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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 여성 철강 노동자가 경험한 두 개의 미국

리뷰 총점9.5 리뷰 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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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612g | 145*225*25mm
ISBN13 9788960906532
ISBN10 8960906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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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제철소는 악몽 같은 곳이다. 이른 아침, 높다란 화통에서는 주황빛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는다. 굴뚝은 하얀 연기를 내뿜는다. 철로는 물 빠진 황량한 땅을 가로지르고, 쿠야호가 강의 누런 강물은 이리 호 어귀로 흘러간다. 많은 공장 건물이 녹슬고 그을음이 낀 채 엉긴 피처럼 검불그스름하게 서 있다. 이런 건물들 안에서 용광로는 활활 타오르고 기계는 윙윙 돌아가고 크레인들은 짐 무게에 겨워 끽끽거린다. 이런 건물들 안에서 쇳물이 강철로 바뀐다. (…) 제철소 어디를 둘러보나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여긴 널 죽일 수 있는 곳이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곳이라고
--- p.11~12

러스트벨트의 도시에서 주황빛 불꽃은 단순히 역한 냄새와 오염의 전조만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착오도 아니며 혁신의 부족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샌프란시스코나 보스턴 같은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존재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그 이상이다. 그것은 일자리고 세금이다. 그것은 경제성장을 가리킨다. 저 불꽃이 타오르면 클리블랜드가 잘 굴러간다는 뜻이야, 하고 철강 노동자들은 말한다. 저 불꽃은 우리 역사와 우리 정체성의 일부다. 그것은 어떤 것도 영원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세상에서 시간의 시험을 이겨내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한다.
--- p.23

불은 쇠스랑을 든 악마처럼 구덩이에서 날름거렸지만, 저 제강로를 볼 때까지는 지옥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니었다. 도가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주황색 가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고통 받는 육체와 뒤틀린 영혼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절반쯤 껍질이 벗겨진 얼굴들이 쇳물 위로 떠올랐다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악마의 꼬리가 수면을 때렸고 괴물들은 숨을 쉬려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 p.73~74

나는 때를 기다리며 고참이 혼자 떠들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여자들은 죄다 꽃뱀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너희 여자들은 돌봐주기를 바라잖아,” 그가 내게 말했다. “너희 여자들은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지.”
너희 여자들은, 너희 여자들은. 그가 마침내 숨을 쉬려고 말을 멈췄을 때 나는 눈을 부릅뜨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워, 워, 워,” 그는 놀라서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지금 나한테 한 거야?”
“네.”
“내 면전에 대고?”
“네. 어쩔 건데요? 울기라도 하게요?”
--- p.105

내가 기억하는 한 나의 삶은 남성과의 관계에서 내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으려는 투쟁 같았다. 어떻게 해야 까다롭게 보이지 않으면서 내 길을 갈 수 있을지 나는 몰랐다. 어떻게 해야 불안해 보이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몰랐다. 어떻게 해야 나쁜 년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단호할 수 있을지 몰랐다.
--- p.106

제철소에 여성 노동자가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소수집단이었다. 몇몇 남자들은 여전히 여성 노동자들을 회사가 채워야 하는 할당량으로 보았다. 기껏해야 그들은 여성 노동자들을 상징적 존재로 여겼고, 많은 경우 우리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이디어나 의견을 내면 이 남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말한 내용을 확인하려고 다른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툭하면 맨스플레인을 하려고 했고 1950년대에서 곧장 나온 듯한 말을 생각 없이 내뱉었다.
--- p.123

제철소에서 죽음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장소들에서 추모되었다. ‘사교의 장 오두막’ 한쪽 모퉁이의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부고 기사가 가득 꽂혀 있었다. 장례식 안내문은 입구와 식탁에도 놓여 있고, 세상을 뜬 동료의 유가족을 위한 모금 활동도 심심치 않게 열렸다. 사망 원인이 심장마비인지 노환인지 암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죽은 모든 동료를 가족처럼 열정적으로 기억했다. 끔찍한 이야기를 충격요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들은 밥벌이를 위해 제 목숨을 내놓은 모든 사람을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더 중요하게, 그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냉엄한 진실을 말하는 한 방식이었다.
--- p.166

