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정작 누가 뭐라 하든 천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뜨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감내해 왔고, 새들은 물론 곤충이나 하물며 곰팡이 이끼 등 한낱 보잘 것 없는 미물들에게조차 보금자리를 제공하면서도 불평 없이 그들을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공존의 삶을 살아온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이렇게 뭇 생명들이 함께 깃들어 사는 여기에 사람도 같이 깃들어 산다는 것을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
--- p.15, 「대구 밀레니엄 느티나무」 중에서
도동서원은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세계문화유산은 유네스코에 따르면,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류에 의해 파괴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정하는 인류의 역사, 문화, 사회발달의 고증 자료로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세계인이 보는 서원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나무, 생명이기에 한정된 시간만 주어져 있지만, 다섯 개의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나무는 볼 때마다 안쓰럽다.
--- p.37, 「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 그리고 은행나무」 중에서
무더운 여름 가로수는 도로의 차량으로부터 뿜어내는 열기를 흡수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버즘나무 한 그루는 15평 에어컨 8대를 5시간 동안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즉,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해 주는 중요한 나무인 셈이다. 가로수의 연결축은 산속의 시원한 바람을 도심 속까지 보내주는 역할도 한다. 소위 바람길이다. 시원한 바람뿐만 아니라 6월의 쥐똥나무, 밤꽃 향기가 가로수 바람길을 따라 우리네 도시의 창문까지 전해져오기를 바라본다.
--- p.92, 「가로수와 대프리카」 중에서
아파트의 숲은 생활숲이다. 또한, 도시의 녹지를 구성하는 도시숲이다. 아파트도 조경이 랜드마크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건물은 하나같이 모두 닮아있지만, 그곳의 숲은 생명이 살아있는 자연물이라 사람의 손길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구성할 수 있다. 아파트의 가치는 숲이 만들고, 숲은 사람의 손길과 애정이 만든다. 아파트가 공동의 선을 추구하게 되는 대표적인 매개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최고로 아름답고 멋진 아파트 정원을 만드는 일. 이미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 우리 모두가 조경가가 되어 내 아파트 숲을 최고의 도시 정원으로 탄생시켜보면 어떨까.
--- p.124, 「우리의 생활림, 아파트숲」 중에서
퇴근길에 아버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텃밭에 들러 자신이 심어놓은 배추와 상추, 가지와 토마토 등 각종 먹거리들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즐거운 일상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를 저녁 밥상 위에 올려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뿌듯한 행복감을 느낀다. (중략)
숲은 천연 도서관이라고 하듯 도시농업 공간은 자연 속의 교실이다. 녹색의 공간은 작은 곤충들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삭막한 도심의 공간에서 우리는 이 작은 생명체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재생되고 있는 자연 학습장에서 이용자는 작은 생태계 속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이렇듯 도시농업은 도심 속에 이루어지는 농사의 일종이지만, 관행농업과는 또 다른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는 것이다.
--- p.143, 「도시농업, 미래를 그리다」 중에서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받게 되어있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디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극복해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숲은 그 하나의 답이다. 특히, 숲은 우리 인류의 원초적인 고향인지라 그곳으로 회귀하고 싶은 본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본질적이고 인류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적 소양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숲에게 자신을 맡길 필요가 있다. ‘산림치유’라는 새로운 언어로 숲은 병들고 고뇌에 찬 현대인을 불러들인다. 숲은 생명이다. 숲이 건네는 말은 모두 위안이자 진정한 우정이다. 아우성처럼 주말 아침이면 너도나도 신발끈을 조여 매고 무작정 숲으로 향한다. 숲은 공생의 교과서다.
--- p.159, 「숲은 생명이자, 치유의 어머니」 중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발생은 과거부터 있어 왔지만, 이제 인류는 이러한 새로운 변형 바이러스의 침입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대한 오만과 무지에서 기인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정이야 어떻든 앞으로 바이러스의 창궐이 일상화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하고, 식생활의 재료와 패턴은 어떻게 확인하고 결정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고난의 시간은 자연이 주는 근본을 잊지 않고, 자연과 함께 했을 때 극복의 시간은 더 짧아질 것이다. 식물도 다양하게 함께 공존할 때 더욱 면역력이 커지듯 우리도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움직일 수는 없지만 능동적으로 위험을 극복해가는 식물의 놀라운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길 바라본다.
--- p.218, 「식물의 면역력, 건강 지킴이」 중에서
생명자원을 보존하는 일은, 곧 종자(種子)를 보존함과 상통한다. 우리의 옛말에도, “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는 베고 죽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씨앗인 종자를 절대 생명으로 여겼다. (중략) 이제 우리는 생물자원을 무기화하는 냉엄한 국제적 현실을 자각하고, 이익을 앞세운 국가 간 이해관계의 양날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가깝게는 내가 사는 지역의 식생과 고유수종, 보호종,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소중한 생명유전자원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사색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 p.252, 「토종생물을 지키기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