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개장신판을 내면서 - 나의 가상 현실
1. 유년 시절의 기행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프롤로그 - 기억의 순례자 바나나 팬터마임 나의 선악과 그림자들 악기와 사상가 (...) 2. 시인과의 대화 - 벌의 언어와 나비의 언어 빈 병 채우기 바람과 실이 가르쳐준 시 가장 가벼운 파도 돌의 시간 이름 짓는다는 것 (...) 후기 - 차마 시가 되지 못한 시 |
李御寧, 호:凌宵
이어령의 다른 상품
|
순수한 동심으로 그려낸 소중한 어린 시절 이야기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한 에세이를 모은 것으로 11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주 등장하는 어릴 적 추억담이다. 암울했던 일제시대와 그 시절을 보내던 자신의 모습들, 부모님의 배려, 형제자매들의 이야기가, 마치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순수하게 녹아 있다.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순진했던 이야기를 적으면서도 저자는 섣불리 변명이나 교훈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저자는 자신이 평생 동안 부르짖던 주장, ‘문학은 어때야 하는가’를 몸소 집어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삶의(혹은 인간의) 한 측면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관찰력이 번득인다. (...)집안 식구들이 모여들어 올 때 나는 헛소릴 하듯 "산옥이 아버지예요……. 산옥이 아버지예요"란 말만 되풀이했다. 아무에게도 잃어버린 바나나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더구나 혼자서 구경한 읍내 이야기는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 너무 많은 바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단 한 개의 바나나를 사주었더라면, 아니 그렇지 않았어도 좋다. 비록 많은 바나나였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질 수 있을 만큼의 바나나에만 집착하였더라면, 그 날은 기쁜 날이 되었을 것이다. (...)/ 왜 많은 것을 주려고 하는가? 많이 준다는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 가득한 햇살에는, 여름의 그 충만한 공기에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권태가 있지 않은가. 많은 햇살이 어두운 그늘보다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 정말 읍내에서 돌아오던 날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던가? 텅 빈손뿐이었을까? / 바나나의 향내를 맡으려고 하면 아무 냄새도 없다. 그러나 단념하고 돌아서서 저만큼 물러나 앉으면, 은은한 향내가 코끝에서 어른거린다. 다시 바나나를 코에다 대면 그 향기는 여전히 도망치고 만다. 이런 일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그 여름은 성숙해간다.(본문)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소설적인 이야기 솜씨를 엿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