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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옹이 물 보름달 손님 콜라 반성 편지 고향 공중에 달린 목숨들 1 공중에 달린 목숨들 2 비 1 비 2 떠돌고 있다 (...) 해설 - 조정권 견딤의 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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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지하역에 박제품으로 걸려 있다
낡고 긴 외투로 감싸고 고개 늘어뜨린 채 매표대 옆 한쪽 모서리 허공으로 걸려 있다 퇴근길 전동차에 매달려 내려다보면 모두 죄인들처럼 고개 숙인 채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다 아무도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지만 전동차량 광고판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자동차 시내 주행 안내 명함으로 모든 자신 없는 것들은 걸려 있다 아니 매달려 있다. 누군가에 의지해 기댄 채 선 채로 그러나 정지해 있으면서 어딘가에 걸려 이동하고 있다 지금 나도 정지한 채 어딘가에 걸려 끝없이 이동중이다 --- p.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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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뭇 사상들을 살피는 독특한 시선
번잡스런 삶의 굴헝에서도 시를 잊지 않고 있다가,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늦깎이 시인 금기웅의 첫 시집 『자신 없는 것들은 걸려 있다』가 출간되었다. "완결성과 투명성을, 시의 본성으로서 서정성을 잘 보여주고"(정진규), "대상을 감각적으로 해석하고 이들이 서로 상관된 일정한 틀 속에 놓여 있음을 밝혀낸다"(홍신선)고 평가받는 만큼, 그의 시는 다양하고 풍부한 시적 대상·어둡고 비극적인 시적 정황·비극적인 세계인식이 드러내게 마련인 감정의 질척거림을 피해가는 날렵한 솜씨·대상을 재현하는 묘사의 기법 등으로 시단에서 독특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삶을 쓰다듬는 더운 손길, 시를 일구어내는 견딤의 시간 툭 떨어진 밤 한 송이/등산화로 꾸욱 눌러보았다/터진 빈 껍질 속의 욕망만 바닥에 뒹굴었다/맑은 햇살 쪼이며 몇 개의 잎새로 버티고 있는/가을 밤나무 뒤에서 까만 청설모 한 마리 조그만 입으로/껍질 터진 가을 하나 가득 물고 눈을/동그랗게 뜬 채 쳐다보고 있다/의심하는 눈치였다/내가 미소를 보내자/내 안심을 그제야 보았는지/그 둥근 시간을 두 손으로 안고 이리저리 굴리며 껍질을 깐다/낙엽을 깔고 앉아/이제 온 산 가득 쏟아져나오는 말의 잘 익은 알맹이들을 먹는다/놈은 내 미소 냄새를 맡았고/대신 나는 놈이 둥근 시간이 되어가는 걸 훔쳐보았다/서로 안심을 나누었다 --「안심」 전문 등산길에서 만난 청설모와 무언의 속내를 교감하며 서로 안심을 나무는 사이가 되었다고 읊조리는 이 시는, 하찮은 동물과 인간간의 소통, 경계 허물기라는 주제가 기조를 이룬다. 화자가 청설모에게 미소를 보냄으로써 경계와 의심을 버리고 양자가 자연생명체의 일부로 합일된 것이다. 둥근 시간, 서로 안심을 나누는 세계, 우리 시대가 허물어뜨린 가치를 복원하는 일, 서로가 경계를 풀고 속내를 열고 사람다운 세상의 풍성한 말을 가꾸는 것…… 해설을 쓴 조정권 시인은 이것이 금기웅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세상과 자연과의 소통, 인간의 가슴에까지 가 닿으려는 시인의 자기 성찰은 "쓸쓸하고 아득한 세상에/따스한 말 몇 마디라도 남기고 가고 싶다"(「공중에 달린 목숨들 1」)에 이르러서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나 시인의 이런 욕망은 시인에게 물질만능 사회, 서로 불신하는 현실에서의 희망 없는 절망감을 안기고(「껌」 「누구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현실의 고통과 무력함과 나약함을 견디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밤은 물 속에서도 눈 뜨고 있다」 「작은 새」 「광장」). 조정권 시인의 지적처럼, 금기웅 시인이 시는 견딤의 시학이다. 그의 작은 새 억새풀 버들치 오리 잔설 갈대 등 연약한 시적 대상물들은 가난하고 힘없고 수탈당하는 후줄근한 삶을 견디고, 폐기처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들을 견딘다.(「대기 명령」 「손님」 「비」) 또한 남루하고 누추한 가난의 상처를 견딘다. 그의 시에서 맑고 빛나는 자연물들 뒤로 밤, 어둠, 가난, 삭여진 슬픔, 눈, 썩은 물 등 쓸쓸함과 추위가 배어 있는 배경이 숨어 있는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그러나, 삶을 쓰다듬는 시인의 손길은 덥다. 그의 손길이 스친 사물들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난다. 견딤의 끝에서 비로소 발견되는 '소생'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