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Ivan Sergeevich Turgenev,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이반 투르게네프의 다른 상품
|
희열과 고통의 교차점에서 사랑은 빛난다
〈첫사랑〉의 화자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는 젊은 날 자신이 경험한 독특한 첫사랑의 기억을 회상한다. 그 기억 속에는 좌중을 압도하는 매력을 지닌 여인 지나이나가 등장하고, 그녀의 주위에는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가차 없이 복종하는 갖가지 형상의 사내들이 존재한다. 아직 어린 주인공 역시 그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사내들을 마음껏 조롱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지닌 여인이었지만, 의문의 한 사내에게 제 몸을 다 바칠 정도의 자기 헌신과 희생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의문의 사내가 그토록 냉정하고 엄격했던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와 그녀 사이에서 벌어진 기막힌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 후 젊음 화자는 충격에 휩싸이며 ‘사랑’과 ‘열정’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 책에 수록된 투르게네프의 또 다른 작품 〈아샤〉도 〈첫사랑〉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화자 N의 술회로 시작된다. 라인 강으로 휴가 온 러시아 청년 N은 그곳에서 한 소녀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화가 가긴을 만난다. 가긴은 그녀를 자신의 누이 아샤라고 소개한다. 그녀는 쾌활하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하며, 수줍은 듯 보이다가도 당돌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행동과 심경 변화가 화자를 고민하게 만든다. N은 그녀를 가긴의 정부라 의심하지만, 곧 그녀는 가긴의 이복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샤는 이복오빠인 가긴을 흠모하면서도 주인공을 더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러던 중 N은 아샤의 사랑고백을 듣고 부담을 느끼며 주저한다. 그는 뒤늦게 자신이 아샤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아샤와 가긴은 이미 마을을 떠나버린 뒤였다. 지나이다와 아샤, 이 두 여주인공은 논리적인 언어로는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심리의 복합체다. 말로써는 포착하기 어려운 ‘사랑과 열정’이 그대로 체화된 형상인 것이다. 투르게네프는 모호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희미한 기억을 통해 그리고 있다. 사랑이란 대상은 달성할 수 있는 목표도 아니며, 몇몇 유사한 어휘로 정의되는 감정의 뭉치는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내고 있다. 사랑은 오직 행복과 불행, 정복과 희생, 그리고 희열과 고통의 교차점에서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으로 그의 작품에서 점멸한다. 이는 사랑에 대한 거장의 시선이 오늘날까지 뛰어난 작품으로 남아 감동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내 첫사랑의 징후를 단 한 번의 한숨과 한 번의 우울한 느낌으로 겨우 끌어가면서, 무엇을 희망하고 무엇을 기대하며 얼마나 풍요한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내가 희망했던 것들 중 과연 무엇이 이루어졌는가? 그리고 어느새 내 인생에 황혼의 그림자가 밀려들기 시작하는 지금, 한바탕 휘몰아친 지난 봄날 아침의 뇌우에 대한 추억보다 더 신선하고 더 소중한 것, 그 무엇이 남아 있는가? -〈첫사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