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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작품 9
유언장 32 손안의 희망 43 이 분 62 먼지 74 보석 같은 눈 101 고트프리트 하인리히의 꿈 134 나는 기억한다 149 결과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169 발라드 190 빵! 196 흔적 212 협상 232 겨울 여행 253 에필로그 287 작품 해설 293 작가 연보 302 |
Jaume Ca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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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만큼 연주하기 위해 바친 건 오직 내 인생 전부뿐이라고 전해 줘.”
--- p.18 「사후 작품」 중에서 음악이 아름다워요. 분명 슈베르트는 아닙니다, 여러분이 맞아요, 하지만 매우 아름답지 않습니까. --- p.18 「사후 작품」 중에서 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 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 p.49 「손안의 희망」 중에서 “지식을 좇기 때문이에요……. 왜냐하면 지식이란 소심해서, 어딘가에 숨어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습성이 있어요. 전 그렇게 발견되지 않고 언제나 숨어 버리는 지식을 좇으려 합니다…….” --- p.86 「먼지」 중에서 이처럼 수많은 기록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드리아 선생은 살면서 처음으로 질투라는 것을 실제 느꼈다. 어둡고, 지칠 줄 모르며, 곡해하며, 신맛에, 잔인하며, 쓰디쓴 질투. --- p.89 「먼지」 중에서 이자크, 내 아들아, 너는 살아 나갈 것이다. 우리를 위해 살 것이다. 네가 우리의 눈과 우리의 기억이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으로 가거라, 그곳에 뿌리를 내리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에서 너를 위해 살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자손을 낳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너를 통해 살 것이다. --- p.165 「나는 기억한다」 중에서 내가 특별히 시벨리우스에 관심이 있다는 소리는 아니야. 하지만 거의 고문처럼 괴로운 수준으로 음악에 대한 재능을 타고난 게 문제라면 문제지, 젠장. 어떤 음악이든 들리기만 하면, 다른 걸 못 하고 그 음악을 들어야만 하거든. 그리고 그걸 바로 암기하고 영원히 외워 버린단 말이야. 내 안에는 음악이 너무 많아 웬만하면 그걸 위장 속에 보관해 두려 하지. 하지만 그 음악들이 머릿속에서 멜로디로 변해 튀어나올 때면, 난 정말 미쳐 버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 p.212 「흔적」 중에서 그제야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빈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은 하나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의 불운은 하필이면 가혹하기 짝이 없는 겨울 여행에 당첨되어,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는 데 있다. --- p.285 「겨울 여행」 중에서 |
서사의 중층적 선율을 연주한 마에스트로
카브레는 현대와 과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 편 한 편을 독립적인 이야기로 읽히게 하면서도, 단편들 사이에 숨은 연결고리를 통해 작품 전체를 거대한 퍼즐로 만든다. 첫 번째 단편「사후 작품」에서 피아니스트가 충동적으로 연주한 피셔의 변주곡은 이어지는 독립적인 단편들에서도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 독자들에게 새로운 서사를 부여한다. 「고트프리트 하인리히의 꿈」에서는 변주곡의 주요 모티프가 되는 ‘시b, 라, 레b, 시, 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표제작이자 마지막 단편인 「겨울 여행」은 주인공 졸탄이 피셔의 유일한 변주곡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과정을 소개한다. 나는 전적으로 독립적인 이야기들의 묶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각 이야기들의 분위기가 그런 독립됨을 아우성치며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바지에 이르러, 바로 그 기간 동안, 글쓰기 작업을 해 나가는 자체가 나에게 어떤 숨겨진 혹은 좀 더 명시적인 연결 고리들을 발견하게 했고,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에필로그」 중에서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면 주제 선율의 탄생과 기록, 연주, 그리고 감상에 이르는 연대기가 하나의 굵직한 서사로 윤곽을 드러낸다. 여기에 더해 렘브란트의 그림, 위대한 음악가 바흐의 가족사, 『나는 고백한다』에 나오는 아르데볼 집안 등 여러 가지 예술적 장치들이 열네 편의 단편 곳곳에 숨어 있다. 『겨울 여행』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중층적 얽힘이라는 형식적 실험과, “삶의 모든 것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작가만의 통찰을 모두 훌륭하게 담아낸 예술 작품이다. 쓸쓸한 인생길을 걸어가는 겨울 여행자들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는 실연을 겪게 된 한 남자가 차디찬 겨울 방랑객이 되어 거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이 같은 선율적 인상을 자신만의 언어적 예술로 표현한 것이 자우메 카브레의 『겨울 여행』이다.『겨울 여행』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눈 쌓인 숲을 홀로 걷는 나그네처럼 저마다의 고독과 아픔을 안고 있다. 아내와 사별한 후 남겨진 아들들이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남자, 겉으로는 성공한 음악학자지만 평생을 기다린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람, 쇼아에서 살아남아 삶의 재건을 꿈꾸지만 그 결말이 자살일 수밖에 없었던 생존자, 유고슬라비아 전쟁에 자식을 뺏긴 어머니, 연인에게 버림받고 남성성을 공격받자 극단적인 폭력의 사용을 택한 미소지니스트 등이 등장한다. 이 모든 주인공은 하나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으로서의 인생을 걸어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쓸쓸함, 참담함, 비통함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평범한 삶들이지만, 너무 평범해서 잘 말해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썼다.”고 밝혔다. 카브레가 단편집을 처음 구상할 때는 각 단편 간의 연결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점차 쓰면서 작가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유기적 연결들이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시작해 확장되어 갔다고 밝혔다. 자신의 인생길을 홀로 걸어가야 하지만 사랑과 우정, 예술과 연대 없이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인간의 모순적 숙명이 잘 드러나 있다. 치밀한 구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로 찬사를 받은 카브레는 이번 작품에서도 예술, 도덕,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특유의 문학적 감각으로 탐구한다. 골방 문 앞에 자리 잡고 앉아, 꿈쩍도 않은 채, 이야기가 내 앞으로 지나가면 목덜미를 잡아채 설명해 보라고 다그쳤다. 그렇게 하나하나 엄청난 인내가 주춧돌이 되어, 나는 개별 이야기들의 비밀을 풀어 나갔고, 그렇게 이야기의 첫 문장 혹은 첫 단어, 혹은 나조차도 어떻게 될지 몰랐던 이야기의 시작과 연결되는 문학적 결말에 대한 명징한 혹은 희미한 발상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