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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혼수 AS 13 곰바우 칼국수 14 일요일 아침 16 카페트 빠는 날 18 삶의 온도를 맞추다 20 체인지업 22 칠월 그날 23 어머니의 엷은 미소 24 너무 늦어 못 부르는 노래 26 아버지를 꺼내다 28 햇살에 기댄 어깨가 들썩거리는 오후 30 큰어머니의 뒤란 32 마당재골 34 그 추억 어디 갔을까 36 안녕을 묻다38 제2부 햇살 닮은 당신 41 따스한 입김으로42 부산행 기차를 타다 43 둥지를 찾아서 44 한 평 46 같은 길 48 늙지 않는 여인 50 늘푸른행복요양원 52 새들의 식사 시간 54 물굽이 산책로 56 한탄강 주상절리길58 바다에 길을 내다 60 아야진 해변에서 62 소록도 64 그림자만 다녀가다66 제3부 들꽃 69 상처를 어루만지다 70 가끔은 72 너에게 머문다 74 위도 76 생존형 스쿠터 78 열병 일기 80 수술실 앞에서 82 삼 일 내내 비가 내렸다 84 사선 위의 날들 86 붉은 매화 88 그래도 사는 거야 89 내일을 찾는 그녀 90 너를 아직 다 읽지 못했다 91 생맥주 92 제4부 맑음 에스테틱 95 74번길 96 카페 라방드 98 너를 챙기는 오후 99 기억 회로 장치 100 샘들길 102 찌개 공예 104 조문 빌라 101호 106 조명 없는 집 108 피우지 못한 꽃 110 다비움 산장112 달빛의 속울음 114 시린 듯 아픈 듯 116 해조음을 듣다 118 해 설 공광규 - 긍정의 일상과 가족 제재, 그리고 어법과 구성의 특징 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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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어요
커피잔 속에 비친 얼굴 비포장 길을 걸어간 유월의 산사 어머니 영정 사진이 보였어요 수건 머리에 싸매고 서두르던 어머니 신발 벗고 맨발로 들어간 논에서 모내기 호루라기 소리 들렸어요 여이야, 부르는 소리에 허리 세웠다 다시 허리 숙이며 모를 심던 어머니 고단한 시간 더디게만 가던 반나절 휘어진 허리로 줄 맞춰 나란히 모를 심는 날 내려 쬐는 햇살이 사나웠어요 뎅그렁 풍경 소리 들리는 산사 법당 안에서 손을 모으고 바닥에 엎드렸어요 고개 들어 보니 부처님 얼굴에 어머니 엷은 미소가 보였어요 얘야, 깊은 주름의 노곤한 어머니가 잔잔하게 바라보며 슬며시 머리 위에 손을 얹으셨지요 생전 어깨 쓰다듬어 주시던 그 손길로 --- 「어머니의 엷은 미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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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끊어졌다가 이어졌다가 길이 기대어 내게 올 때 쉼 없는 시간들 스스로 멈추고 말을 잊지 않은 사람처럼 답을 찾아가는 혼잣말 꿈틀거리는 내 안의 말 애썼던 시간들 하나씩 하나씩 품에서 꺼내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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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삶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면 그건 멋진 삶이다. 서로 보고 싶어 한다면 그건 사랑이다. 삶과 멋진 삶, 그에 더해 사랑이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민선숙의 시를 읽는 시간은 내 작고 보잘것없는 삶 속에도 멋진 삶과 사랑이 깃들기를 염원하는 시간이다. 표제시 「너를 아직 다 읽지 못했다」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핍진한 삶을 살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너를 아직 다 읽지 못해/ 내 안에 붙들어 놓은 너/ 앉아 있는 그 자리가/ 너와 나의 도서관이 되었다” 이보다 절절한 그리움이 있을까, 이토록 애틋한 설렘이 있을까. 그리움과 설렘은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주제어다. 그러한 주제어는 다양한 시에서 변주되고 교직한다. “나에겐 작은 떨림/ 그리움이 풍랑처럼 오네요”(「따스한 입김으로」)라든가, “머물던 곳에서 기억될 리 없어/ 굳어진 습관처럼/ 끝없는 경계를 넘어선다”(「아야진 해변에서」)처럼 혹은 부끄럽게, “붉은 밤비 내리던 날/ 벼린 상처 알 수 없는 날/ 살굿빛 곱디고운/ 너의 흔적을 기억한다// 걱정으로 기울어진 빈자리가/ 너에게 머문다”(「너에게 머문다」)처럼 혹은 살며시 다가온다. 다시, 삶이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이다. 멋진 삶이란 누군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감지하는 일이다. 시란 그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때론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담담하게 풀어놓는 일이다. 오롯이 풀어놓기만 해도 이리도 애틋함 뚝뚝 묻어나는 시집이 되는 것이다. - 최준영 (교수,인문공동체 책고집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