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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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586g | 150*220*20mm |
ISBN13 | 9791160805031 |
ISBN10 | 1160805032 |
발행일 | 2020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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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586g | 150*220*20mm |
ISBN13 | 9791160805031 |
ISBN10 | 1160805032 |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세계 식품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편입의 역사 1부 개항의 식탁─이국 음식과 만남 1 미국인 조지 포크가 묘사한 조선 음식 2 김득련이 세계 일주 중에 먹은 서양 음식 3 엠마 크뢰벨이 서울에서 차린 프랑스식 코스 요리 4 앨리스 루스벨트가 고종과 함께 먹은 조선식 점심 5 황실 원유회에서 마신 맥주와 위스키 2부 식민지의 식탁─조선의 일본식 음식과 일본의 조선식 음식 1 일본식 두부와 빙수의 유행 2 청국우동에서 우동으로 3 식탁에 스며든 일본산 조미료, 아지노모토 4 선일융화를 실현한 일본 장유 5 제국으로 옮겨간 야키니쿠와 가라시멘타이코 3부 전쟁의 식탁─배급, 통제, 그리고 구호의 식생활 1 “총후의 국민은 쌀을 절약하고 대용식을 먹읍시다” 2 소고기 대신 무엇을 먹을까? 3 대용식 장려로 주목받은 호떡과 소면 4 해방공간의 청계천 길거리 음식 5 구호물자 우유죽과 부산의 하꼬방술집 4부 냉전의 식탁─미국의 잉여농산물 유입과 녹색혁명 1 북한의 민족음식 구축 2 치킨라멘과 소고기라면, 그리고 K-레이션 3 밀막걸리와 희석식 소주의 유행 4 콩기름 식용유 생산과 튀김 음식의 증가 5 녹색혁명과 통일벼 5부 압축성장의 식탁─먹는장사 전국시대 1 LA갈비와 삼겹살구이의 등장 2 식품산업, 전쟁 같은 경쟁 3 청량음료, 뜨거운 판촉전 4 건강 추구 속에 꽃핀 횟집 5 강남 개발 완성과 고급 음식점 개업 붐 6부 세계화의 식탁─한국인의 식탁을 장악한 세계 식품체제 1 열대 과일 수입 붐 2 서양 채소의 소비 증가와 씨앗 재산권 3 연어와 랍스터, 대중 수산물이 되다 4 지구화된 매운맛 5 세계화 과정에서 변하고 있는 입맛 에필로그: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 본문의 주|참고문헌|이미지 출처 및 소장처|찾아보기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지난 번 《조선의 미식가들》에 이어 우리 음식과 식생활을 100년간 역사와 함께 되돌아보는 《백년식사》다.
저자는 다양한 사진과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여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의 식탁과 입맛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생히 들려준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애정과 능준한 필력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껏 펼친다. 독자 입장에서 멋의 탐구요, 맛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제목은 《백년식사》이지만, 다루는 시기는 조선이 외국에 문을 열기 시작한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1876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두려운 2020년 상반기까지의 145년 동안이다. 대한제국의 서양식 만찬부터 최근의 K-푸드에 이르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에 한국인이 영위해온 식생활의 세계사적 변화 양상을 책에 담으려고 했다.” - 서문에서
▲저자 주영하 교수
책은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시간대를 여섯 시기로 구분한다. 즉 1876년부터 대한제국 시기의 ‘개항’, 1910년부터 1937년까지의 ‘식민지’, 1938년부터 1953년까지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을 아우르는 ‘전쟁’,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의 ‘냉전’, 한국인이 경제성장의 결과를 맛보기 시작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압축성장’, 그리고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가 그것이다.
저자는 음식인문학의 관점에서 ‘전통’ 혹은 ‘한식’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사회현실과 맞물린 역동적 변화로 보면서 우리 음식문화를 연대기적으로 성찰한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흔히 야키니쿠(燒肉)와 명란젓은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에 의하면 둘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가 즐겨먹던 음식이 일본에 전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1910년대부터 조선에 숯불화로구이가 유행했고, 1926년 평양의 한 기생이 도쿄에 차린 명월관에서 갈비숯불구이를 내놓았다. 일본 사람들은 이 메뉴를 ‘야키니쿠’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일본 사람들은 야키니쿠는 자신들이 개발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불고기는 “푸르코기(プルコギ)”라고 따로 부른다.
▲양반 남성에게 위스키 한 잔을 먹여주고 있는 기생. 소반 위에 놓인 위스키 병이 눈에 띈다.
