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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악공’, 모순적 존재
악공이라는 이름 _11 신분과 예능의 사이 _16 위대한 이름들 _25 2장 잊혀진‘ 제승구’ 유람과 악인 _36 주자와 신선을 향한 욕망 _41 3장 걸시의 욕망 시를 구걸한다는 것 _53 걸시의 이면 _62 4장 현실과 추상 현실 속의 음악-화려한 소비문화 _77 시 속의 음악-소박한 상징 _82 타자화된 꿈 _95 5장 음악을 전한 악인들 악보의 제작 _106 최고의 악보와 최고의 악인들 _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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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층이 남긴 문집기록 중 유람기는 16세기 이후 급격하게 양이 늘어나는데, 당시 유람문화가 유행처럼 퍼지면서 다양한 이들에 의해 유람기가 작성되었다. 산천을 유람하고 주자의 가르침을 체득하고자 하는 유행은 유교적 가르침의 실천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악인(樂人, 음악가)들이 수반되었다. 이때 악인은 유람에 필요한‘ 도구’로 여겨졌다. ---p.35
조선시대 시를 지을 줄 아는 사인(士人)에게 시를 부탁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데, 구시가 시를 부탁하는 주체에 대한 존중감을 갖고 있는 반면에 걸시는 의미상 그런 존중감이 없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비하의 어감도 내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걸시는 주로 신분적 하층에 속하는 이가 사인에게 시를 부탁할 때 사용되었다. ---p.52 그런데 같이 말동무를 하던 아이가 머뭇거리면서 어떤 노인 한 명을 소개했다. 노인은 아주 먼 곳에서 왔는데, 그 이름은 허롱이라 하였다. ‘저는 장악원에서 음악을 하던 옛 악사인데, 형님은 이름이 허억봉으로 장악원에서 10년을 전악(典樂, 악인의 최고 자리)을 했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흰머리와 수염을 바람에 날리면서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그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숱한 고초를 진술했다. ---p.96 악기를 배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기 스승의 악기 소리와 연주실력을 늘 최고의 수준으로 여기게 된다. 그것은 직접 배우는 위치에 있다 보니 자신이 흉내 내기 어려운 기교나 주법을 능숙하게 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고, 악기 소리 자체가 바로 앞에서 들을 때 가장 훌륭하고 섬세한 법이기에 멀리서 듣는 남의 연주보다 바로 앞에서 가르쳐 주는 스승의 악기 소리가 가장 훌륭하게 들리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 보니 악인들은 사족들에게 악기를 가르칠 기회를 얻은 경우에 사회적으로 훌륭한 음악가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그럴 때 그의 음악도 악보화되어 남겨질 수 있다. ---p.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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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에 다양한 역사를 담았다
『옛 음악가들의 삶과 욕망』을 포함한 《세창역사산책》시리즈는 작은 문고판으로 하나의 소제에 집중하고 있다. 100년 전의 유행가, 옛날 사람의 술문화, 조선시대 통행금지 등 개성 있고 독특한 소재가 특징이다. 문화가 시대의 가치관을 통해 현재로 이어졌다면 가치관은 《세창역사산책》시리즈와 같은 많은 사회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문화 속 미시역사는 과거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독자에게 흥미를 더하여 준다. 조선시대 음악가는 어떻게 살았을까? 책의 제목에서 ‘음악가’라는 말을 썼지만 좀 더 적절한 말은 악인(樂人)일 듯하다. 음악가는 독립된 인격체이자 예술적 자의식을 갖는 존재로 이해되지만, 조선시대 악인들은 대개 신분적으로 하층민이었고 그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대개 연주하는 광대, 노래하는 노비 등의 의미를 가졌다. 조선시대 악(樂)은 국가의 통치와 백성의 교화를 위한 상징이었지만, 그 악을 담당하는 악인들은 인격체라기보다는 하나의 도구처럼 다루어졌다. 그중에는 마지막까지 화려한 삶을 살았던 이들도 있고 부귀를 누린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악인의 삶은 세상으로부터 주목되지 못했고 기억되지도 못했다. 악인으로서 활동은 오랫동안 음악을 훈련받은 직업적 예인의 삶을 의미하지만, 기예의 탁월함이나 예술적 장인정신과 무관하게 그들의 삶은 늘 지식인이라는 타자의 눈에 의해 조명되고 그려졌다. 기록으로 남겨진 악인들의 삶은 언제나 타자와 이방인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