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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I 파내온 나무그림자
바다
치파야족의 새잡기
성게
황금시대
암호를 잊어버렸다
파내온 나무그림자
나비
소
침묵의 유래
철의 요람
북경 자전거
여행의 추억
만년필 교환하기
우연
파문

II 모래 모래 모래…… 미래
유골 다이아몬드
뱀
저 성성이
물의 말
물의 살
모래 모래 모래…… 미래
말
흰 선
사이보그 : 사이보그
Dead man
캥거루
외발 곡예사
환생
수레바퀴 아래서
악마의 눈

III 불타는 기린
치즈
불타는 기린
검은 성모
묶인 다리
폐선
파라솔 하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체 해부학
악몽
소리 없는 소리
꽃 먹는 할머니
꿈틀꿈틀, 유년의 벽 그림자
38밀리
숲의 퍼즐
돌 속의 여자
흘겨보기만 해도

IV 사막에서 온 반지
안녕, 알래스카
골렘
거꾸로
사막에서 온 반지
하늘을 덮는 빵
포탄의 꿈
고도를 만나다
크리스마스는 우울하다 하지 않겠네
첫 아침
채집과 얼룩
8월 광장
506호
겹침
리본체조 선수
매향제
저녁의 가등

[해설] 사실과 환상의 긴장, 향수 제조자의 시 쓰기 | 박현수

저자 소개

저자 : 강신애
1961년 경기 강화에서 출생하였으며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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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8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0998

출판사 리뷰

사실과 환상의 긴장, 향수 제조자의 시 쓰기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강신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향수처럼 은밀하고 촘촘한 언어의 그물 사이에 몸을 숨긴 詩


강신애 시인의 이번 시집은 첫 시집과 일부분은 연계되어 있지만 일부분은 첫 시집보다 더 나아가고 있다. 연계되어 있는 것은 ‘지옥의 환인’으로 현실과 환상의 중첩지대에 시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고 있는 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향으로만 남는)환상 쪽으로 발을 더 깊이 들여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물질적 존재들의 향기를 추출해내는 향수 제조자의 역할을 떠맡는다. 그녀의 시에서 물질적 차원의 구체성, 현실의 사실성은 촘촘한 언어의 그물 사이에 은밀하게 몸을 숨기고 있다. 구체적 사실들이라는 재료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그녀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꽃에서 향기를 추출하여 그 향기로 다시 꽃의 의미를 규정할 때 비로소 그 꽃이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그녀의 시 속에 깔려 있다.
그래서 시인이 자신의 영혼을 신의 향수에 비유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병’이라는 자신의 몸, 그 뚜껑을 열면 향수가 퍼진다. 그 향내를 누가 맡을 것인가. 그는 정신의 저 아득한 차원에 존재하는 신일 수밖에 없다. 지상에서 피어오르는 향기가 다다를 곳은 그곳이 아니면 어디겠는가. 향수는 신단수처럼 지상과 하늘을 연계하는 바람의 신비로운 끈이다.
그래서 시인은 향수를 신의 선물이라 하는 것이리라. 지상에 발을 디딘 존재가 피어 올리는 삶의 향기는 결국 신의 세계에 닿기 위한 향연이다. 자신의 향수를 신이 맡을 것이라는 자신감 혹은 오만감이 그녀의 시에 묻어난다. 그녀의 시에서 아름다움과 강렬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그녀의 시에 정신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시를 읽는 것은 미로와 덫이 많은 숲의 퍼즐을 풀어나가는 즐거움을 얻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그녀의 시적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당황할 것이다. 마치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독자들은 시구절의 터널 속을 헤엄칠 수 있다. 그러나 독자가 “짐승의 발자국을 찾아다니는 사냥꾼”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시가 너무 흔해진 이 시대에 그녀의 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꿈꾸는 것은 비단 환상에 그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추천평

‘서랍으로 이루어진 여인’이 초현실이 아니듯 ‘불타는 기린’도 초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원(原)현실이라 불러야 할 어떤 사태다. 수납하기 좋은 여인이란 남성의 기억술에 포섭된 여성이거나 방중술을 구현하는 여성일 뿐이다(그녀가 무의식이라고? 흥, 그것은 남성의 전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 혹은 기린은 “여자를 불태우면 내가 형체를 가지리라”고 외친다. 그 재 속에서 모가지가 더욱 길어서 슬픈 짐승 하나가, 활활 타오르면서, 걸어 나온다. 기린은 기다란 태양이다. 기린에 불이 붙은 게 아니라 기린 자체가 불이다. 이것의 화인(火印)이 시집의 처음(“금빛 숨결”)에서 마지막(“숨은 별의 풀무질”)까지 흔적을 남겼다. 강신애는 뜯다가 버린 계륵 같은 현실에서도 이 불의 파닥임을 본다. 현실이 먹다버린 닭의 잔해라면, 원현실은 홰를 치는 닭이다. 이를테면, 입에 넣어 맛보던 화석의 “1억 년 전, 알알한 맛”(「모래 모래 모래…… 미래」)같은 것. 그 모래의 모음이 또한 미래가 아닌가. 누추한 이 삶에 숨은 저 오래된 미래를 접하고 싶다면, 손안에서 꿈틀대는 저 겸손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면을 뒤집어 첫 장부터 읽으시라.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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