아빠 차를 타고 제철소를 지나던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역겨움만을 보았다. 화통과 불길한 주황빛 불꽃을 보았다. 제철소는 쇠락하고 망해가는 산업의 잔해에 지나지 않았고, 수많은 공장 건물을 뒤덮은 녹은 그에 걸맞은 그늘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제철소가 신성한 땅이란 걸 몰랐다. 그곳은 기념비고 기념물이었다. 어떤 이에게 그곳은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많은 이에게 그곳은 정체성이었다.
--- p.166

제철소의 불꽃은 러스트벨트를 특징짓는 일종의 침체를 상징했다. 우리는 혁신하지 못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산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는 슬픈 이야기 위에 지어진 도시였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는 클리블랜드가 재기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걸 몰랐다. (…) 우리는 패배했을지 모르나 가장 잘하는 것을 해왔다. 우리는 조용히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 p.172

당신의 여자를 겁탈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이민자들을 경계하라. 모두를 파멸시킬 소수집단을 경계하라. 단숨에 당신을 죽일 이슬람교도들을 경계하라. 세계주의자들, 페미니스트들, 사회주의자들, 민주당 지지자들을 경계하라.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의 불안을 간파하고 그곳 사람들에게 비난할 몇몇 대상을 제시한 셈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은 우리 스스로 믿는 것보다 훨씬 파악하기 힘든 것이었다.
--- p.178

아빠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에 더 잃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평생 취약하기만 했던 당신의 삶을 분노에 찬 극우적 정치 성향으로 가렸던 것이고 총을 소유함으로써 통제의 환상을 품었던 것이다. 아빠는 당신의 두려움에 신빙성을 제공하는 트럼프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민자들은 국경에 와 있었고 이슬람교도들은 현관에 당도했으며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주의를 옥죄고 있었다. 또 다른 재앙이 이미 우리 앞에 당도했다고 트럼프가 말했을 때 아빠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그 메시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 p.186

트럼프는 우리의 회복력을 보는 대신 우리를 찌부러뜨려 최악의 면을 도드라지게 했다. 그는 산업 노동자를 몰락한 자로 여겼고 몰락이 우리의 유일한 정체성이라고 우리 스스로 믿게 했다. 그는 우리의 불안을 감출 수 있는 희생양과 분노의 대상을 제공했고, 그로써 그가 더 큰 권력을 탐하는 또 한 명의 부유한 권력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못 보게 했다. 그는 우리에게 복수심을 불어넣었고 우리의 분노를 부추겼다. 그는 우리 마음속의 선을 훼손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지키기 위해 싸우는 그 모든 것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 p.190~191

마이크와 훈련을 시작하기 며칠 전, 아연 통에 빠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대부에게 물었다.
“예수님이 자넬 사랑하신다면 말이야,” 그가 답했다. “거기서 죽도록 내버려두실 거야.”
대부는 다른 제철소에서 아연 통에 빠진 사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도 화상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연 통에 빠졌을 때 액체 금속을 들이마시는 바람에 폐 조직이 단단해진 것이다. 의사들도 폐에서 액체 금속을 제거할 수 없었다. 사내는 살아남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 p.195

“제가 하려는 말은 여자 직원들이 ‘솥’에서 일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관리자가 말했다. “거기서 오래 일하는 여자 직원은 거의 없어요.”
나는 발끈했다. 일관된 근무 일정을 찾아 응찰했건만, 관리자는 지금 내게 그 자리를 수락할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한 셈이었다. 여자는 그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인데, 나는 그가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거기로 가겠습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 p.202

찌꺼기를 치우는 동안에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되지만 로비 옆으로 갈 때는 항상 안전벨트를 매야 했다. 좁은 작업대에서는 운신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주위에 방벽 같은 것도 없었다. 미끄러지면 곧장 아연 통에 빠진다. 찌꺼기를 치우면서 붙었던 자신감이 급속하게 쪼그라들었다.
--- p.224

