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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Tho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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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겨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때쯤이면 토미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뭐 하러 기억하겠는가? 이제껏 한 번도 기억한 적이 없었던 것을. ---「7쪽, 〈프롤로그〉」중에서 그 집에는 장난감이 하나도 없었다. 장난감 자동차도, 쌓기 놀이 블록도, 심지어 곰 인형도. 거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단정하게 액자에 끼워둔 사진뿐이었다. 엄마와 아빠 둘이 찍은 사진이었다. 아이 사진은 없었다. ---「26쪽, 〈1〉」중에서 “아동복지국에서 새벽 5시쯤 데려왔어요. 시내에 있는 보육원으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꽉 찼다네요. 그래서 3번 방에 데려다 놨어요. 아마 하루 종일 잘 거 같네요. 불쌍한 꼬마.”(…) “그 애는 무슨 사정이 있어요?” 묻는 말에 서류철 하나가 무릎에 내려앉았다. 미셸은 눈을 뜨고서 아동복지국에서 보낸 서류 첫 장을 넘겼다. 양식 자체는 늘 보던 표준 서류였지만, 이렇게 텅 빈 채로 온 적은 처음이었다. ---「32쪽~33쪽, 〈2〉」중에서 매년 똑같은 일이 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되었다. 토미는 조금 나이가 들자 그게 기막힐 정도로 정확하게 되풀이되리라는 걸 예측할 수 있었다. (…) 전날 밤 있었던 너덜너덜해진 동화책도, 자라면서는 물려받은 책가방에 넣은 공책과 펜도, 벽에 붙은 포스터 한두 장 같이 몇 안 되는 소지품들까지 싹 사라졌다. 없어진 물건과 텅 빈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62~63쪽, 〈4〉」중에서 이유야 어찌 되었든, 토미 루엘린은 캐리 프라이스를 전적으로, 돌이킬 수 없게,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 4주 후에는 그녀도 다른 이들처럼 토미를 잊겠지만, 그래도 캐리를 계속 사랑할 것이었다. 인생은 토미에게 잔인한 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잔인할 수는 없었다. ---「99쪽, 〈5〉」중에서 수업은 끝났지만 토미는 계속 종이를 바라보았다. 지금 보고 있는 게 뭔지는 잘 몰라도,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재시작’을 속일 허점이었다. ---「170쪽, 〈9〉」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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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이루어 내는 ‘나’라는 소원
어제가 없는 세계에서 내일을 선택하는 삶 매번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이야기 모든 관계가 끝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좋았던 장면은 희미해지겠지만, 마음을 쏟고도 기어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줄 아는 힘만큼은 남지 않을까. 토미의 삶은 바로 그 힘을 해마다 보여주는 기록이다. 매년 생일마다 토미의 존재를 지우는 ‘재시작’은 서사의 전제를 넘어, 인물의 관계와 성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 토미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가까워질수록 독자는 자연스럽게 불안을 느낀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갈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평범한 대화나 사소한 선택조차 이 소설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순간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긴장감이 피로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재시작이 토미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토미는 매년 쌓아온 관계를 잃지만, 역설적으로 그 상실 덕분에 지난번보다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기억은 지워져도 실패의 감각은 몸에 남는다. 그렇게 마음의 결은 조금 더 촘촘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토미가 어떻게 무너질지를 걱정하기보다, 이번에는 무엇을 지켜내고 어떻게 바꿀지를 지켜보게 된다. 어느새 토미는 “독자가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인물”(앤 다빌라 카디널)이 되어 우리 곁에 선다. 이런 흐름 덕분에 소설은 계속해서 팽팽함을 유지한다. 관계는 처음부터 시작되지만 토미는 그만큼 달라져 있기에 이야기는 매번 다른 선택과 결과를 향해 움직인다. 어느덧 토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우리는 타인의 기억 없이도 한 사람이 어디까지 자기 삶을 살아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관계가 사라진 뒤에도 상실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의 힘. 이 소설이 애틋한 드라마이자 끝까지 삶을 따라가는 기록으로 남는 이유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삶보다, 스스로를 잊지 않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내가 없는 나의 세계》 속 토미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