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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수유꽃을 보며
2. 벚꽃 잎 하르르 쏟아질 때 3. 피보다 붉은 오후 4. 따뜻한 그늘에 앉아 5. 힘 6. 집 7. 서러운 낮잠 8. 둥근 눈썹 9. 아득한 그늘 10. 동지 11. 겨울 풍경 12. 바람 속에서 13. 겨울, 소백산 기슭에서 14. 후박잎에서 비 쏟아질 때 15. 하지 16. 풀잎 17. 달밤 18. 유혹 19. 황혼 20. 벌레들이 더듬이를 열고 21. 늪에 빠진 달 22. 강가에서 23. 닻을 내린 배는 검은 소가 되어 24. 새벽 바다에서 25. 여름밤 26. 봄비 속에서 27. 목련 28. 풍경 29. 비밀 30. 바람 뚫고, 꽃씨 쏟아질듯 이하생략 |
조창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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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품은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
풀무치 울음소리 안개처럼 자욱하고 밝은 그늘 속에 낯익은 얼굴 하나 흰 새를 품에 안고 갈꽃처럼 흔들린다 기억이 닿지 않는 곳에서부터 습한 바람이 밀려왔다 가라앉고 자벌레 움츠리듯 오르가든 꽃잎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오래 일렁인다 여름밤, 달빛 흔드는 그늘 구석진 곳에서 홀로 부끄러울 때 우물 속의 빈터를 들여다보며 오래 삭힌 그리움을 가라앉힌다 --- p.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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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사랑이며 기쁨이며 눈물이어야 한다
조창환의 시에서 모든 자연 사물은 포근한 생명력을 지니고 시인에게 말을 걸며 의미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그것은 결코 커다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하며 어쩌면 잊어버려도 좋을 만큼의 움직임을 지니고 있다. 이 조용하면서도 앙증맞고 귀여운 속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경이'로 이어지면서 시인이 살아가는 세계, 공간을 이중적으로 나타낸다.
자연이 보여주는 삶의 경이 앞에서 감동할 수 있는 시인에게는 자신의 삶 또한 그저 아무렇게나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름끼치는 그 무엇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물들이 차가운 비수가 되어 자아를 위협하고 그래서 정신이 더욱 날카롭게 일어섰던' 시인의 병상 체험이 가로놓았다. 부드러운 생명력이 사라지고, 사물들 사이의 긴장과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들로 가득한 또하나의 공간이 창조된 것이다. "풀잎 같은 초승달" "날 선 바람" "살 떠낸 물고기 뼈"등의 시어는 차가운 벽이 되어 자아를 위협하는 사물들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또다른 공간에서 비로소 생명의 세계는 찬한하고 빛나는 힘을 내포한다. 시인은 이제 "기억하라 육체는/찍어지고, 눈 부릅뜬 정신만이/칼자국을 억누른다 상처는 이제/길이다!"라고 말한다. "고통을 뛰어넘는 시련을 거쳤을 때 정신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듯이 칼날같이 차가운 사물의 벽을 뛰어 넘을 때 생명은 부드럽게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시인은 "비 갠 날의 산정처럼 맑고 선명하며, 투명한 언어와 정결한 이미지로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호흡을 나누는 시"를 써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