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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식사

백년식사

: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

리뷰 총점9.6 리뷰 20건 | 판매지수 720
베스트
역사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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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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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86g | 150*220*20mm
ISBN13 9791160805031
ISBN10 116080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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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세계 식품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편입의 역사

1부 개항의 식탁─이국 음식과 만남
1 미국인 조지 포크가 묘사한 조선 음식
2 김득련이 세계 일주 중에 먹은 서양 음식
3 엠마 크뢰벨이 서울에서 차린 프랑스식 코스 요리
4 앨리스 루스벨트가 고종과 함께 먹은 조선식 점심
5 황실 원유회에서 마신 맥주와 위스키

2부 식민지의 식탁─조선의 일본식 음식과 일본의 조선식 음식
1 일본식 두부와 빙수의 유행
2 청국우동에서 우동으로
3 식탁에 스며든 일본산 조미료, 아지노모토
4 선일융화를 실현한 일본 장유
5 제국으로 옮겨간 야키니쿠와 가라시멘타이코

3부 전쟁의 식탁─배급, 통제, 그리고 구호의 식생활
1 “총후의 국민은 쌀을 절약하고 대용식을 먹읍시다”
2 소고기 대신 무엇을 먹을까?
3 대용식 장려로 주목받은 호떡과 소면
4 해방공간의 청계천 길거리 음식
5 구호물자 우유죽과 부산의 하꼬방술집

4부 냉전의 식탁─미국의 잉여농산물 유입과 녹색혁명
1 북한의 민족음식 구축
2 치킨라멘과 소고기라면, 그리고 K-레이션
3 밀막걸리와 희석식 소주의 유행
4 콩기름 식용유 생산과 튀김 음식의 증가
5 녹색혁명과 통일벼

5부 압축성장의 식탁─먹는장사 전국시대
1 LA갈비와 삼겹살구이의 등장
2 식품산업, 전쟁 같은 경쟁
3 청량음료, 뜨거운 판촉전
4 건강 추구 속에 꽃핀 횟집
5 강남 개발 완성과 고급 음식점 개업 붐

6부 세계화의 식탁─한국인의 식탁을 장악한 세계 식품체제
1 열대 과일 수입 붐
2 서양 채소의 소비 증가와 씨앗 재산권
3 연어와 랍스터, 대중 수산물이 되다
4 지구화된 매운맛
5 세계화 과정에서 변하고 있는 입맛

에필로그: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

본문의 주|참고문헌|이미지 출처 및 소장처|찾아보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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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다. 압축성장이 막 시작되었을 때 태어나 사이다와 콜라를 맛보았고, 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누구보다 빨리 외워 식빵을 상품으로 받기도 했고, 1972년 무렵에는 점심시간에 흰쌀밥 도시락인지 잡곡밥 도시락인지 검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 2016년 가을, 대학원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했다. 결국 그날 수업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내내 그 시절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때 학생들이 보인 반응을 되돌아보면 그들에게 나의 1960~1970년대 경험은 하나의 역사였다. ……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그들에게 ‘옛날이야기’로 다가갈 수도 있다. 좀 장황하고 지루하더라도 한 번쯤 귀 기울여주기를 부탁한다. 그래야 지금 여러분의 식탁 위 음식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p.5~7 「책을 펴내며」 중에서

나는 오늘날 한국인이 소비하는 음식은 대부분 이 여섯 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면서 구축되었다고 본다. 개항·식민지·전쟁·냉전·압축성장의 다섯 시기는 한반도가 세계 식품체제에 편입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전면화되면서 한국에서 생산된 식품과 음식이 다른 나라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자 뉴요커(New Yorker)들 사이에서 ‘채끝 짜파구리’ 먹기가 유행이었다. 그들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한국이 세계 식품체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인이 소비하는 음식 중에는 개인과 공동체의 취향에 따라 좋은 음식도 있고 나쁜 음식도 있다. 개인과 공동체가 판단하는 음식의 취향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여섯 가지 각기 다른 안경을 그때그때 바꾸어 끼면서, 지난 145년 동안 한국인이 영위해온 식생활의 역사를 살펴보려 한다.
--- p.14~15, 「프롤로그: 세계 식품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편입의 역사」 중에서