레버를 계속 미는데 갑자기 지게차가 앞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지게차 운전석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차체 뒤편이 공중으로 들렸다. 몸이 운전대에 콱 부딪쳤다. 심장이 거칠게 뛰면서 오리엔테이션 동안에 들었던 경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게차가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지게차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 p.229

토니가 어깨를 으쓱하며 텔레비전을 켰지만 오프닝 크레디트가 나오기도 전에 잠이 쏟아졌다. 공장 노동은 지금껏 겪지 못했던 피로감을 느끼게 했다. 밤교대 근무로 부족한 잠을 거의 보충하지 못한 탓에 내내 진창을 걷는 기분이었다. 어떤 일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트에서 닭고기 사는 것을 깜박했다. 빨래가 산더미여도 그대로 방치했다. 욕조를 빡빡 문질러 닦다가 문득 욕조를 내려다보면서 그날 아침에 닦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릿속이 멍하고 뿌옜다. 식단은 집밥에서 에너지드링크와 테이크아웃 음식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늘 간신히 숨을 쉬는 것 같았다.
--- p.230

나는 소문 얘기라면 언제나 환영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의식이 되었다. 슬리피 베어는 깨어 있는 동안 내게 이런저런 소문을 들려주었다. 1시간이 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하루 중 내가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제철소 근무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동료들이 옆에 있으면 여전히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나보다 연장자가 대부분이고 많은 이가 은어와 추억담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공유했다. 그들 속으로 어떻게 들어갈지 난감했는데 슬리피 베어의 뒷이야기는 나를 그 자장 속으로 들어가게 해주었다.
--- p.246

“이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으니 자격증을 따는 게 어려워질 거야.” 아빠가 설명했다. “무기를 소지할 우리의 권리를 위협할 테니 지금 수업을 듣는 게 최선이야. 그러면 오바마가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가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그때까지 나는 총에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총이 무서웠다. 총을 소지하는 것은 물론 손에 쥐는 것도 싫었지만 아빠의 경고는 내게까지 옮아왔다.
--- p.252

“그 염병할 청소는 우리가 했는데 제러미가 지금 우리한테까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거예요?”
슬리피 베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 알겠지.”
나는 메모를 바닥에 던지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슬리피 베어에게 말했다.
“뭐, 무슨 말?”
“제러미, 엿 먹어라.”
슬리피 베어가 웃자 나도 따라 웃었다. 그는 아이가 보조 바퀴 없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뿌듯하게 쳐다보는 부모였고, 나는 진입로 끝까지 비틀거리며 가는 작은 아이였다.
--- p.261~262

트럼프가 철강 노동자들의 등 위로 자신의 연단을 짓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그의 적대감과 독설은 제철소의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역사와 가족의 장소였고, 공정과 평등을 위한 싸움의 장소였다. 이곳은 ‘주황 모자’에게 요령을 알려주는 고참 노동자의 장소였다. 이곳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기계 한복판에서 동료애를 키우는 곳이었다. 이곳은 일이 잘 안 풀리는 노조의 동료들에게 사기를 북돋아주는 곳이었다. 이곳은 모든 사람이─인종이나 신념, 젠더, 성향에 관계없이─하루의 근무를 마치고 집에 무사
히 돌아가도록 지켜주는 곳이었다.
--- p.269~270

에런과 벤은 둘 다 신입생이었다. 앞으로 3년 반을 더 학교에 다닐 것이고, 그들이 다른 여학생들에게 같은 짓을 저지르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경찰에 성폭행 신고를 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학교 차원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건 가능했다. 학교가 이 문제에 주목하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학교에 신고하면 학생들로부터 비난과 반감을 살지도 모르고, 그 후 펼쳐질 싸움에 대처할 용기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 p.298

“트럼프는 여자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본 거라고. 돈 많은 특권층의 남자는 여자에게 무례하게 굴 권리가 있다는 거지. 그게 바로 성폭행과 성희롱의 문화를 이끄는 남성 특권적 사고라고요. 자칭 기독교인이라는 사람이 그런 가치를 옹호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야.”
“그럼, 빌 클린턴은 어떻고?” 아빠는 나를 향해 말을 내뱉다시피 하면서 물었다. “클린턴도 여자에게 꽤나 무례했던 거 같은데, 안 그래?”
--- p.327

