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바로 당연하다고 여겨 온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예요. 책장을 넘기며 그러한 생각이나 일들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당연한 것이 아닌지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오랜 생각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알게 되면 더 좋겠지요. 마지막으로 바로 이 앎을 통해 여러분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더 많이 따뜻하고 평등해졌으면 좋겠어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수전 손택의 이야기는 우리가 세상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말해 주는 거 같아요. 이제 우리도 이 책을 덮고 책 밖의 세상을 조금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 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배움들이 세상을 조금 더 따듯하고 조금 더 공평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요!
---「작가의 말」중에서
나는 엄마의 말이 혼란스러웠어. 투표는 국민의 권리라고 배웠는데 여자의 투표는 국왕이나 남편, 아버지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말이야.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도 들었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작은 변화들을, 그러니까 오늘 엄마의 투표와 같은 일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 사우디아라비아 여자들이 혼자 밖으로 나가는 일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말이야.
--- p.20
“세미야, 그래도 조선 시대 같았어 봐. 남자가 부엌이 어디라고…….” / 아빠가 엄마에게 닦은 그릇을 넘겨주며 말했어.
“큭큭. 알겠어. 그런데 다음에도 이렇게 설거지 같이하자! 우리 같이 사는 거잖아!”
--- p.40~42
“그런데 여러분, 성별 말고 또 차별의 기준이 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선생님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서로 차별받았던 경험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어.
“공부를 잘하나, 못하나!” / “키가 크나, 작나!” / “장애가 있는가, 없는가!” / “돈이 많은가, 적은가!”
그 와중에 누군가는 또 이렇게 외쳤어. / “많이 먹냐, 못 먹냐!”
교실은 까르르 웃음바다가 되었어. 하지만 생각해 보면, 친구들의 이야기 모두 누군가를 차별할 이유는 전혀 되지 않아. 우리도 아는 이 상식적인 일들을 왜 어른이 되면 모두 잊어버리는 걸까?
--- p.60~61
장애를 놀림의 대상으로 삼는 일도 종종 발견할 수 있어. ‘병신’, ‘애자’와 같이 장애를 욕설로 사용하는 일은 아주 나쁜 경우야. 어쩌면 스스로는 특별히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비장애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는 공간을 장애인은 쉽게 갈 수 없다는 점, 비장애인이 즐기는 대부분의 문화를 장애인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해.
--- p.64
“아들이라고 강조하려면 오히려 빨강을 써야지. 강력한 힘을 가진 왕자로 보이게 말이야. 아직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순수하면서도 성스러운 혈통이라는 의미로 파랑을 사용했어. 여자들처럼 말이야.”
--- p.74
과거의 코르셋은 몸을 조였다면 오늘날의 코르셋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이는 셈이야. 내가 원하는 것이나 나의 개성과는 무관하게 남들의 기대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는 거지.
--- p.97
“신사 여러분, 교수를 채용하는 데 성별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여기는 대학이지, 공중목욕탕이 아니지 않습니까? 에미의 수학적 능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요!”
--- p.108
“맞아요. 김치녀나 맘충은 여성을 혐오하는 표현들이에요. 여러분들이 노키즈존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죠. 어린이 모두를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로 단정 짓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혐오는 대체로 자신들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을 향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자, 어린이, 노인, 난민, 가난한 사람들처럼 말이지요.”
---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