미국인 조지 클레이턴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는 한반도 곳곳을 여행하면서 조선 음식을 먹었던 대표적인 외국인이다. …… 전주 감영의 숙소에서 포크는 이불을 여러 채 깔아 침대처럼 만든 잠자리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포크는 8시에 일어나서 9시에 이미 방에 들여다놓은 꿀·밤·감을 아침 식사로 먹었다. 10시가 되자 감사가 특별히 포크를 위해 식사를 보내왔다. 포크는 음식이 차려진 상을 “가슴에 닿는 식탁(on a table reaching my breast)”이라고 일기에 적었다. 또 포크는 자신이 받은 식사를 훌륭했다고 하면서 상차림을 일기에 그려놓았다.
--- p.23~26, 1부 1장 「미국인 조지 포크가 묘사한 조선 음식」 중에서

이 메뉴판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도대체 1905년에 대한제국 황실에서는 아스파라거스, 올리브, 푸아그라, 트뤼프,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어디에서 구해 이 많은 프랑스 요리를 마련했을까? 당시 프랑스산 식재료는 통조림으로 제조되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었다. 대한제국 황실 주방에서도 통조림을 서울에 있던 서유럽 무역상회를 통해 사들였다. 초콜릿은 물론 프랑스산 코냑·와인·샴페인도 그렇게 마련했다. 또 부엌에는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요리도구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 크뢰벨이 프랑스 요리를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 p.41~42, 1부 3장 「엠마 크뢰벨이 서울에서 차린 프랑스식 코스 요리」 중에서

음식점 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아지노모토의 광고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동아일보》 1929년 10월 22일자 6면에 실린 광고에는 헤드 카피가 ‘음식점’이었다. 그러면서 “음식점을 고르는 이는 누구나 맛있게 하는 곳을 찾는 것입니다. 맛있게 하는 음식점은 아지노모도를 잘 이용하는 곳입니다. 냉면·장국밥·떡국·대구탕·설렁탕에 아지노모도를 잊지 마시고 치십시요”라고 적었다. 국물이 들어가는 음식에는 무조건 아지노모토를 넣으라는 광고다. …… 냉면집에서는 한여름에는 동치미를 마련하기 어려워 따로 육수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아지노모토를 쓰면 훨씬 경제적이었다. 결국 평양 물냉면의 국물 맛은 아지노모토의 글루탐산나트륨에 지배당하고 말았다.
--- p.80~83, 2부 3장 「식탁에 스며든 일본산 조미료, 아지노모토」 중에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가마다 돼지가 한두 마리씩 있어서 전용 사료가 아닌 주로 음식물 찌꺼기를 먹여 키웠다. 이렇게 키운 돼지의 고기에서는 고약한 비린내가 났다. 그래서 부유층에서는 돼지고기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런데 1960~1970년대 소고기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정부에서는 육류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대체재로 닭고기와 함께 돼지고기 식용을 적극 권장했다. …… 1980년대 삼겹살구이의 유행에는 소고기보다 값이 월등히 싸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1980년 6월 한국에 출시된 일본의 휴대용 가스버너와 일회용 부탄가스가 큰 역할을 했다. 경제성장으로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야외로 나들이를 가는 일이 잦아졌다. 이때부터 야외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유행했다. 결국, 1990년대 이후 삼겹살구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 p.205~207, 5부 1장 「LA갈비와 삼겹살 구이의 등장」 중에서

1980년대에도 강남의 아파트값은 폭등했고, 강남의 신흥 중산층은 그 어느 때보다 지갑이 든든했다. 그러나 강남에는 신흥 중산층이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이후 1981년 11월에 개업한 신사동의 삼원가든을 필두로, 논현동의 늘봄과 서라벌, 서초동의 초성공원과 신라정 같은 초대형 고급 음식점은 휴일 가족 나들이의 명소가 되었다. 주로 갈비구이와 냉면을 판매한 초대형 고급 음식점은 ‘호화 갈비타운’, ‘전원 갈빗집’, ‘공원식 갈빗집’으로 불렸다. 공원식 갈빗집이란 말에 어울리게 이런 음식점은 1,000여 평의 광대한 대지에 고급 관상수, 인공폭포, 구름다리, 물레방아, 정자, 석탑, 분수대, 연못, 수족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공원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 p.235, 5부 5장 「강남 개발 완성과 고급 음식점 개업 붐」 중에서

