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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새해 11 크랭크인 12 햇빛을 받을 때마다 바다는 황금 어장이다 14 만삭滿朔 15 평행선 16 산타로사의 밤 17 봄 18 심장의 작전 수행 19 에덴의 동쪽에서 저무는 서쪽까지 20 너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네 자리에 놓아 두었다 22 이순耳順 24 필랜의 밤바다 26 퍼즐 맞추기 27 파도는 파와 도 사이 음악이다 28 지난날 29 어머니 30 꽃잎 꽃잎 31 아내에게 32 내비게이션 그녀 34 완행열차가 그립다 36 그 별 37 기억 38 인연 39 추억 다시 잡다 40 캐니언 소묘 41 너는 알고 있었어 42 메아리 43 블랙홀 44 산행 45 첫사랑 46 소용돌이 속에서 47 아름다운 노래 48 바로 서는 마음 49 중심의 시간 50 뭉게구름 사설 52 환희 54 폐백 드리는 날 56 흔적 58 흔적 2 59 혼선 60 휴일 오후 61 휴일 오후의 MBTI 62 휴일 오후의 MBTI 2 64 흑장미 66 종소리 67 게걸음 걷기 68 퍼즐을 맞추다 69 선인장 자서전 70 더 붉어지기 위하여 72 사는 것 73 2023년 새해 아침에 74 꿈길 76 차라리 78 사연 80 시인의 노래 81 퍼즐 놀이 82 잠 못 드는 밤 84 스노클링 85 봄날의 센스 88 바다 90 설욕雪辱의 노래 91 퍼즐 놀이 92 낙엽 93 세월의 울타리 94 사랑이란 96 빗금 98 어울림 100 우크라이나 101 해설 유성호 마지막 반음은 그대의 빈자리를 위한 것 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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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시들어
과일 껍질 같은 저물녘 그대 사랑하는 마음 노을처럼 식어 가면 바다에 내리는 구름은 의상을 바꾸고 햇살을 거두어 간 수평선도 홀로 아득해진다 나는 무엇으로 채워졌나 그대 떠난 자리 바람만 와 앉고 사랑한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 파도가 실어 간다 파도는 파와 도 사이의 음악, 마지막 반음은 그대의 빈자리를 위한 것이다 나는 솔에 이르지 못하고 그예 어두워진다 붉게 타오르던 마음 석양에 내어 주고 만다 ---「파도는 파와 도 사이 음악이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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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천방지축 소년 시절 무심히 흐르는 물살 밑에 쓸려 내려가지 않고 어른거리던 조그만 조약돌 그저 좋아서 주머니에 넣어 소중히 어루만지던 선명한 기억들 그저 좋아서 그저 좋아서 재주도 없고, 전력을 다하지도 못하면서도, 그저 좋아서 고통스러우면서도 황홀한 마음 수줍어 고개 숙이며 그때 주머니에 넣었던 조약돌 이제야 꺼내 본다. 2023년 봄 LA에서 고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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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이의 시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보르헤스)을 닮았다. 시 속에서 시인이 걷는 길이 곧 시행詩行인데, 그의 시는 자연 쪽으로 한 길을 내고 사람들 쪽으로 한 길을 낸다. 자연으로 난 길은 산으로 가는 길과 바다로 가는 길로 나뉘고, 사람들에게 난 길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과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로 나뉜다. 산의 시편들에서 그는 “캐니언” 앞에서 “부서진 이판암 조각” 같은 인간을 만난다. 단독자의 감각, 겸손, 찬탄(……)이 산 시편들에서 배어 나온다. 바다 시편들에서 그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신인神人이다. 태평양을 건너와 이역만리에 보금자리를 꾸린 삶의 이력이 그를 단련시켰다. 어머니 시편에서 그는 시간이 그에게서 뺏어 간 목록들을 적는다. 그러나 그것은 상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는 그리움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나를 호명하고 있으니까. 아내 시편은 지금 그에게 있는 다정과 다감에 대한 고백이다. 이 네 가지 길은 다시 나무와 꽃과 돌멩이와 사계四季로, 파도와 물고기와 자본주의로, 유년과 노년으로, 아이와 “에덴”과 “서쪽”으로 끝없이 퍼져 나간다. 그는 모든 길을 걸어 세상 전체를 그려 보이려 한다. 그의 몸이 세상을 편력하는 컴퍼스의 다리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다리, 그러니까 중심이 된 다리는 단연코 아내일 것이다. 아름다워라, 그가 시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스위트 홈의 따스한 불빛이 그를 반길 것이다. - 권혁웅 (시인, 문학평론가, 한양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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