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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카를 들으며
박몽구
문학동네 20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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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집

책소개

목차

1. 아리아를 위하여
2. 무언가
3. 벽을 넘어서
4. 원주 가는 길에
5. 초당마을에 가서
6. 덜덜거리는 세탁기 옆에서
7. 외설악에서
8. 노래의 날개 위에
9. 밤길
10. 분필을 마시며 1
11. 분필을 마시며 2
12. 무위사에 가서
13. 대학로에서 1
14. 대학로에서 2
15. 대학로에서 3
16. 대학로에서 4
17. 대학로에서 5
18.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19. 매명의 시대
20. 언제나 첫눈처럼

- 이하 생략 -

저자 소개

저자 : 박몽구
광주 출생으로 전남대 영문과와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월간 대화』에「뿌리 내리기」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5월시'동인이며, 현재 한양대 국문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저서로는『십자가의 꿈』『우리가 우리에게 묻는다』『어느 날 극장을 나오며』『젖은 눈으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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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2쪽 | 225g | 128*188*20mm
ISBN13
9788982813764

책 속으로

살을 깎는 엄동에도 나무들은 죽는 법이 없다.
죽음이 오면 죽음과 함께 뒹굴고
눈뜰 때 비죽이 눈을 뜬다
눈치 보는 법 없이
낡으 옷을 벗는다

마로니에 잎새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사람의 봄이 오기 전에 눈을 뜬다
혼자 눈을 뜨지 않고
일제히 눈을 뜬다

낡은 것은 사람뿐이다
봄이 와도 곁의 사람
일으킬 줄 모르고
저 혼자만 일어선 건
사람뿐이다

--- p. 59

출판사 리뷰

삶의 깊이를 파고들어가는 새로운 시세계
70년대 말에 등단해,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꾸준한 시작활동을 벌여온 시인 박몽구의 새 시집. 『개리 카를 들으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박몽구 시인은 그 동안 "당대 현실에 굳건히 터 잡힌"시들, "민중들의 애환 앞에서 잔잔히 펼쳐지는 구수한 국물" (강형철) 같은 시들을 주로 써왔다. 그러나 이번의 새 시집에서 시인은 그러한 시 경향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가는, 삶의 깊이에 닿는 언어의 광맥을 캐는, 새로운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에서 박몽구 시인의 시적 자아는 '나그네'로서의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그는 그의 생활과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온통 휩쓸어가버린, '시대의 변화'란 거대한 바람 앞에서 1980년대란 특정 시대로부터 서서히 벗어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의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 방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인은 자신이 숨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도시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정지용의 생가나 정약용의 생가, 겨울 동해, 광주의 현장, 서해의 조그마한 섬 등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박몽구의 이번 시집에 유난히 여행의 냄새가 많이 묻어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탐색의 여정이 그에게 안겨주는 것은 타락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회의와 환멸 뿐이다. 왜냐하면 도시와 여행지들에서 그가 보는 것은 "낯선 길손들만 붐비는", (「정약용 생가에 가서」)광경과, 사람들이 "논밭을 까뭉개고" (「식영정에서」) "날리는 휴지 조각만 남긴 채 서둘러 떠난 자리" (「겨울 석모도에서 1」)이며, 젊은과 문화의 거리여야 할 대학로가 "밤새워 눈에 불을 켜고"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자본의 숲" (「대학로에서 2」)으로 변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인은 자신의 혼이 머물 곳,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곳을 더 이상 현실에서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종의 '길의 끊김'이다. 그러나 박몽구 시인의 진정한 자아를 향한 탐색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외면적 '길'이 끊긴 곳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그리고 '음악'은 시인에게 그 끊어진 길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개리 카를 들으며』엔 박몽구 시인의 예전의 경향을 드러내는 시편들(「흔들리지 않는 희망」「새벽의 노래6」등)도 있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좀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그리고 미적인 안정감을 보이는 시들은 '음악'을 통해 '순수 자아에 접속하는' 모습을 느끼게 하는 시들,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와 깊이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들인 듯하다. 이것은 박몽구 시인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방향전환하 수 있는 갈림길에 있다"(전기철)는 사실을, 시인이 새로운 시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 첫 새벽길에 선 마음으로 시의 집을 한 채 짓기로 했다" ('自字' 중에서) 는 시인의 말은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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