2000년대 이후 많이 재배되는 서양 채소는 브로콜리·양상추·피망이다. ……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이 서양 채소를 많이 먹을수록 그만큼 많은 외화가 외국의 씨앗, 즉 종자(種子)를 사는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이다. ……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농산물 씨앗의 재산권 확보는 식량 주권과 식량 안보 그 자체이다. 중저가 한정식 음식점의 필수 메뉴인 샐러드에 들어가는 양상추, 잡채 재료로 사용되는 피망, 숙회로 나오는 브로콜리, 이 채소들의 씨앗이 누구 것인지 알아야 하는 이유다.
--- p.261~263, 6부 2장 「서양 채소의 소비 증가와 씨앗 재산권」 중에서

해외에서의 K-푸드 인기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음식료품 제조업과 음식점업 종사자들이 외국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이다. 여기에 새롭고 생소한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보태졌다. 압축성장 기간에 가공식품에서 길거리 음식(street food)까지 대부분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 즉 한국화의 길을 걸었다. 한국식 가공식품과 음식점의 메뉴는 한국 사회가 외국에 개방된 세계화 시대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K-푸드의 인기는 압축성장과 세계화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가 수용한 사회문화적 혼종성(hybridization)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 p.292~293, 「에필로그: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 중에서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비롯하여 서유럽의 여러 나라는 한국 정부에 농수축산물 수입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반대하며 정부에 농수축산물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 공산품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권력층 엘리트들은 농업 분야를 더 많은 무역과 더 높은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고 인식했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식량 주권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전통 음식이 최고”라는 상투적인 구호가 정부·학계·언론·재계를 가리지 않고 무성하다. ‘음식 민족주의(food nationalism)’는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잃어버린 농수축산물의 종자 재산권을 되찾아오는 데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폐쇄적인(closed)’ 음식 민족주의가 지난 100여 년간 숨 가쁘게 시대를 헤쳐온 한국인의 식생활과 음식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낼 해답은 아니다.
--- p.296, 「에필로그: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세계화된 한국인의 입맛과 한국 음식의 세계화, 그 100년의 역사
─ ‘썰’과 ‘음식 민족주의’를 넘어 마주하는 근현대 100년의 식탁
믿고 읽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의 신작!


“음식의 역사를 알면 그 사회와 문화가 보인다”라고 말하며 음식의 인문학적 탐구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가 이번에는 ‘세계 식품체제와 한국 음식의 만남’에 주목해 세계사적 맥락에서 한국 음식문화의 기원을 추적한다.
세계화와 더불어 탄생한 초국가적 식품체제로, 한국 마트에서 외국산 식재료와 공장제 식품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한국 음식의 세계적 유행에 힘입어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대륙 어디에서나 한국 식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 음식이 세계 식품체제와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외국에 나라의 문을 연 19세기 후반부터 한국의 음식문화는 끊임없이 세계의 영향을 받으며 한국인의 입맛을 변화시켜 왔다.
이 책은 한반도가 세계 식품체제에 편입되는 개항부터 식민지, 전쟁, 냉전, 압축성장 그리고 세계화라는 여섯 시기에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음식들을 살피며, 급격한 시대 변화 속에서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인의 입맛이 어떻게 변화해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한다. 대한제국 황실에 차려진 서양식 만찬에서부터 식민지 시기 영향을 주고받은 조선 음식과 일본 음식, 전쟁 대용식과 원조 식량으로 탄생한 분식, 경제성장과 세계화의 과정에서 급격히 성장한 인스턴트식품과 외식 산업, 그리고 최근의 K-푸드 유행까지, 오늘날의 한국 음식문화가 만들어지는 놀랍고 흥미로운 역사를 생생히 들려준다.
근현대 시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과 음식문화가 탄생한 시기인 만큼, 흥미 위주의 ‘썰’과 전통을 강조하며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쓴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는 방대한 사료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문화인류학과 역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이론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신뢰할 만한 음식문화의 역사를 이야기해왔다. 이 책 역시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썰’과 ‘음식 민족주의’를 넘어 독자들이 믿고 읽을 수 있는 한국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단순히 한국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량 주권이나 거대한 공장식 농수축산물 산업, 건강한 먹거리, 팬데믹 시대의 식생활 등 당장 우리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짚어내며 인문학적 성찰의 계기를 마련한다.
《백년 식사》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의 한국 음식문화사 1부작으로, 근현대를 시작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오늘날 한국 음식문화의 원형과 변화 과정을 살필 예정이다.