병의 고통에 빠져 몇 달간 허우적대느라 나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두려움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철강 노동자가 남았다.
--- p.363

어떤 이들은 머리 위로 ‘사랑은 혐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 도널드 트럼프의 성 트럼프가 ‘이긴다’라는 뜻에서 착안한, 트럼프 반대파들의 슬로건)라고 쓰인 팻말을 치켜들었고, 인파 사이로 성스러운 어떤 힘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것은 심판을 요구하는 정의로운 힘도, 거역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힘도 아니었으며,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인위적 제도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속삭임 같았고, 더 나은 것을 보장하는 아득한 약속 같은 것이었으며, 아홉 살 때 성당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생각나게 했다. 어쩌면 그 긴 어둠의 시간이 지난 뒤, 예배당에서 드렸던 기도─여성으로 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세요─가 마침내 응답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 p.373~376

“잠시만요,” ‘미쳐 날뛰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반박할 때처럼 내가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여성들은 성폭력의 피해를 밝힐 때 많은 비판과 비난에 직면해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죠.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치욕감을 느끼는 것은 정당하지 않아요. 전 대학생 때 성폭행을 당했어요.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그 누구도 제 말을 믿지 않았어요. 모두 제 잘못이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의 반응은 성폭행만큼이나 잘못된 거예요.”
--- p.383

어린 시절에 들은 온갖 상투적인 말이 일시에 떠올랐다. 꿈꾸면 이룰 수 있어! 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특별한 꽃이야!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어쩌면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는 이 빌어먹을 특별하다는 감정에 매료된 나머지, 나라를 온통 집어삼킨 개인주의의 유독성에 눈을 감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독선과 거만, 개인적 쾌락, 개인적 이야기, 개인적 믿음, 개인적 자만에 꼼짝없이 예속되어 눈가리개를 한 채 이데올로기에 매달리기를 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선호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면을 존중하지 않아도 되고,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룰 필요도 없으며, 우리의 현실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부정하는 것들이라면 제거하고 무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선호했다. 공동체 대신에 열차 사고와 재앙과 스캔들을 추구했다.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한다면 그 어떤 것도 갈망했다. 우리의 실제 모습─때론 혼란스럽고 따분한─을 직시하는 것보다 오락거리가 더 쉬웠기 때문이다. (…) 어쩌면 나는 그 꿈속에서, 정작 세상과 더 연결되어야 하는데도 나 자신을 세상과 분리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모양이다.
--- p.399~400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기의 산물이었다. 오래 기다린 성인기가 도래하기 직전에 발밑에서 카펫이
치워졌으니, 우리는 스스로를 낮추고 묵묵히 걸으며 힘겹게 버텼다. 정책을 입안하기 전에 샌드위치를 서빙해야 했다.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전에 라떼를 따라야 했다. 의미 있는 일에 헌신하기 전에 코일을 묶어야 했지만, 오카시오코르테스의 당선은 징조였다. 그것은 장대비 이후에 뜬 무지개였다. 수위가 줄어들고 있다는 조짐이었고, 폭우 이후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증거였다. 최저임금과 하향 고용과 끔찍한 좌절의 오랜 시간 이후 우리 세대는 마침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p.412~413

나는 두렵지 않았다. 그 대신 정전되기 직전에 그렇듯이 그곳의 모든 불빛이 흐릿해지는 상상을 했고 사람 하나하나를 깜깜한 제철소에서 깜박이는 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감부 끝을 지나 열연공장을 가로질러 저 너머 용광로 안쪽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우리는 기계들 사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의식의 작은 섬광들이었고─한 물질로 만들어진 우리 모두는 어둠 속에서 펄떡이는 맥박이었다─한데 뭉치면 이 세상의 고동치는 심장이었다.
--- p.415

