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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부를 노래
내가 부를 노래 과일장수 원인호 눈물 젖은 테이프 어떤 장례 실업 연탄 뒤돌아보면 아프다 공명 지하의 걸인 빵가게를 지나면 구절리는 떠나며 검은 흙 치매 염 비둘기 나는 궁금하다 복지만리 황사 2. 퇴근길은 서점을 지난다 십오 분 전 가로수를 심는 노인 지나간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나방論 안에서 피아노 새벽, 골목길 비석 저울의 힘 아침에 떠나다 최후의 만찬 사북에서 과일을 피우는 팔 퇴근길은 서점을 지난다 숫자와 싸우다 그 사내 유언 월요일은 슬프다 3. 꿈꾸는 쟁기 문상 가는 길 주택복원 산촌의 밤 가뭄 암녀도 꿈구는 쟁기 겨울날의 동화 당신은 아버지의 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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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옥촉 이슬이 감겨오는 산길
과수원은 멀어 우리는 어딘가 있을 이름 모를 나라의 눈이 예쁜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달빛도 없이, 뒤따르던 아이가 보았을 내 작은 등 푸른 복숭아털을 닦아내며 우리는 색깔도 모르는 먼 더운 나라의 달콤한 과일을 떠올렸다 몸을 파고드는 보드라운 가시털과 별빛들 너는 너대로 가거라 아직도 따라오는 아이야 이제는 네 길로 가거라 어두운 밤, 배고팠던 아이야. ---p.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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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기와 순진하기의 경계에서
전체가 4부로 엮어진 이 시집의 제1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바쳐진다. 그들은 떠돌이들이며, 차에 치여 죽는 노점상들이고 연탄을 사러 가는 산동네의 여자들이고 실업자들이고 노숙자들이고 눈물을 팔아 연명하는 사람들이며 집 없는 사람들이다. 제2부는 가난한 회사원인 시인과 그를 닮은 사람들이 도시의 밀림 속에서 자기 내면의 한 풍경을 갑자기 조우하는 시간의 기록들이다. 제3부는 시인의 고향과 그곳에서 성장한 어린 혼의 이야기이며, 가난과 생존의 고통 덕분에 뼛속 깊이 자연을 간직하게 된 사람들의 이력들이다. 제4부는 시인이 그 아내와 딸에게 바치는,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에게 바치는 연가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는 그의 시를 슬기로운 성격과 순진한 성격으로 나누고 있다. 슬기롭다는 것은 성숙했거나 성숙의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삶에는 일관성이 있기에 은혜와 원한의 감정을 뼛속 깊이 간직하며, 과거와 미래의 무게가 항상 그의 현재의 삶을 누르고 있기에 시간과 역사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반면에 순진한 자는 영원한 소년으로 남는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가 그의 현재적 정서를 크게 흔들지 못한다. 그는 은혜를 저버리며 원한의 감정이 아무리 높아도 마음의 밑자리에 남겨두지 않는다. 전자가 현실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반면에 후자는 벌거벗은 단면에서 현실을 바라본다. 아크릴 상자 칸칸 애벌레처럼 채워진 넥타이를 하루 종일 만지작거리는 아주머니가 하루에 몇 개를 파는지. 안홍찐빵 수레를 덜덜 밀고 출근길 찾아다니는 어머니 나이쯤 아주머니의 찐빵을 가족들이 저녁 대신 먹는 것은 아닌지. 옷에 묻은 얼룩 지우는 약 파는 전철 아저씨 하루 종일 묻은 때도 그 약으로 지워지는지. 자리 싸움 밀려 아파트 뒷길로 등불 내다건 구이 아저씨의 꼬치가 식기 전에 팔리는지. 둥글게 떼어낸 호떡 반죽을 꾹꾹 누르는 기름종이 같은 손이 겨울날 장갑 없이도 왜 트지 않는지. 뒤집히고 구르고 또 뒤집히며 사각상자 안에서 몸부림치는 장난감 자동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저씨가 자기 삶이 저렇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궁금하다」중에서 시집『나는 궁금하다』전반에 드러나는바, 시인은 사람살이의 도리를 지키며, 가능한 한 시간과 공간의 얼개 속에서 세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 노력의 끝에는 항상 분노 회환이 복받치는 그리움이 기다리고 서 있고 이 감정의 벽 앞에서 시인은 문득 순진한 사람이 된다. 결국 시인은 "슬기"와 "순진" 사이를 왕래하는 것이다. 푸념하듯 자신을 고백하려 드는 진실들은 나부대는 것들 속에서 쉽게 표현될 말을 얻지 못해 흔히 패배주의의 모습을 취하고 저 자신을 상투화하기 쉽다. 전남진의 시에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진실은 역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 미학적 형성, 이것은 분명 그의 시가 드러내는 복합적인 인격과 그 내부의 따뜻하면서 치열한 정신에 기인할 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