한국인의 입맛과 식탁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알면 알수록 놀랍고 흥미로운 한국 음식의 변천사


이 책에서 다루는 한국 음식의 이야기는 분명 과거의 이야기인데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하다. 그만큼 오늘날 한국인이 소비하는 음식문화 대부분이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반도 곳곳을 여행하며 조선의 음식을 즐긴 미국 해군 조지 포크가 묘사한 조선 음식들, 서양 음식을 처음 접한 통역관 김득련의 실수,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여성과 공식적으로 처음 식사를 한 오찬의 메뉴, 대한제국 황실 찬사로 임명된 손탁과 크뢰벨 부인의 이야기로 한국인의 식탁이 세계와 처음 만난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한반도의 음식문화가 그렇게 서양화의 길로 들어서려던 찰나,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게 되면서 조선인의 입맛 역시 서서히 제국의 맛에 길들여져 간다. 지금도 한국 음식의 기본 재료인 장유라 불리는 일본식 공장제 간장, 조선의 식탁을 장악한 화학조미료 아지노모토, 그리고 식민지의 맛이 제국으로 건너가 ‘야키니쿠’와 ‘멘타이코’ 같은 일본 음식이 되어 가는 과정의 이야기는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를 음식과 식품 산업이라는 시선에서 새롭게 들려준다.
한반도가 겪어야 했던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그 이후의 냉전 역시 한국 음식문화를 크게 바꾸어놓았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대에 번데기 조림 같은 대용식과 유엔과 미국 등에서 구호·원조품으로 보낸 밀가루로 만든 호떡과 소면으로 국수, 수제비, 빈대떡, 풀빵 같은 각종 분식이 나타났다.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분식 장려는 얼큰한 국물이 일품인 한국식 라면과 톡쏘는 맛의 막걸리, 국민 술 희석식 소주, 그리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치킨까지 만들어냈다. 오늘날 한국이 가장 많이 소비하며, 대표적인 식품으로 자리잡은 음식들의 탄생 비화는 독자들에게 놀라움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후 압축성장과 세계화 과정에서는 급격히 성장한 한국의 공장제 식품산업의 이야기에서부터 1970년에부터 즐기기 시작한 활어회, 1980년대부터 유행한 삼겹살 구이와 갈빗집, 1990년대에야 문을 연 패스트푸드점과 여성 접대부가 사라진 한정식집 등 익숙한 음식과 음식점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더불어 시장 개방과 IMF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된 한국인의 입맛과 바닥으로 내려앉은 한국 식량 주권의 민낯도 살필 수 있다.
이 책은 서양인이 조선을 여행하고 남긴 여행기부터, 황실 문서를 포함한 각종 문헌, 신문과 식품 기업의 광고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 한국 음식문화의 다양한 면면을 소개한다. 이 자료를 통해 알면 알수록 놀라운 한국 음식문화의 변천사를 더욱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K-푸드의 유행과 팬데믹, 한국 음식문화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국 음식문화의 역사를 살펴 미래를 제안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식의 역사는 결코 에피소드 모음이나 오락 프로그램의 소재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음식의 기원과 변화의 모습을 살피는 것은 미래를 헤아려보고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지난 100년의 한국 음식문화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100년을 함께 내다보기를 제안한다.
한국 음식은 개항부터 세계화까지 다양한 문화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화의 길을 걸어왔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 음식의 사회문화적 혼종성이야말로 오늘날 K-푸드의 유행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인의 음식과 식생활에는 세계화 시대의 식량 주권 문제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거대한 다국적 농축수산업과 이 가치사슬이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펜데믹을 마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전통 음식이 최고”라는 폐쇄적인 ‘음식 민족주의’나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금지해 비말 감염을 막는 방식은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지난 100년 식탁에 대한 이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식탁을 둘러싸고 있는 식량 주권과 글로벌 식품 사슬의 문제, 그리고 펜데믹 이후의 식생활 등 우리 눈앞에 닥친 문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할 기회를 던져준다.

