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부 연두 시편
연두 잎 연두 우산 연두 수화 연두 정거장 연두 집 연두 잠 연두 마을 연두 탑 연두 새 연두 불꽃 연두 성채 흔들리는 연두 연두 책 연두 지붕 연두 혀 연두 눈 연두 여자 연두 바람 연두 피정 연두 산 제2부 나무 시편 푸른 수혈 3월의 나무 태백산 고사목 태백산 주목나무 착한 나무들 걸어가는 나무 푸른 나무집 대나무에게 속았다 가로수 겨울 나무1 겨울 나무2 베어진 소나무 기도하는 메타세쿼이아 미루나무 제3부 산 시편 설악, 용아장성 설악, 수렴동계곡 한계령 아침 지리산 피아골 지리산 제석봉 지리산 산죽 지리산 청학동 지리산 일출 다시 지리산 태백산 종주 겨울, 함백산 그때, 함백산 함백산 얼레지 겨울산 용소골 사량도 구봉산 자락 백두대간을 걸으며 옹강산 작은 산 교합의 산 훈계하는 산 근엄한 산 무리의 산 갈증의 산 쓰러지는 산 함묵하는 산 찬란한 산 깊어지는 산 정상의 산 그 산 |
|
나무는 알을 품고
오랜 겨울을 보냈다 봄이 되자, 나뭇가지마다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하는 연두 고 작은 새 연두 부리가 눈을 뜨면 고요가 수액으로 흐르고 바람에 적신 날개가 산을 타면 산등이 출렁거린다 연두는 몸이 달아올라 산정을 향해 옷을 갈아입고 몸이 젖도록 능선을 타 넘으며 바람을 만나면 물결이 되고 햇살을 만나면 윤슬이 되어 가슴 울리는 새와 함께 단절의 강을 건널 것이다 ---「흔들리는 연두」중에서 살얼음이 하얗게 덮인 시린 물이 흐르다가 고였다가 허리를 폈다가 굽혔다가 겨울을 움켜쥐고 잠들어 있는 계곡 깊은 산은 참선 중 발자국 소리 들리면 죽비 내리칠 듯 엄한 기운 감돌고 오른 만큼 깊어지는 계곡 폭포마다 둥근 소는 대형 약탕기에서 검붉은 약이 끓듯 천혜의 갖가지 절경이 담겨 끓어 넘치고 쏟아지는 감탄에 몸은 절로 해독되고, 오를수록 둥근 소들은 언제부터 달여지고 있었는지 검붉은 색으로 끓어 넘쳐 갈증에 진한 탕약을 음미하면 감초향 솟아오르는 듯 둥글고 깊은 약탕기에 검붉은 탕약이 달여지는 둥근 계곡은 이어지는데 오르고 또 올라도 깊고 높은 산에 둘러싸인 산속 동그랗게 낮은 하늘만 보이고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 내려와 그 동아줄 타고 신선처럼 훌쩍 산 하나 가뿐히 넘을 듯한 첩첩산중 계곡 한 줄기 ---「용소골*」중에서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 사이에 있는 용봉산(응봉산)에 있는 계곡. 구부정한 나무, 휘어진 나무, 돌을 뚫고 자라는 나무 길 위로 뿌리가 불쑥 올라 온 나무들 나무는 가만히 서 있지 않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땅속 뿌리를 박고 제대로 뗄 수 없어 온몸 비틀며 구부리며 그렇게 나무는 가고 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큰 걸음으로 나무가 움직이는 것은 바람의 힘이 아니었어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 그렇게 나무는 제 살에 생채기를 내며 어딘가 가고 있었어 온몸 갈라 터진 나무를 어루만지자 까칠한 상처의 딱지가 뚝 떨어진다 ---「걸어가는 나무」중에서 생리 주기가 돌아오면 아랫배 움켜쥐고 시달렸던 아픈 기억들 그렇게 밤을 밝힌 날은 아랫도리 붉게 물들였지 피아골 부서지는 물소리 따라 바람 홀로 깊이 울어 땅을 두드리며 내리는 비 온 뒤 등 굽은 아침이 힘겹게 일어서더니 진홍색 단풍잎이 삼홍소를 물들였네 간밤 통증에 얼마나 시달렸을꼬 ---「지리산, 피아골」중에서 |
|
■ 시인의 말
배고팠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산에 가서 진달래꽃, 찔레 순, 머루, 달래 등을 따 먹으며 즐거운 가난을 보냈던 때가 떠오른다. 어쩜, 나의 산행은 그 어린 시절 때부터였으리라. 그렇게 나는 산행을 하며 성숙해 지고 어느 날 산은 나의 근엄한 스승이 되었다. 그 근엄한 스승이 그리워 산에 가고 또 간다. 부산 금정산 아래서 오원량 |
|
생명의 향연인 연둣빛의 새순에서 시작된 산에 대한 시편들은 아득하고 그윽한 산의 깊이에 도달하고 있다. 연대와 공감, 배어들고 물드는 생명의 속성을 연둣빛에서 읽어낸 시인은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생명 현상과 그것을 스스로 치유하고 힐링하는 속성을 산을 통해 성찰하고 있다. 에로티즘으로 발산되는 능산적 자연으로서의 생산하는 신적 속성을 산에서 발견하기도 하고, 순리와 이치에 따르는 덕성을 통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산의 미덕을 통해서 깊어지는, 아득하고 그윽한 산의 내면을 발견하고 있기도 하다. - 황치복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