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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그늘에서 살지도 않을 집을 짓다
안경원 저
예술가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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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분지

천년 째 오는 비
相逢
盆地 1
盆地 6
남해 아침
사랑의 기쁨

2부 오늘 부는 바람

아름다움 1
아름다움 2
아름다움 9
오늘 부는 바람 1
오늘 부는 바람 3
저 불빛들 다한 곳에서
그날이 오면
통화
손
나목
겨울숲
주문진 바다에서

3부 검은 풍선 속에 도시

검은 풍선 속에 도시가 들어 있다
몇 겹 흐림을 뒤집어쓰고
참치 캔
새를 기다리며
다른 삶
폐쇄회로 4
폐쇄회로 14
밤과 벌레
가을비 다음날
숲 1
숲 5

4부 팔월

침묵에 기대어 5
침묵에 기대어 9
시에 기대어
50대 남자의 퇴직
영천 홍옥
겨울 안개 급습하던 날
팔월
시를 쓰면서
가면서 뉘우친다

5부 진흙이 말하는 것

저녁 해
생각을 버리고
꽃시장에서
일중독
가난한 삶
새벽녘에 폭우
진흙이 말하는 것
오래된 무덤
어머니의 시계

6부 고요의 힘

소용돌이 1
다리 위에서
아프리카 가자미
풍경 한 폭
벌레들
흰가룻병
밑 빠진 독
in and out
고요의 힘

7부 십자가 위에 장미

오로라
마트로시카 인형
붉은 꽃 속에 초록거미
십자가 위에 장미
파동 1
파동 2
파동 11
파동 12
파동 16
기도의 순간 1
기도의 순간 3
기도의 순간 5
기도의 순간 15
기도의 순간 16
기도의 순간 17

8부 바람에 쓸리는 물방울

거리에서
미용실에서
파도를 풀어보다
잠 못 이루는 밤에
덧없다, 숨다, 생겨나다
모니터링, 미소 짓는 갈대밭을 데리고
눈 내리는 거리, 친절한 무선 마우스
뜻밖에 걷잡을 수 없이
야성은 점선으로 빙그르르
충족을 건네주다 2
충족을 건네주다 4
바람에 쓸리는 물방울은 바다로 간다

시선집을 엮으며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30*210*20mm
ISBN13
9791187081432

책 속으로

이제 너의 피로한 늑골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하루 낮 돌아나온/ 거품 날리던 뱃길은/ 모든 흔적을 한 몸에 담고도/ 일체 침묵이겠지// 파도여, 몇십 리쯤 달려 가도/ 저편 해안은 그대로 죽음이다./ 흔들리는 나뭇잎들은/ 그것을 알고 있지.
―「천 년째 오는 비」 중에서

새벽 호숫가/ 물 위를 튀는 갈매기의 부리는/ 날이 서 있습니다./ 방금 보잘것없는 생명 하나가/ 피 묻은 욕망에 바쳐졌습니다/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 잠시 갈대숲이 흔들리고/ 잠시 피가 번지는 물결/ 사건 하나는 끝이 났습니다./ 조용히 아침노을이 빠지는 시각에.
―「아름다움 1」 중에서

내일은 아무것도 사지도 팔지도 않으련다/ 코카콜라도 안 마시고/ 시도 영화도 노래도 문학이론도 소비하지 않으련다/ 광고 화면 속으로 팔려 온 바다와 눈 덮인 산과/ 행복이 드라이아이스 연막으로 뿜어져 나오는/ 아늑한 거실도 소비하지 않으련다/ 며칠 만이라도 풍선을 타지 않으련다/ 몸을 날리며 부르는 청춘의 노래는/ 오늘 밤도 극단적이다
―「검은 풍선 속에 도시가 들어 있다」 중에서

한두 시간 마음을 놓는 사이/ 바다는 제 몸을 끌고 저만큼 물러섰다/ 소리도 없이/ 해안 가득 드러난 바닥의 돌들/ 고요한 것을 보면/ 오래전 일인가 보다// 그간 주고받은 것이 상처뿐이랴/ 흘러가는 시간이 잠깐씩 섰다 갈 때/ 석류 속처럼 쪼개지고 빛나는 것들은/ 무엇일까? 비애나 쓰라림으로 뭉쳐지고/ 눈물로 키운 그런 것은 아니겠지/ 사람들은 만나면 쌓고 또 허문다
―「침묵에 기대어 5」 중에서

시는 삶의 반영이요 재현이라는 정의도 옛말이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다. 생명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결핍처럼 시도 생명체로 예술작품이라는 존재(자)로 생성시켜야 하는 변화이다. 압축도 구축도 시를 억누르는 기제가 될 수 있다. 다양성의 최대치가 수행되는 터라 순례의 길은 아직 더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시선집을 엮으며 「더딘 걸음으로 순례의 길을 가다」 중에서

추천평

인간은 묻고, ‘존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응답한다. 귀 기울이고 있던 인간은 존재의 말을 받아적는다. 궁핍한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Wozu in drftiger Zeit? 물은 ‘인간’은 그 질문 ‘그대로’ 응답한 존재Sein의 말을 옮겨적었다. 질문과 응답의 합일이 ‘동일성의 명제’로서 그 자체 진리이다. 그리고 존재의 말을 ‘그대로’ 받아적은 자가 시인詩人이다. ‘시인 중의 시인Dichter der Dichter’이다. 안경원 시인의 시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아니, 안경원의 詩에 주목할 것을 강호제위에 요청한다. - 박찬일 (시인,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하늘과 땅이 섞이는” 순간과 “하늘과 땅이 껴안고 우는 것”을 구분하여 감지하는 시인은, 안개와 바람, 지는 해와 수도사를 통해서 존재의 허공을 보았기에 그녀의 시는 나이테가 굵어지면서 시의 몸체도 내공도 더욱 깊어졌다. “이 세상의 이름을 버린 가벼움” 속에서 시의 새 창을 열어젖힌 그녀의 시적 촉수는 낮게 살아 조용히 붐빈다. “나의 기도를 하나님은 들으셨을까” 여쭙는 그녀의 미소는 다시 보아도 잘 익은 사과의 시다. - 박라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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