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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시에서 보는 시로, 이미지로 확장된 자유
그림 작가 라트나 라마나탄은 이 시를 해석하거나 번역하지 않는다. 대신 언어의 의미를 잠시 유예하고, 기호와 패턴, 반복되는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시의 호흡과 리듬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다. 책에 수록된 이미지들은 퐁피두 센터에 소장된 초현실주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자유〉를 ‘읽는 텍스트’에서 ‘보이는 텍스트’로 전환하는 시도이다. 수작업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이 책은 균질한 인쇄를 벗어나, 물질로서의 책과 감각적 경험을 전면에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세계 곳곳에 ‘자유’라는 이름을 새기고자 했던 태도와 맞닿아 있으며, 시와 이미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만들어 낸다. 엘뤼아르의 시어에서 시작된 자유는 이제 시각적 리듬으로 확장되며, 독자의 감각 속에 다시 새겨진다. 시 〈자유〉가 그림책『자유』로 탄생하다 앙드레 브르통은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시 〈자유〉는 이 선언문을 빛나게 하는 시적 조건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엘뤼아르의 시적 언어는 라마나탄의 시각적 언어로 확장되며, 장르와 경계를 넘으며 우리 안에 새로운 의미로 새겨진다. 그림책 『Liberty 자유』는 타라 북스와 퐁피두 센터가 브르통의 선언문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그림책으로, 보림출판사는 퐁피두 센터 컬렉션의 한국 전시를 기념하여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자유’라는 단어가 저항의 구호가 아니라, 사랑의 다른 이름으로 들릴 수 있다면 폴 엘뤼아르의 〈자유〉를 처음 만난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흔히 고전이라 불리는 시들이 그렇듯, 이 시 역시 공공장소에 어울리거나 매체에 인용하기에 적절한 문장들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그것이 가장 보편적인 감각에 말을 걸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편성은 때때로 작품이 지닌 고유한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세월을 품은 작품을 옮기는 일은 그것이 쌓아 온 시간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진 채 현재의 호흡으로 다시 데려오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를 옮기는 순간만큼은, 시가 처음 탄생했을 때의 말간 얼굴을 되찾아 보고 싶었다. ‘자유’라는 단어가 저항의 구호가 아니라, 사랑의 다른 이름으로 들릴 수 있다면. 시가 지닌 반복의 리듬이 세월의 무거운 층이 아니라 디딤돌이 된다면. 그 디딤돌을 딛고 초현실주의적 상상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시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옮겨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시인이 끝내 놓지 못했던 단 하나의 말, ‘자유’의 자리에 각자가 아끼는 말을 적어 보아도 좋겠다. 시의 방식을 빌려 그 말을 반복해 부르는 일은, 이 시를 다시 읽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 신유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는 실크스크린 그림책 인도 남쪽 첸나이에 있는 작은 출판사 타라 북스는 인도 전통 예술가들과 실크스크린 전문가들, 그리고 다른 문화권의 작가와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다양한 책의 형태를 실험하고,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아름다운 책을 만든다. 인도의 장인들이 만드는 실크스크린 책은 전 세계로 보내지면서도 한 권 한 권 손으로 만들어진다. 촘촘하게 이루어진 판에 가려지지 않은 부분으로 잉크를 배어 나오게 하는 원리의 실크스크린(Silk Screen) 판화 기법으로 찍은 색과 선은 보통의 인쇄로는 느낄 수 없이 선명하고 판화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다. 모든 것이 대량 생산 시스템 속에서 흘러가는 오늘날에 그 존재감이 더욱 또렷한 그림책 『Liberty-자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