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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처서 간이역 13 김용균법 14 공감 17 스펙spec이란 말 20 카시니의 최후 22 정규직 봄 24 맨홀 속 김 씨 26 감정 낭비 28 증언하는 장미 30 동백 좁교 32 결초보은結草報恩 34 서치search 36 경매된 남향 38 나는 발굴되고 있다 40 제2부 어느 별에 가닿는 중이니 45 백합이라는 의식 46 편력?歷 48 한 끗 차이 50 DMZ에는 용龍이 산다 52 온라인 리뷰 54 인기의 그늘 56 난蘭의 일대기 58 테크놀로지 60 살려 주세요 62 코로나 안개 64 당신의 풍등 66 마지막 야영 68 십이월 70 제3부 터치 75 벚꽃 할렐루야 76 파이프오르간 78 보헤미안 랩소디 80 빗방울 전주곡 82 음악이 건축이다 84 레퀴엠 86 협주協奏 88 sfz 90 레가토로 살련다 92 그녀가 빛을 디자인한다 94 아궁이 장단 96 자물쇠 나무 98 먼 생生의 그 사람 100 제4부 너럭바위에 들다 105 우리라는 덩이 106 길의 관성 108 웃음의 들녘 110 분재 112 토스터로 당분간 114 사실주의 육교 116 누군가 밀어 주었다 118 버진 팁virgin tip 120 달빛 수묵화 122 롤러코스터 124 슬렁슬렁 126 투게더, 마트료시카 128 아름다운 페달 130 해설 차성환 꽃의 첫 음 133 |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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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굴되고 있다
화석처럼 유적처럼 몇억 년 후의 눈빛이 샅샅이 훑고 있다 캐릭터들이 화면에서 사실처럼 그려지듯 내 몸은 시뮬레이션 중 얼굴 주름이 점점 사라지고 자라목이 펴지면서 화소로 온전히 박동하고 있다 음악, 집, 자동차, 음식이 매장된 21세기 지층에서 표본으로 떠 내는 누군가의 붓질, 멈칫멈칫 계통의 척추가 드러나고 있다 지구 대멸종 전후 살았던 일생이 조사되고 세밀히 분석되는 중이다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 긴 속눈썹의 태아들, 조류 곤충들의 돌출은 없었다 처음 수천 년의 변화가 백 년, 백 년이 십 년, 십 년이 불과 몇 달, 그 가속에서 추정되는 대량의 인류 편리는 문명을 채취하여 절멸로 이끌기도 한다 머리카락 혈흔 침만으로 분류되어 1, 2초 후면 다운로드된다 일망타진되는 진화는 얼마나 덧없는가 인공지능이 현생 생물을 대표할 때 완벽하게 복원되는 사람들이 무릎 꿇린 채 인터넷 공간에서 팝업창으로 분류되고 있다 발굴 작업은 지쳐 간다 남은 생 끝까지 캐내기에는 가치가 없는 걸까 생존이 도로 묻히고 있다 나는 반쯤 드러났다 다시 덮인, 퇴화된 방윤후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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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환(시인, 한양대 겸임교수)의 말에 따르면, 방윤후 시인은 “일상의 삶에서 존재가 서로 공명共鳴하는 아름다운 화음”을,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을 꿈꾼다. 아울러 추천사를 쓴 윤성택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 간이역이 되”어 “특유의 음악적 감수성”으로 소외된 자들에게 “땅울림을 내어 주”는 자가 된다. 이번 시집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내밀한 소리들을 흔들어 깨운다. 그것은 때로 존재가 가진 본연의 생명력을 파괴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방윤후 시인의 이번 시집을 통해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가 타인의 소리에 가닿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무한 긍정하고 그 아픔을 보듬어 안는 시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매화는 남쪽에서부터 울려 나온다 꽃망울은 그 초연의 연주가 아닐까 재기 발랄한 연분홍의 스케일 자유 향한 내면의 갈망, 자연과 우주에 이르는 파동이 꽃의 첫 음이어서 매화를 들으면 연주를 들으면 나는 자꾸만 피고 싶어진다" 2021년 여름 -저자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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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이 스스로 살기 위해 막 지나치는 영혼을 갈아탄 적 있으리라. 끈질기게 한 사람의 마음을 다잡아 활자로 환승하는 것이야말로 시가 이 생生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시에게 간택된 사람이다. 방윤후는 결코 시가 고고한 자리에서 기다린다고 여기지 않는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 간이역이 된다. 소외된 사람들, 방치된 사물들, 철 따라 피고 지는 꽃과 나무들까지 자신을 느리게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뉴스, 영화, 신문에서 쉽게 흘러가는 정보도 그에게는 조금 일찍 왔거나 조금 늦은 조우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방윤후는 특유의 음악적 감수성으로 그것들에게 땅울림을 내어 준다. 음악이 시의 곳곳을 여행하도록 음계를 깔아 기꺼이 백지가 되기도 한다. 먼 훗날 시는 읽히는 것이 아니라 들려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발굴되는 시공간의 연원이므로, 방윤후만의 지층이었으므로. - 윤성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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