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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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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62g | 122*190*12mm
ISBN13 9791189932824
ISBN10 118993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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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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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의 가족을 찍기까지 무척 오래 걸렸습니다. 너무 사랑하지만 가족은 제게 가장 큰 아픔이었고, 할 수만 있다면 감추고 싶은 구석이었습니다. 가족을 찍을 수 없어 풍경을 찍고 친구들을 찍었습니다. 외면하는 일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허함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 「처음에 부르는 이름들」 중에서

“엄마 역할을 대신했던 언니, 십 년 만에 돌아온 엄마, 그 둘 사이의 아빠. 그들이 지나간 자리들을 멈추지 않고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직시하고 그들과 사진으로 대화하면서 저는 오래된 연민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 「처음에 부르는 이름들」 중에서

“엄마는 집을 나가면서 대구 지리를 끓여놨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맑은 탕 한 솥과 편지 한 통이 엄마를 대신했다. 예고 없이 일어난 일이었는데 나는 예상했던 사람처럼 편지를 펼쳤다.”
--- 「피의 구간」 중에서

“마음이 닳을수록 나는 말을 잃었다. 언니는 웃음을 키웠다. 슬픔이 웃음이 되는 것은 많은 오해를 불렀다. 언니의 엷은 웃음에 가족들은 안심하며 엄마의 빈자리를 메울 것을 요구했다. 언니는 무엇이든 척척 해냈다.”
--- 「언니라는 처지」 중에서

“미국에서 돌아온 후에도 우리에게 어려움은 정기우편물처럼 잘도 찾아왔지만, 한때 채도 높은 열정을 보낸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큰 마트에 가거나 섬유유연제 냄새가 진하게 풍기면 어린 나로 돌아간 것처럼 신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아. 말합니다! 우리의 아메리칸 드림은 실패였다고.”
--- 「아메리칸 드림」 중에서

“애초에 사랑이 비정형이라고 누군가 일러줬다면 우리들은 더 나은 작별을 했을지도 모른다.”
--- 「몬순」 중에서

“이제는 슬픔을 곁에 두고자 합니다. 그 또한 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켰던, 끝내 들키고 싶은 모습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저의 시간을 드릴게요. 이 책을 덮으면 당신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에요. 아린 마음과 함께 우리가 다정한 세계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친애하는 당신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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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아픔을 투명하게 갈아 렌즈로 만들고, 흉터를 눈금으로 세상을 재어 이 책이 쓰였다. 매끄러운 부분뿐 아니라 요철이 있는 부분까지 끌어안아야만 얻을 수 있는 밀도에 대해 생각한다. 혈관처럼 얽혀 있는 상처는 어디서부터 나의 것이고 어디서부터 공유되는 것일까? 자신의 근원을 집요하게 짚어보는 황예지 작가의 글과 사진은 페이지를 오래 응시하게 한다. 너무 가까워서 초점이 좀처럼 맞지 않는, 서로를 찌르기도 핥기도 하는 관계들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몰라 울고 싶은 날 읽기를 권한다. 덮고 나면 우연한 모서리에 다치거나 아끼던 누군가를 잃어도 끝내 계속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도무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다정한 세계를 끝없이 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고 조용한 전환에 다다른다.”
- 정세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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