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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1. 눈 내리는 운동장 2. 구시포 노랑 모시조개 3. 먹을 갈다가 4. 쓸쓸하지 않게 언덕에 올라 5. 스톡홀름의 소녀에게 6. 금강 상팔담 하팔담 해설 - 김주연 - 시를 통한 그림 그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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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의 회귀, 그 소박한 평화
진동규 시인의 네번째 시집 『구시포 노랑 모시조개』가 출간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이후 사 년 만의 시집이다. 『구시포 노랑 모시조개』에서 시인은 여전히 새소리와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무와 별들과 대화하고 돋아나는 새싹과 꽃봉오리를 들여다본다. 이렇게 자연에서 시작되는 시인의 세밀하고 정교한 묘사는 그러나 아름다움을 강요한다거나 시인 자신의 감정이 개입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한다. 하나의 정물처럼 편안히 자리한 시적 대상을 자연친화적인 전통적 한국인의 정서로 아울러, 시조의 가락을 연상시키는 짧은 음조로 노래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주연 교수가 진동규 시인의 시를 '풍경시'라 이름붙이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조화의 미덕을 갖고 있다고 평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무채의 빛으로 빛나는 풍경화 마음에서 새롭게 빚어낸 자연의 전람회장 비 갠 한낮 둥그런 연잎이 물방울 하나 궁굴리고 있다 아! 하고 하늘이 내려 부딪혀 깨어지는 그대 무명지의 이름 없는 이름으로 가나니 --「그대여」 전문 풍경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이 시는 진동규 시의 회화성(繪 性)과, 동시에 시인 내면에서 일어나는 따듯한 동요를 드러내고 있다. "비 갠 한낮"이라는 순수한 시적 공간에서 '물방울 하나 궁굴리는 둥그런 연잎'에 대한 시인의 묘사는 단순감정도 단순묘사도 아니다. 대상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끈질기면서도 섬세한 관찰력의 발로이다. 이것이 시인 특유의 풍경화적 묘사법이라면, 시인은 끝부분("그대 무명지의/이름 없는 이름으로 가나니")에서 그림을 살짝 흔든다. 마치 동양화 끝자락의 낙관처럼 따듯한 인간성의 개입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시인의 개입과 동요가 인간적인 따사로움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시인이 단순히 무덤덤한 풍경화를 그려 자연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사람의 모습으로 자연을 봄으로써 시인 속의 깊은 중심 혹은 비밀을 내비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전략적으로 자연을 의인화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를테면 다른 시(「작설차를 우리며」 「먹을 갈다가」 「강줄기 흘러간다」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안부"라는 시어는, 의탁된 안부가 가장 믿을 만하다는 자연 신뢰, 그리고 인간적 그리움과 고통에 대한 은밀한 기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인에게 자연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주는, 나아가 감동을 실어다주는 메신저"이다. 그리고 그 감동이 열리는 순간은 주로 '빛'을 통해 형상화된다. 시인에게는 모든 자연이 결국 빛으로 떠오르는 순간이 있고, 그때 자연과 인간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시인의 손과 입김이 닿아 다시 살아나는 자연들, 새롭게 빚어지는 사물들…… 진동규 시인은 시를 통해 그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에 속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소박한 발견 속에서 평화와 행복을 얻는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