회원리뷰 (20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음식의 역사를 알면 그 사회와 문화가 보인다” - 주영하 교수의 ‘백년식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사**기 | 2020.12.11 | 추천27 | 댓글29 리뷰제목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지난 번 《조선의 미식가들》에 이어 우리 음식과 식생활을 100년간 역사와 함께 되돌아보는 《백년식사》다.   저자는 다양한 사진과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여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의 식탁과 입맛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생히 들려준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애정과 능준한 필력으로 흥;
리뷰제목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지난 번 조선의 미식가들에 이어 우리 음식과 식생활을 100년간 역사와 함께 되돌아보는 백년식사.

 

저자는 다양한 사진과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여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의 식탁과 입맛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생히 들려준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애정과 능준한 필력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껏 펼친다. 독자 입장에서 멋의 탐구요, 맛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제목은 백년식사이지만, 다루는 시기는 조선이 외국에 문을 열기 시작한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1876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두려운 2020년 상반기까지의 145년 동안이다. 대한제국의 서양식 만찬부터 최근의 K-푸드에 이르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에 한국인이 영위해온 식생활의 세계사적 변화 양상을 책에 담으려고 했다.” - 서문에서

 

저자 주영하 교수


책은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시간대를 여섯 시기로 구분한다. 1876년부터 대한제국 시기의 개항’, 1910년부터 1937년까지의 식민지’, 1938년부터 1953년까지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을 아우르는 전쟁’,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의 냉전’, 한국인이 경제성장의 결과를 맛보기 시작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압축성장’, 그리고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가 그것이다.


저자는 음식인문학의 관점에서 전통혹은 한식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사회현실과 맞물린 역동적 변화로 보면서 우리 음식문화를 연대기적으로 성찰한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흔히 야키니쿠(燒)와 명란젓은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에 의하면 둘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가 즐겨먹던 음식이 일본에 전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1910년대부터 조선에 숯불화로구이가 유행했고, 1926년 평양의 한 기생이 도쿄에 차린 명월관에서 갈비숯불구이를 내놓았다. 일본 사람들은 이 메뉴를 야키니쿠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일본 사람들은 야키니쿠는 자신들이 개발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불고기는 푸르코기(プルコギ)라고 따로 부른다.


양반 남성에게 위스키 한 잔을 먹여주고 있는 기생. 소반 위에 놓인 위스키 병이 눈에 띈다.

 

명란젓은 조선시대 함경도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었다. 명태(明太)에 관한 기록은 17세기 문헌에서부터 나온다. 당시 문헌은 북쪽에서 나는 생선이라 하여 북어(北魚)’라고 적었지만, 민간에서는 명씨(明氏) 어부가 잘 잡아서 명태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햇볕에 반쯤 말린 어란으로 만들어 먹었다. 강점기 이후 우리 동해어장에 진출한 일본 어부들은 명태가 대량으로 잡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명태를 먹지 않았지만 조선 사람들이 명태와 명란젓을 즐긴다는 것을 알고 일본 어부들도 잡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대부분은 제국의 음식이 일방적으로 식민지에 전파되었다는 주장을 많이 펼쳤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중에는 제국과 식민자의 지배관계가 해체된 후에 오히려 식민지의 음식이 제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있음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커리가 그러하고, 일본의 야키니쿠와 가라시멘타이코(명란젓)가 그러하다.” - 99

 

한편 두부 장수가 종을 흔드는 풍경도 강점기부터 유래한 것이다. “눈발 같은 얼음이 흩날리는빙수와 맑은 국물에 굵은 가락 국수를 내는우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인공조미료의 대명사 아지노모토.

 

1915년 조선에 소개된 아지노모토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 1929조선박람회를 계기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냉면집에선 한여름 동치미를 마련하기 어려워 육수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아지노모토를 쓰면 훨씬 경제적이었다.

 

▲평양의 냉면집에서는 아예 아지노모토를 식탁 위에 놓아두고 손님들이 입맛대로 육수에 넣어 먹도록 했다.