명란젓은 조선시대 함경도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었다. 명태(明太)에 관한 기록은 17세기 문헌에서부터 나온다. 당시 문헌은 북쪽에서 나는 생선이라 하여 ‘북어(北魚)’라고 적었지만, 민간에서는 명씨(明氏) 어부가 잘 잡아서 ‘명태’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햇볕에 반쯤 말린 어란으로 만들어 먹었다. 강점기 이후 우리 동해어장에 진출한 일본 어부들은 명태가 대량으로 잡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명태를 먹지 않았지만 조선 사람들이 명태와 명란젓을 즐긴다는 것을 알고 일본 어부들도 잡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대부분은 제국의 음식이 일방적으로 식민지에 전파되었다는 주장을 많이 펼쳤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중에는 제국과 식민자의 지배관계가 해체된 후에 오히려 식민지의 음식이 제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있음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커리가 그러하고, 일본의 야키니쿠와 가라시멘타이코(명란젓)가 그러하다.” - 99쪽
한편 두부 장수가 종을 흔드는 풍경도 강점기부터 유래한 것이다. “눈발 같은 얼음이 흩날리는” 빙수와 “맑은 국물에 굵은 가락 국수를 내는” 우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인공조미료의 대명사 ‘아지노모토’다.
1915년 조선에 소개된 아지노모토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 1929년 ‘조선박람회’를 계기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냉면집에선 한여름 동치미를 마련하기 어려워 육수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아지노모토를 쓰면 훨씬 경제적이었다.
▲평양의 냉면집에서는 아예 아지노모토를 식탁 위에 놓아두고 손님들이 입맛대로 육수에 넣어 먹도록 했다.
한편 1980년대 새롭게 유행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LA갈비와 삼겹살이었다. LA갈비는 1988년 치솟는 소갈비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비밀리에 미국에서 갈비 270톤을 긴급 수입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삼겹살구이는 양돈업의 현대화와 외식업의 확대,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수요 증가 그리고 한국인의 고기구이와 볶음밥 선호 경향이 결합하여 부각된 음식이었다.
‘채끝 짜파구리’는 어떻게 해서 뉴요커들 사이에서 유행했을까? 알다시피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화제를 모은 덕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한국이 세계 식품체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K-팝, K-드라마, K-영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를 끌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 K-푸드도 있었다. 거꾸로 한국인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혹은 여행을 통해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이 먹고사는 모습을 익히거나 체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K-푸드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K-푸드를 만들어낸 힘이다.” - 293쪽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지난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음식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문화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하이브리드야말로 오늘날 ‘K-푸드’ 유행을 만들어낸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코로나19 유행을 맞아 앞으로 100년의 밥상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말한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하여 1인용 상차림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조선 양반들은 ‘혼밥’을 했으며, 반찬 공용은 식량난과 인구 과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제 공용 식기·반찬을 개선하고 위생과 음식물 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
에필로그에 덧붙여진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 편은 이 책을 개관하는 것은 물론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책에는 좋은 날 정다운 이와 함께 식사하면서 나눌 이야기거리도 풍성하다. 일독을 적극 권해드린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서는 조선이 개항을 하면서 근대화의 길을 걸어야 했던 1876년부터 지금 현재의 시점인 2020년까지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고찰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한 자료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온 저자의 새로운 저서라는 점에서, 나 역시 평소에 음식문화와 삶이라는 관점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 내용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서양과 일본을 통해 들여온 식문화를 통해 변화되었던 우리 음식들과 최근 한류를 통해 외국에 전해지는 한국의 음식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6부로 구성된 전체 목차에서, 가장 첫 번째 항목인 1부는 '개항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서양 음식과의 만남을 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외교사절로 서양을 방문한 이들이 접한 서양음식과 대한제국 시기 왕실 주변의 기록들을 통해 서양음식을 바라보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들을 짚어보고 있다. 우리의 전통 식단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아마도 새롭게 등장한 서양의 음식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이 커피 매니아라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으며, 서울의 정동에 있던 손탁호텔은 외국의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였다는 점도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내용에 덧붙여, 저자는 서양음식과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 몇 가지 흥미로운 기록들을 제시하면서 그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식민지의 식탁'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본격적인 식민지의 길로 접어든 상황에서, 중일전쟁 이전까지 총독부와 일본인들에 의한 우리 식탁의 변화상을 다루고 있다. ‘일본식 두부와 빙수의 유행’으로부터 ‘우동’과 ‘왜간장’ 등이 일제 강점기에 어떻게 한반도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당시 경제력이 있는 이들을 위주로 외식문화가 늘어나면서 식당들의 영업이 활발해지고, 화학조미료의 대명사인 '아지노모코'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던 