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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오면, 안아 줄 테야! 이렇게 꽉!
깊은 산속에 오소리가 혼자 살았습니다. 오소리는 혼자 있는 걸 좋아했지요.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노래 부르고... "놀자아!" 토끼며 다람쥐, 멧돼지, 노루 같은 숲속 친구들이 찾아와도 오소리는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아니, 아니. 난 혼자가 좋아." 골짝 물에서 조용조용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들여다보고, 들판 가득 가만가만 피어나는 꽃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오소리는 심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왔습니다. 오소리는 집으로 들어가 긴긴 겨울잠에 빠져들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오소리는 윙윙 바람소리에 문득 잠이 깨었습니다. '물고기들도 잠을 잘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니 오소리는 처음으로 조금 심심했습니다. 뿌사삭, 뿌삭! 나뭇잎 소리도 들려왔지요. '꽃들도 잠을 자겠지?' 이런 생각에 오소리는 처음으로 많이 심심했습니다. 밖을 내다보니, 잎 진 나뭇가지들이 사이좋은 친구들처럼 서로 몸을 부비고 있었습니다. '내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오소리는 처음으로 아주 많이 심심했습니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펑펑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누군가 놀러 왔으면...!' 오소리는 처음으로 친구가 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었지요. 하지만 흰 눈에 덮여 그만 길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친구들이 찾아오곤 하던 작고 정다운 길이 사라진 것입니다. "안 돼! 길이 없어지면 아무도 놀러 오지 못할 거야. 혼자는 싫어!" 오소리는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싸악싸악! 눈을 쓸어 길을 냈지요. 땀을 뻘뻘 흘리며, 친구들이 찾아올 길을요. 그리고 길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저 길로 친구들이 놀러 올 거야. 친구들이 오면, 안아 줄 테야! 이렇게 꽉!' 오소리의 마음속에 설렘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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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동굴 속에서 나와, 함께 손잡고 놀자!
참 귀여운 오소리 이야기입니다. 잘난 척, 고고한 척, 골짝 물에 노니는 물고기며 들판의 꽃들을 감상하면서 혼자서 놀다가, 물고기도 꽃들도 모두 잠을 자는 겨울 문득 잠에서 깨어 혼자임을 깨닫고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찾아오지 못할까봐 땀을 뻘뻘 흘리며 눈에 덮인 길을 쓸어내는... 이순을 바라보는 이제까지 평생 어린이를 위한 시와 동화를 써 온 글쓴이는 이 이야기가 꼭 자신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도도한 척하지만 결국은 외로움 앞에 항복을 하고 마는 자신의 모습을 오소리에 비춘 것이라지요. 하지만 어찌 글쓴이 자신의 이야기이기만 하겠습니까? 어른이건 어린이이건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웅크린 저마다의 오소리 이야기일 테지요.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에 서툴기 일쑤입니다. 아직 사회화가 덜 된 어린아이들은 더욱 그렇지요. 그 서투름은 때로 사람들을 자기만의 세계에 집착하게 하고 그 안에 들어가 웅크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웅크림의 외연이 때론 도도함으로, 때론 무뚝뚝함으로, 심한 경우엔 자폐적 증세로까지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이야기 속 오소리의 도도함은, 뒤집어보면 수줍음과 소심함과 서투름의 다른 표현일 것이며, 빗자루를 들고 뛰쳐나가 길을 쓰는 행동은 집착과 웅크림을 떨쳐내고 적극적으로 자기 마음속에 친구들의 자리를 내어주겠다는 자기개방의 선언일 겁니다. 펑펑 내리는 눈, 강아지도 뛰놀게 하는 하얀 눈이 그 선언을 부추겼고요. 이렇게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들에게 '어서 자기만의 동굴에서 나와, 함께 손잡고 놀자'는 권유를 하고 있습니다. 읊으면 시가 되는, 속삭이는 듯한 운율감이 살아있는 예쁜 글과, 20여 년간 생태세밀화를 그려온 화가 이태수의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이 그 권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