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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가 숨어 있어
작가의 말 위수정 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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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말을 담아놓는 상자가 있다고 하자. 상자에는 말이 나오는 구멍이 있다. 구멍에는거름망이 있는데 유미는 상자의 거름망을 촘촘하게 잘 조절해서 적절한 말만 딱 꺼내어놓는 사람이었다. 실없는 농담이나 남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낯선 이와의 자리에서도 침묵이 지나가는 모습을 큰 불편함 없이 바라보는 쪽이었다.
--- p.7 자기는 내가 왜 좋아? 유미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선호가 물은 적이 있다. 나랑 달라서. 우리가 많이 다른가? 비슷하기도 한데 다르죠. 그래서 좋은데. 또? 또 없어요? 음, 살냄새가 좋아. 심플해. 심플해? 마음에 차는 대답은 아니었다. --- p.18 선호는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했던 유미의 말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선호는 그날 밤 유미를 좀 더 세게 끌어안았다. 유미에게 자신이 꽉, 아주 꽉 맞고 싶었다. 서로에게 빈틈이 없기를 바랐다. --- p.23 서재에서 무언가를 쓰고 있던 유미의 얼굴. 그 눈빛. 선호는 그 표정을 떠올리며 어떤 감정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잠들면 가만히 일어나 저렇게 서재에서 보내다 오는 밤이 많았을까?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소설 쓰는 사람들과? 몇십 편을 썼다는 어린애와? 아니면…… 그 작가? 에이, 설마. 선호는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이 길고 가느다랗게 뻗어나갔다. 일치했던 마음의 선이 세밀하게 엇나가는 느낌. 그걸 질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질투라는 단어가 선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하자, 마음먹고 다시 잠들기 위해 머리를 비우려 애썼다. --- p.36 선호는 몸을 돌려 유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와 함께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를 기만할 리 없지. 누구에게나 사생활이 있는 거니까. --- p.52 일기, 오징어, 칠면조. 무언가를 짐작하는 마음과 그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함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각각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을 선호는 실감했다. --- p.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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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노트북에서 전 연인의 이름으로 된 폴더들을 발견했다
속속들이 알고 싶지만, 알고 싶은 만큼 두려운 연인의 진심 안온한 삶 아래 도사린 불온한 마음을 들추는 위수정 신작 소설 “그다지 착하거나 밝은” 글을 쓰지 않는(〈위수정 작가 인터뷰〉), 언뜻 평온해 보이는 일과를 끝내고는 잠을 설치며 밤마다 뒤척이는 인물들이 간직한 내면의 모순과 균열을 그려온 《은의 세계》《우리에게 없는 밤》 위수정의 신작 소설 《칠면조가 숨어 있어》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사내 커플로 시작해 부부의 연을 맺은 ‘유미’와 ‘선호’는 특별히 어려울 일도 고민할 일도 없이 흘러가는 결혼 생활을 보낸다. 결혼을 하려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선호는 유미와 결혼 전 술도 마셔보고, 가까운 친구들도 만나봤지만 유미의 결점이 보이기는커녕 귀여워 보이기만 했다. 함께 산 지 1년, 유미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한 파이어족이 여가를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 정도로” 여긴 선호의 예상과 달리, 유미는 매주 금요일 밤이면 소설 창작 아카데미에 나가고 선호가 잠든 뒤 침대를 빠져나와 선호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글을 쓴다. 궁금증을 키워가던 선호는 어느 밤, 유미가 목욕을 하러 간 사이 유미의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데 이른다. 칠면조라는 폴더 아래 전 연인의 이름으로 보이는 폴더들이 늘어서 있고, 선호의 이름도 발견된다. “많은 이들이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각각의 균열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거나 극복하지 않은 채로 수긍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상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해요.”_70쪽 〈위수정 작가 인터뷰〉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불현듯 이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불안과 혼란이 찾아온다. 속속들이 알고 싶지만, 알고 싶은 만큼 두려운 연인의 진심. 칠면조가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그것을 알아야 할까? 끝없는 의심과 믿음을 가장한 무관심을 양팔저울에 올려둔 채 선호의 진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