 

한편 1980년대 새롭게 유행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LA갈비와 삼겹살이었다. LA갈비는 1988년 치솟는 소갈비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비밀리에 미국에서 갈비 270톤을 긴급 수입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삼겹살구이는 양돈업의 현대화와 외식업의 확대,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수요 증가 그리고 한국인의 고기구이와 볶음밥 선호 경향이 결합하여 부각된 음식이었다.

 

채끝 짜파구리는 어떻게 해서 뉴요커들 사이에서 유행했을까? 알다시피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화제를 모은 덕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한국이 세계 식품체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K-, K-드라마, K-영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를 끌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 K-푸드도 있었다. 거꾸로 한국인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혹은 여행을 통해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이 먹고사는 모습을 익히거나 체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K-푸드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K-푸드를 만들어낸 힘이다.” - 293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지난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음식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문화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하이브리드야말로 오늘날 ‘K-푸드유행을 만들어낸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코로나19 유행을 맞아 앞으로 100년의 밥상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말한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하여 1인용 상차림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조선 양반들은 혼밥을 했으며, 반찬 공용은 식량난과 인구 과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제 공용 식기·반찬을 개선하고 위생과 음식물 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

에필로그에 덧붙여진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편은 이 책을 개관하는 것은 물론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책에는 좋은 날 정다운 이와 함께 식사하면서 나눌 이야기거리도 풍성하다. 일독을 적극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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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근대 이후 우리 음식문화의 변화를 조망하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i*****n | 2020.12.02 | 추천18 | 댓글0 리뷰제목
이 책에서는 조선이 개항을 하면서 근대화의 길을 걸어야 했던 1876년부터 지금 현재의 시점인 2020년까지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고찰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한 자료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온 저자의 새로운 저서라는 점에서, 나 역시 평소에 음식문화와 삶이라는 관점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 내용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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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조선이 개항을 하면서 근대화의 길을 걸어야 했던 1876년부터 지금 현재의 시점인 2020년까지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고찰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한 자료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온 저자의 새로운 저서라는 점에서, 나 역시 평소에 음식문화와 삶이라는 관점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 내용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서양과 일본을 통해 들여온 식문화를 통해 변화되었던 우리 음식들과 최근 한류를 통해 외국에 전해지는 한국의 음식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6부로 구성된 전체 목차에서, 가장 첫 번째 항목인 1부는 '개항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서양 음식과의 만남을 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외교사절로 서양을 방문한 이들이 접한 서양음식과 대한제국 시기 왕실 주변의 기록들을 통해 서양음식을 바라보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들을 짚어보고 있다. 우리의 전통 식단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아마도 새롭게 등장한 서양의 음식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이 커피 매니아라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으며, 서울의 정동에 있던 손탁호텔은 외국의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였다는 점도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내용에 덧붙여, 저자는 서양음식과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 몇 가지 흥미로운 기록들을 제시하면서 그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식민지의 식탁'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본격적인 식민지의 길로 접어든 상황에서, 중일전쟁 이전까지 총독부와 일본인들에 의한 우리 식탁의 변화상을 다루고 있다. ‘일본식 두부와 빙수의 유행으로부터 우동왜간장등이 일제 강점기에 어떻게 한반도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당시 경제력이 있는 이들을 위주로 외식문화가 늘어나면서 식당들의 영업이 활발해지고, 화학조미료의 대명사인 '아지노모코'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던 시대상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학조미료를 기피하고 있지만, ‘감칠맛으로 대표되는 화학조미료가 이후 우리의 음식문화에 끼친 절대적인 영향이 이때부터 비롯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부에서는 일본의 야욕이 본격화되던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해방과 함께 찾아온 혼란기를 지나 한국전쟁 시기까지를 '전쟁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일제 강점기 후반 전쟁물자로 사용하기 위해 이른바 '대용식'을 권장하고, 이에 부화뇌동하던 자들의 활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용식으로 개발된 호떡과 소면(국수), 그리고 번데기를 비롯한 길거리 음식이 이후 그대로 온존하고 있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기쁨도 잠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었고,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시기에는 주로 미국의 구호물자에 기대어 살아야 했던 역사적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객관적 사실만을 서술하고 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현대사의 어둡고 힘겨웠던 상황들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근대화의 길을 걸었던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밥상에 올랐던 음식들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추적하여 서술하고 있다. 4부에서는 '냉전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 물품으로 채워지는 우리의 식탁에 대해서 조망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이 부분에서 북한에서 이른바 '민족음식'을 구축하려는 노력과 그 품목들도 앞부분에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의 수급사정이 좋지 못했던 당시, 남쪽에서도 박정희 정권은 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혼분식 장려와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개량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즉석 조리식품으로 라면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고구마나 타피오카를 원료로 한 지금의 희석식 소주가 탄생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압축성장의 식탁'이라는 제목의 5부에서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시대와 일치하는 시기이다. 외식문화와 패스트푸드의 등장이 시작되는 시기이며, 다양한 상품들이 수입되고 개발되면서 '전쟁 같은 경쟁'의 식품산업의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의 개발과 함께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 마치 유원지를 방불케 하는 고급 음식점들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던 원인은 1988년에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올림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위한 방편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음식문화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시기에는 횟집이 대중화되면서 외식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였고, 탄산음료를 비롯한 음료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0년대 김영삼 정권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세계화'의 물결이, 우리의 식탁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마지막 6부에서는 '세계화의 식탁'이란 제목으로 전세계의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물이 수입되고, 또한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제 다양한 문화에서 배태된 음식들이 섞여 또 다른 '퓨전요리'로 개발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세계화 과정에서 변하고 있는 입맛'을 요즘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실감할 수 있으며, 이 책에서는 그러한 품목들과 식문화에 대해서 상세히 고찰하고 있다. 이 책을 통독하면서 지난 한 세기의 음식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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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문화 100년의 역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g*******g | 2021.05.14 | 추천15 | 댓글0 리뷰제목
한국 음식문화 100년을 돌아보는 책이다. 현재의 우리 음식문화는 과거 우리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이 책은 개항이후 시작된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현재의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국 음식사를 돌아본다. 나이 든 사람의 한명으로서 과거 어린 시절 우리 입맛을 좌우했던 정겨운 음식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을 대변하는 음식문화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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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문화 100년을 돌아보는 책이다. 현재의 우리 음식문화는 과거 우리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이 책은 개항이후 시작된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현재의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국 음식사를 돌아본다. 나이 든 사람의 한명으로서 과거 어린 시절 우리 입맛을 좌우했던 정겨운 음식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을 대변하는 음식문화는 개항 이후 100년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먼저 한국인의 식탁이 세계와 만나고, 우리의 조상들이 서양음식을 만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반도 곳곳을 여행하며 조선의 음식을 즐겼던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이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묘사하기도 하고, 양식을 처음 접한 통역관이 겪은 실수의 애피소드도 간결하게 터치한다.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루즈벨트 대통령 딸을 이용해 한국의 독립을 부탁해 보기 위해 마련한 외국인 여성과의 첫 식사 때 사용한 오찬의 메뉴가 소개되기도 한다.