불꽃은 우리가 만들고 변형하고 정제할 수 있는 것의 증거였다. 분홍빛 하늘이 마침내 희미해지고 지평선이 사라지면 불꽃은 어둠을 향해 그 밝은 혀를 날름거리며 검댕과 때와 녹의 기억을 태워버리고, 그 아래서 생겼다가 사라진 삶들을 위해 밤을 밝혔다. 제대로 바라보면 불꽃은 숨을 멎게 한다. 그 불빛 속에서 제철소는 거의 신성해 보였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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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에 맞는 여성은” 누구인가? 학자금 대출, 양극성 장애, 성폭력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제철소에 취직한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이내 산업재해, 성차별, 극우주의와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주저앉지 않았다. 3년 동안 노동과 연대, 대화와 투쟁의 가치를 발견해가며, “위험을 무릅쓸 만큼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꿔온” 교수직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은 자기답게 살기 위해 “앞으로 밀고 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따진다. 노동 현장에서 자신들의 “디딤돌”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이 씩씩하게 전진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일을 하고 글을 쓰며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아주 멋진 “징조”다.
- 장영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저자)
젊은 여성과 제철소라는 조합은 ‘여자라고 못할 것 없어’ 따위의 교훈을 줄 것 같지만 결코 그렇게 읽혀서는 안 될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고군분투를 밀레니얼 세대의 무용담으로 나열하지 않고 ‘불가능은 없다’는 미국식 자기 계발의 망상이 개인을 어떻게 억눌렀는지를 맹렬하게 비난한다. 여성이자 블루칼라 노동자로서 겪게 되는 차별과 혐오가 미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에서 싹튼 것임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켜 설명하는 힘이 대단하다. 나아가 거친 노동자성이 어떻게 ‘미국식 개인주의’로 둔갑하여 사회의 소수자를 경멸하게 되는지를 정교하게 짚어낸다. 백인 노동자들을 적대감으로 똘똘 뭉치게 한 트럼프의 증오 전략을 비판하는 냉철함과,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동료들을 격려하는 따뜻함이 듬뿍 밴 책이다.
- 오찬호 (사회학자)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미국인이다. 백인 여성이며 가톨릭 신자다. 철강 노동자다. 따라서 엘리스는 내가 아니다. 한편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밀레니얼이다. 성폭력 피해 경험과 양극성 장애가 있다. 문학 전공자다. 엘리스가 가지고 있는 몇몇 정체성들은 그를 정의하는 또 다른 특성들과 극도로 불화한다. 때문에 엘리스는 나다. 내가 아닌 만큼이나 나와 같다. 그가 먼 나라의 낯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장마다 진하게 배어 있는 땀과 유황과 쇠 비린내 또한 나의 것이 된다.
한때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자랑이었던 러스트벨트의 영광이 지나간 자리에, 여전히 클리블랜드 제철소는 있고, 거기에서 아직도 불꽃이 타오른다. 엘리스가 그것을 목격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거기에 그 불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음을 믿는다. 읽는 동안 거기에 나도 잠시 있었던 것 같다.
- 박서련 (소설가)
용감하고 진심 어린 회고록인 이 책에는 힘들게 배운 삶의 지혜가 넘쳐난다. 내가 그렇듯 이 시대의 정치적 분열로 인해 몸에 독이 퍼진 기분이 든다면, 해독제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존 라리슨 (소설가)
방치되었으나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핵심을 이야기하는 감동적인 서사. 값싼 감상주의를 거부하는 진심 어린 고백. 재능 있는 작가의 출현을 알린다.
- 애덤 챈들러 (작가)
가감 없이 진솔하다.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은 주목할 만한 회고록인 동시에 아메리칸드림을 저버린 미국을 고발하는 기소장이다.
- 세라 켄드지어 (저널리스트, 작가)
이 힘든 시기에 골드바흐는 늦지 않게 왔다. 정신, 경제, 믿음, 가족 이 모든 것이 위태로운 가운데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항구적인 가치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강철과 돌가루(steel and grit. ‘강한 용기와 힘’이란 의미도 있다)에 관한 회고록이지만, 영혼에 관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젊은 클리블랜드 철강 노동자가 전한 이 감동적인 고난의 서사는 미국 노동 문학이라는 서가에 당당히 자리를 잡는다.
- 데이비드 기펠스 (『영혼의 집 짓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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