성복의 시를 읽고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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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7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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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잘 팔리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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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네***라 | 2017.04.12
평점5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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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 | 2016.09.10
평점5점
모르는 한자가 너무많다 한심하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임*반 |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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