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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차례 1부 길모퉁이 빵집 길모퉁이 빵집 파도리 횟집 무명가수전 당인리를 지나며 우면산 꽃동네 자동문 앞에서 빵 만드는 여자 공갈빵 젠트리피케이션 무위사 홍매 무인 원룸텔 김중업, 서산부인과 뒷골목 한밤중 단거리 선수 2부 부치지 못한 편지 바닥 꼬박 밤이 새도록 부치지 못한 편지 블루 노트 6BQ5를 들으며 빙의 무임승차 대방동, 가려줄 손 없는 우다방 6V6 진공관 앰프 삼츈식당 다시 피켓을 들며 소금꽃 틈 3부 리모컨을 쥔 원상 복구 쿠팡 로켓프레시, 한밤중 달리기 리모컨을 쥔 뒤로 달린 눈 찬비 긋는 트렁크 그림 값 에어팟 블루투스 헤드셋 주상절리 컵밥 당근을 고르며 자작나무 옹이 희자네 칼국수 책 곰팡이 보길도 몽돌 35년-채광석 형을 그리며 당근, 별이 빛나는 밤 4부 총각네 야채 가게 총각네 야채 가게 반지하 창을 가린 빽빽한 서랍 기계들의 밤 베이커리 뒷골목 길 깁는 날 이중섭의 은박지화 윤여정 AI 은박지 담요 행진 키오스크 절대 신뢰 죽도록 즐기기 손 흔드는 마네킹 구직 외출 피카디리 극장전 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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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마켓에서 단돈 3천원에 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 퍼즐 맞추며/ 갓 뽀갠 당근 속 동심원이며/ 파란 양배추 색감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닐까/ 몇 번이고 한참씩 들여다본다’(「당근, 별이 빛나는 밤」 부분)에서 보이듯, 당근 마켓에서 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 퍼즐 맞추기는 화자가 배가 고파서 먹으려던 당근 속 동심원이기도 하고 파란 양배추이기도 하다. 별이 빛나는 밤에 미치광이처럼 물감을 덧칠하며 생의 허기를 달랜 고흐와 화자의 꿈을 대비시킴으로써 예술가로서 최고의 미학을 작품에서 이루고 싶은 공감대가 저절로 형성된다. - 오현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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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들이 한 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일어설 때마다/ 덧자란 가지들을 제 손으로 쳐낸 자리/ 쓰린 흉터로 가득했다 … 겨울 하늘 밀며 올라가는/ 자작나무를 볼 때마다/ 온몸에 난 상처 마다하지 않으며/ 질통을 메고 있는 형,/ 바늘로 청춘을 짓이기며 미싱을 밟았던 큰누나/ 라면 발보다 더 가지런하게 가발을 엮었던/ 작은 누나를 떠올린다(「자작나무 옹이」 부분)에 보이듯 이 시는 자작나무에서 우연히 발견한 ‘옹이’를 자신이 삶의 경험에서 얻은 한 맺힌 ‘옹이(응어리)’와 이입, ‘가슴 아픈 결함을 나름의 가치’로 치환해 보여준다. 화자는 ‘자작나무 옹이’에서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온몸에 난 상처를 마다하지 않고 ‘질 통을 메는 형’, 바늘로 청춘을 짓이기며 ‘미싱을 밟았던 큰 누나’, 라면 발보다 더 가지런하게 ‘가발을 엮었던 작은 누나’를 본다. 옹이가 없다면 추억으로 건져 올릴 서사가 없는 삶이다.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옹이가 보여주는 특이함 때문이다. 박몽구 시인의 이 시가 달리 보이는 이유다. - 김선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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