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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때에 임하여 짓는 노래 의미가 통하지 않는 노래 남겨진 이의 노래 달을 읊는 노래 답하는 노래 작가 아직 확실치 않은 노래 역자 후기 |
Riku Onda,おんだ りく,恩田 陸,熊谷 奈苗(くまがい な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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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리 씨.”
나는 마침내 소리쳤다. 나 자신도 놀랄 만큼 큰 목소리였다. 유카리가 놀란 얼굴로 돌아보았다. 나는 우뚝 서 있었다. 그녀와 10미터 가까이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왜 그래?” 그녀가 내 쪽으로 돌아왔다. 자갈 밟는 소리는 하나. “이유가 뭐죠?” 나는 또다시 소리쳤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뭐가?” 유카리도 멈춰 서 큰 소리로 되물었다. 그 얼굴이 노 가면처럼 보였다. 날조된 기억이 보완된 레플리컨트의 얼굴. “이유가 뭐예요? 당신은 대체 누구죠? 왜 날 이리로 데리고 온 거죠?” 유카리가 희미하게 움찔했다. “응? 무슨 소리야, 시즈카.” “당신은 기미하라 유카리가 아냐.” 빗소리가 커졌다. 하얀 빗속에 우리 둘은 얼어붙어 있었다. 그랬다. 그 위화감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기억 속의 소녀와 그녀가 너무나도 다른 것. 인상이 도무지 겹치지 않았던 것. “아까 우연히 봤어요. 당신 운전 면허증을. 당신 사진이 분명히 맞았지만 이름은 달랐어요. 후지시마 다에코. 면허증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요. 당신 대체 누구죠?” 내가 방금 전까지 기미하라 유카리라 생각했던 인물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연민 같기도 하고, 자애로움 같기도 한 표정으로. 빗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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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언어로 미스터리 소설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가, 온다 리쿠!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로 불리는 온다 리쿠는 복잡하게 얽힌 기억의 편린을 건드리는 몽환적이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기존 미스터리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바꾼 작가이다. 그녀의 미스터리에 발을 들여놓은 독자는 저마다의 기억을 헤집으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그리움 짙은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마치 한낮에 뜬 희미한 달을 쫓듯이……. 제목에서부터 쉽게 드러나지도 잡히지도 않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강하게 암시하는 『한낮의 달을 쫓다』는 실종된 한 남자를 찾는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시즈카는 어느 날 이복오빠 겐고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소식을 전한 사람은 겐고의 오랜 연인인 유카리이다. 얼마 전 이혼 수속을 마친 시즈카는 마음을 추스를 겸 유카리와 함께 나라(奈良)로 향한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묘하게 뒤섞인 나라와 아스카(飛鳥)의 명승지를 오가며 겐고의 발자취를 더듬어갈수록 그들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오랜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시즈카는 지난 20여 년간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충격적인 진실에 도달하게 되는데……. 수수께끼 같은 몇 편의 동화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 거니는 유유자적한 산책길. 하지만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관계 속 비밀들은 시시각각 독자의 마음을 죄어오고, 미스터리가 풀리는가 싶어 잔뜩 긴장하고 있으면 어느새 유유한 여행담이 펼쳐진다. 슬프고도 난해한 상징들이 넘쳐나는 동화들은 실마리가 되어 독자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뒤틀림 없이 팽팽한 긴장으로 담아내는 것은 나라와 아스카라는 독특한 배경이다. 과거와 현재, 신과 인간,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공존하는 듯 한 고도(古都) 나라와 아스카야말로 온다 리쿠만의 미스터리를 펼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인 것이다. 20년을 숨 죽여 기다린 기억의 반전, 몰입 끝에 남는 아련한 여운! 절묘한 완급으로 몰입도를 높이다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선사하는 온다 리쿠의 작풍은 『한낮의 달을 쫓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한낮의 달을 쫓다』는 버디 무비 스타일의 여행 미스터리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 중 〈이즈모 환상곡〉 편을 연상케 한다. 독자들은 시즈카와 함께 열차를 타고 대도시를 빠져나와 나라와 아스카의 들판과 명승지를 거닐며, 그녀와 겐고, 그들의 어머니들, 그리고 겐고를 사랑했던 두 여자를 둘러싼 애증의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이윽고 희미하지만 분명 그곳에 존재하는 ‘한낮의 달’에 다다른 시즈카는 여행의 종착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만나게 된다. 30대 이혼녀로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듯 지쳐 있던 그녀가 그 길의 끝에서 찾아낸 것은 이복오빠 겐고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즈카의 여정을 따라 그녀의 눈을 통해 삶을 돌아본 독자들은 그녀의 새 인생이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문득 어딘가에서 더욱 깊어진 눈으로 살아가고 있을 시즈카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온다 리쿠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책장을 덮은 다음 순간부터이다. 숨 막히는 몰입 끝에 남는 공허감과 함께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꾸만 그 이야기가 마음의 심연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 몽환적인 풍경들, 이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상징들과 함께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던, 책으로 쓰인 것보다 훨씬 깊고 넓었을 저마다의 사연들이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 아쉬움에 또다시 책을 펼친 독자들은 전과는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만나고 소설 속 그곳으로 향하고 싶어진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 책을 들고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 나라로 떠나는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여행은 이야기가 되고 그 속에서 나는 주인공이다.’ 온다 리쿠의 작품에 이끌려 나라를 찾은 독자들은 어떤 기억과 대면하게 될 것인가? 나라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시즈카처럼 차마 바라볼 수 없었던 어떤 진실과 마주치게 될까? 마음을 움직이는 소설은 많지만 읽는 사람의 몸까지 움직이게 하는 소설은 흔치 않다. 온다 리쿠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그녀만의 마력과 매력을 『한낮의 달을 쫓다』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