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孔善玉
공선옥의 다른 상품
金昭晉
김소진의 다른 상품
Kim Young-Ha,金英夏
김영하의 다른 상품
全鏡潾, 본명:안애금
전경린의 다른 상품
|
“차츰 그들은 순식의 노래에 취해갔다. 음정도 박자도 더이상 필요치 않았다. 한 사람의 혼이 담긴 노래에 음정과 박자가 무엇이 그리도 중요한 것인가. 아니,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이미 음정이나 박자 따위에 제한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노래는 이미 그들 자신이었다. 음정도 박자도 그들의 것이었다. 그들이 지금 눈으로 뒤덮인 산 속에서, 김 중사의 폭행의 위협 아래 부르는 노래에는 그들 자신의 삶과 소망과 꿈이, 그들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서투른 노래일지언정 순식의 노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그 노래에 담아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서투르다, 서투르지 않다, 못 부른다, 잘 부른다 따위는 더이상 아무런 문제도 될 수 없었다.”
--- 최인석, 「노래에 관하여」 “그녀가 3학년이 되었을 때, 그녀의 선배들은 말 잘하고 인물 훤한 그녀를 어떻게든 잘 키워보려고 했다. 그 무렵 학생회에서 일하고 있던 그 남자도 그녀의 자유주의적 성격을 비난했다. 결국 그녀는 전혜린을 버렸다. 그것까지가 그 남자가 그녀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그녀가 전혜린을 버리는 순간, 그 남자는 그녀를 떠났다. 그 남자는 아직도 명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현장에 들어갔었구나? 힘들었겠네. 그 남자는 애써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뇨. 정말 재밌게 보냈어요. 해고되지만 않았어도 더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거기 사람들, 정도 많고 단순하고…… 그런 게 좋더라구요. 계도 만들어서 지금도 만나요.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들어가고 싶지만 이젠 나이도 차고 해서 힘드네요. 그 남자는 더욱더 그녀를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전혜린과 해고 노동자. 슈바빙의 가스등을 그리워하던 그녀. 방학이면 독일문화원을 들락거리며 독일어를 배우던 여자. 그 남자에게는 그녀의 이야기가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꾸며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 김영하, 「전태일과 쇼걸」 “나는 졸업을 했는데, 승혜는 이제 겨우 복학해 삼 학년이 되었다. 승혜뿐 아니라 남자애들이 좀처럼 자라지 않는 시대였다. 집에 내려가서 교직 발령을 기다리겠다고 말했을 때, 승혜는 농담하느냐고 했다. 오빠는 군대엘 갔고, 엄마는 가망 없는 시골 생활로 인해 우울증에 걸렸으며 아버지는 귀향의 낭만을 즐겨볼 사이도 없이 막노동에 지치고 있었다. 그리고 여동생은 적대감을 가지고 나를 대했고, 집의 경제는 이자에 이자가 물리면서 하루하루 빚이 불어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정해준 나의 방으로 돌아왔다.” --- 전경린, 「바닷가 마지막 집」 |
|
이, 그, 저들의 일상에 스민 안개 같은 역사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처럼 쓸쓸해 보인다’(「조치원」)라는 기형도의 싯구처럼 『소설 구십년대』의 작품들도 저마다 고독한 개인으로 남게 된 우울한 풍경을 보여준다. <전태일>도 <쇼걸>도 혼자 보기 좋은 영화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음을 냉소하는 김영하의 「전태일과 쇼걸」, 옛 시절을 담담히 돌아본 공지영의 「무엇을 할 것인가」, 90년대를 지나며 무기력에 시달리는 학생운동권을 우스꽝스럽게 스케치한 김종광의「전당포를 찾아서」는 변화한 90년대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러나 90년대를 풍미한 ‘개인성, 일상적인 욕망’이 정치나 역사 같은 거대 담론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김소진의 「쥐잡기」와 최인석의 「노래에 관하여」는 일상의 감각이 전면화된 90년대에도 여전히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삼청교육대 수용자들이 지옥 같은 현실의 고통을 기억하면서, 벌레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부른 노래(최인석, 「노래에 관하여」)는 우리 소설에 등장한 어떤 노래보다도 가장 인상 깊이 각인될 것이다. 한편 90년대는 신경숙, 은희경, 전경린 등 여성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신 시대였다. 이들은 결혼이나 가족 같은 문제에 깊이 천착하여 그 제도가 만드는 일상의 풍경을 성찰해왔다. 여성의 상처를 섬뜩한 문체로 그려낸 신경숙의 「배드민턴 치는 여자」가족이라는 견고한 세계가 안겨준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전경린의 「바닷가 마지막 집」, 자신의 욕망 채우기에만 급급한 연애 관계를 냉소한 은희경의 「그녀의 세 번째 남자」, 신산한 이혼녀의 삶을 특유의 에너지로 헤쳐나가는 공선옥의 「홀로 어멈」은 제도와 마주한 여성작가들의 예민한 감각을 보여준다. 『소설 구십년대』에서는 거대담론에 공허해하면서도, 우리네 삶에 스민 아픔에 아릿해하는 독자들을 그 상처와 대면하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