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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사와 문예중앙이 21세기를 맞아 제정한 미당황순원문학상이 3회를 맞이하였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미당 서정주 선생과 황순원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어와 한국정신의 아름다움,깊이를 심화 확산시키기 위해 제정된 미당황순원문학상은 지난 1년간 창작, 발표된 모든 중단편을 대상으로 한다. 그 해의 가장 좋은 중단편 소설에 주어지는 황순원문학상 당선작에는 5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되는데 이는 중단편 소설 한편에 주어지는 것으로 국내 최고의 상금이다. 미당문학상 수상자에게는 3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지난 1년간 발표된 시와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추천?심사위원 1백20명이 세 차례에 걸쳐 심사한 결과 최종 선정된 수상작은 최승호의 시 「텔레비전」과 방현석의 중편소설 「존재의 형식」으로 결정되었다.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한 작가의 열정과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 「존재의 형식」 「존재의 형식」은 이른바 이른바 후일담계 문학이다. 개인의 존재의 과제에서 생기는 문제점보다 역사,사회적 조건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먼저 고려의 대상으로 삼는 쪽이 후일담계 문학인 만큼, 거기에는 유형화와 그로 인한 사고의 경직성의 유혹이 함정으로 놓여 있음이 보통이었다. 「존재의 형식」에서도 이러한 유혹을 깡그리 극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가로놓여 있었다. 지난날 민주화운동의 동지들 중 정치가로 또는 현실주의자로 출세한 유형, 끝내 외길을 가고 있는 유형 등이 그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이러한 유형성이나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한 작가의 열정과 노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짙게 배어나고 있어 인상적이다. 베트남 시인 레지투이가 구사하는 언어를 통한 유연성 획득의 과정에서 이 점이 새삼 빛난다. 작품의 무대를 베트남으로 설정하고 서울과 베트남의 거리를 잴 수 있었고 영화 대본을 가운데 놓고 한국어와 베트남어의 낙차를 따지는 과정에서 후일담 문학계의 유형성과 경직성은 훌륭하게 극복되었다. 작가 방현석 씨의 개성적 자질이자 그 이상의 것이 이 작품에 충분한 무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깊은 고뇌와 담담한 자기 표현, 「텔레비전」 최승호 시인은 그와 동년배의 몇몇 시인과 더불어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중견이다. 그는 데뷔 이래 20여 년간 풍부한 상상력과 시적 재치, 그리고 현실의 환부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안목으로 우리 시의 공간을 더 넓게, 더 깊게 확장하고 심화시키는 데에 큰 몫을 해온 탁월한 시적 재능으로서, 이미 많은 독자의 기억 속에 확실한 자리를 차지한다. 미당문학상 수상작 「텔레비전」에서 “불멸을 향한 절규들”과 같은 표현은 그 자체로는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태풍으로 무너진 무덤에서 붉은 강물로 ‘뛰어든 뼈들과 울음 우는 말매미들 사이에서 그 표현은 오히려 강력한 시적 이중성(二重性)의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이중성을 바탕으로 이 작품은 하늘/강물/개울의 자연과 버려진 텔레비전이라는 폐기물 사이의 대비를 은밀하게 행한다. 사실 시의 서정은 오늘날 목가적 서정으로서 그 진실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과 기계 혹은 도시나 소비적 풍경이 새로운 서정으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진실의 개연성이며, 그것은 이러한 공존?병치의 풍경 속에서 고도의 시적 관찰과 기법을 요구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시는 역시 전통적 서정의 미덕 안에서 현실의 복합성을 수용하고, 그 전체적 풍경을 새롭게 비판해내는 능력이다. 최승호의 「텔레비전」은 이 같은 시 독자들의 희망에 근접해 있다. 이 시는 하늘과 강물과 개울을 말하면서도 그것들을 붙들지 않는다. 또한 버려진 텔레비전의 쓸쓸한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그것으로 대변되는 영상문화의 부도덕 혹은 불가피성에 대해 선적(禪的)?지적 판단을 행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문명의 피곤을 중심으로 한 시인의 깊은 고뇌와 담담한 자기 표현이 있을 뿐이다. 지난 세기에 우리 소설을 대표해온 황순원 선생과 우리 시를 대표해 온 서정주 선생의 이름으로 제정하는 문학상이 공명정대하게 운영돼 한국문학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세 번째 수상작을 배출한 황순원문학상과 미당문학상에 독자와 문단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