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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미로 여행
너의 눈
미로 여행
풍금소리
이상한 연극
그림 속에 갇힌 사람들
(...)

2. 이상한 날들의 기록
검은 여자
검은 날들의 기록
12월 32일
엉뚱한 하루
박쥐가 된 사내
(...)

3. 꿈꾸는 사람들의 마을
들판에 서 있는 사람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
티티새가 누워 있는 밤
물고기의 마을
항아리 만드는 사람
(...)

4. 가시나무 골목
서곡
기억의 고집
안개
계단으로 이어진 복도들
소설가 K씨
(...)

5. 오래된 마을
음악광
곤충들
언덕에서
오래된 마을
해변의 오후
(...)

해설 - 서정의 마법을 꿈꾸는 위악적 언어 / 김혜련

저자 소개

저자 : 김참
1973년 경남 사천 출생. 1995년 『문학사상』신인발굴 당선.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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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14g | 130*210*20mm
ISBN13
9788990235077

책 속으로

방 안에 드러누워 소설책을 읽어본다 중간쯤을 펼쳐보니 소설 속의 여자는 해변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갈매기들이 머리 위를 맴돌며 날아다니는 정오가 지나자 여자는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여자의 그림 속에는 붉은 태양 노란 해바라기 푸른 지붕의 집들이 있다 여자가 그리는 그림 속 푸른 집 마당에는 까무잡잡한 얼굴의 남자가 항아리를 만들고 있다

그림 속의 남자는 항아리 위에 부엉이와 까마귀와 미루나무를 그려 넣고 있다 여자가 그림 그리기를 멈추고 백사장에 누워 당근 주스를 마시는 사이 그림 속 남자는 항아리를 들고 거대한 아궁이 안으로 들어간다 아궁이 안에는 비밀통로가 있다 남자는 비밀통로를 따라 뚜벅뚜벅 걸어간다 박쥐들이 붉은 눈을 깜빡거리며 아궁이 밖으로 빠져나가 어두워진 남자의 마당을 날아다닌다 그림 속에서 달이 뜨고 별똥별이 떨어지고 개들이 컹컹 짖는다 당근 주스를 다 마신 여자는 기지개를 켜고 고무줄로 머리를 묶은 후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려다 달라진 자신의 그림에 흠칫 놀란다

남자는 하수도 뚜껑을 열고 비밀통로 바깥으로 나온다 부신 햇살에 눈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니 파란 지붕의 집들이 있고 노란 해바라기 피어 있는 낯선 해변이다 그는 해변을 따라 무작정 걸어 간다 모래밭 위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 여자 옆을 스쳐 지나며 여자의 그림을 바라본다 여자의 그림 속엔 낯익은 풍경들이 있다 나는 책을 덮는다 졸음이 쏟아진다 정말 따분한 소설이다 마감이 다가온 원고를 쓰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를 켜고 글자들을 찍어나간다

방에 누워 오래된 소설을 읽었습니다 소설 속의 여자는 해변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정오가 지나자 여자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립니다 여자가 그리는 그림 속에는 붉은 태양 노란 해바라기 푸른 지붕의 집들이 있습니다 여자가 그리는 푸른 지붕의 집에는 까무잡잡한 얼굴의 김참씨가 항아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부엉이와 까마귀가 앉아 있는 미루나무를 항아리 위에 그리고 있습니다 여자가 그림 그리기를 멈추고 백사장에 누워 당근 주스를 마시는 사이 그림 속의 김참 씨는 항아리를 들고 거대한 아궁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궁이 비밀통로를 따라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박쥐들이 붉은 눈을 깜빡거리며 아궁이 밖으로 빠져나가 어두워진 김참 씨의 마당을 날아다닙니다 그림 속에서 달이 뜨고 별똥별이 떨어지고 개들이 컹컹 짖습니다

나는 시 쓰기를 멈추고 당근 주스를 마셔본다 아궁이 속으로 사라진 남자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다 나는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가기로 한다 집 밖으로 나와 하수도 뚜껑을 열고 하수도 안으로 들어간다 소설 속의 남자와 김참 씨가 열었던 하수도 뚜껑을 찾아 악취가 코를 찌르는 하수도 내부를 돌아다닌다 마침내 나는 열린 하수도 뚜껑을 발견하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바깥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파란 지붕의 집들이 있고 노란 해바라기 피어 있는 해변이다 모든 것이 낯설다 나는 해변을 따라 무작정 걷는다 모래밭 위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 여자 옆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여자의 그림을 흘끔 바라본다 여자의 그림 속엔 낯익은 풍경들이 그려져 있다

--- 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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