 

저자의 음식문화와 관련된 시대구분과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개항기의 이국 음식과의 만남, 2. 식민지 시대의 조선과 일본 음식의 융합과정, 3. 전쟁의 시기에 사용되었던 배급, 통제, 구호의 식생활, 4. 냉전시대 미국 잉여농산물 유입과 녹색혁명, 5. 압축성장기의 공장제 식품산업, 그리고 6.세계화 시대를 빛내고 있는 K-푸드의 시대를 대표적인 음식을 통해 돌아본다. 

 

이 책에는 음식과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하지만 음식의 역사는 결코 "라떼는 말이야" 식의 과거 경험을 되돌아보는 에피소드 모음이나 오락 프로그램의 소재로만 다루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음식의 기원과 변화의 모습을 살피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헤아려보고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음식 백년사를 읽으면서 우리 음식도 다양한 문화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다국적 농수축산업 기업들에게 휘둘리는 식품체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을 맞은 상황에서 전통 음식이 최고라는 폐쇄적인 ‘음식 민족주의’나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금지해 비말 감염을 예방하는 것만이 능사라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저자는 음식의 역사를 통해 펜데믹 이후의 식생활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할 기회를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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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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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의 역사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충*군 | 2020.12.09
구매 평점5점
한국 음식문화의 히스토리형 책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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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판* | 2021.11.21
구매 평점5점
한국 음식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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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6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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