시대상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학조미료를 기피하고 있지만, ‘감칠맛’으로 대표되는 화학조미료가 이후 우리의 음식문화에 끼친 절대적인 영향이 이때부터 비롯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부에서는 일본의 야욕이 본격화되던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해방과 함께 찾아온 혼란기를 지나 한국전쟁 시기까지를 '전쟁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일제 강점기 후반 전쟁물자로 사용하기 위해 이른바 '대용식'을 권장하고, 이에 부화뇌동하던 자들의 활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용식으로 개발된 호떡과 소면(국수), 그리고 번데기를 비롯한 길거리 음식이 이후 그대로 온존하고 있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기쁨도 잠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었고,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시기에는 주로 미국의 구호물자에 기대어 살아야 했던 역사적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객관적 사실만을 서술하고 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현대사의 어둡고 힘겨웠던 상황들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근대화의 길을 걸었던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밥상에 올랐던 음식들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추적하여 서술하고 있다. 4부에서는 '냉전의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 물품으로 채워지는 우리의 식탁에 대해서 조망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이 부분에서 북한에서 이른바 '민족음식'을 구축하려는 노력과 그 품목들도 앞부분에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의 수급사정이 좋지 못했던 당시, 남쪽에서도 박정희 정권은 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혼분식 장려와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개량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즉석 조리식품으로 라면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고구마나 타피오카를 원료로 한 지금의 희석식 소주가 탄생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압축성장의 식탁'이라는 제목의 5부에서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시대와 일치하는 시기이다. 외식문화와 패스트푸드의 등장이 시작되는 시기이며, 다양한 상품들이 수입되고 개발되면서 '전쟁 같은 경쟁'의 식품산업의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의 개발과 함께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 마치 유원지를 방불케 하는 고급 음식점들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던 원인은 1988년에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올림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위한 방편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음식문화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시기에는 횟집이 대중화되면서 외식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였고, 탄산음료를 비롯한 음료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0년대 김영삼 정권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세계화'의 물결이, 우리의 식탁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마지막 6부에서는 '세계화의 식탁'이란 제목으로 전세계의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물이 수입되고, 또한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제 다양한 문화에서 배태된 음식들이 섞여 또 다른 '퓨전요리'로 개발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세계화 과정에서 변하고 있는 입맛'을 요즘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실감할 수 있으며, 이 책에서는 그러한 품목들과 식문화에 대해서 상세히 고찰하고 있다. 이 책을 통독하면서 지난 한 세기의 음식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 음식문화 100년을 돌아보는 책이다. 현재의 우리 음식문화는 과거 우리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이 책은 개항이후 시작된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현재의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국 음식사를 돌아본다. 나이 든 사람의 한명으로서 과거 어린 시절 우리 입맛을 좌우했던 정겨운 음식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을 대변하는 음식문화는 개항 이후 100년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먼저 한국인의 식탁이 세계와 만나고, 우리의 조상들이 서양음식을 만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반도 곳곳을 여행하며 조선의 음식을 즐겼던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이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묘사하기도 하고, 양식을 처음 접한 통역관이 겪은 실수의 애피소드도 간결하게 터치한다.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루즈벨트 대통령 딸을 이용해 한국의 독립을 부탁해 보기 위해 마련한 외국인 여성과의 첫 식사 때 사용한 오찬의 메뉴가 소개되기도 한다.
저자의 음식문화와 관련된 시대구분과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개항기의 이국 음식과의 만남, 2. 식민지 시대의 조선과 일본 음식의 융합과정, 3. 전쟁의 시기에 사용되었던 배급, 통제, 구호의 식생활, 4. 냉전시대 미국 잉여농산물 유입과 녹색혁명, 5. 압축성장기의 공장제 식품산업, 그리고 6.세계화 시대를 빛내고 있는 K-푸드의 시대를 대표적인 음식을 통해 돌아본다.
이 책에는 음식과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하지만 음식의 역사는 결코 "라떼는 말이야" 식의 과거 경험을 되돌아보는 에피소드 모음이나 오락 프로그램의 소재로만 다루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음식의 기원과 변화의 모습을 살피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헤아려보고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음식 백년사를 읽으면서 우리 음식도 다양한 문화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다국적 농수축산업 기업들에게 휘둘리는 식품체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을 맞은 상황에서 전통 음식이 최고라는 폐쇄적인 ‘음식 민족주의’나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금지해 비말 감염을 예방하는 것만이 능사라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저자는 음식의 역사를 통해 펜데믹 이후의 식생활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할 기회를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