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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돌과 함께 떠나는 따뜻한 마음 여행.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로하는 동화 『말하는 까만 돌』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지호가 길에서 우연히 까만 돌을 줍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말을 걸어도 도망가거나 싫어하지 않는 새와 벌레와 이야기하며 외로이 지내던 어느 날, 지호는 하굣길에 어디 걷어찰 만한 돌이 없을까 씩씩거리다 이상한 돌 하나를 발견한다. 평범해 보이는 돌이지만 지호의 발부리에 차이자 “아얏!” 하고 비명을 지른 것! 그날부터 지호는 새와 벌레 대신 ‘말하는 이상한 까만 돌’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 속상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한다. 까만 돌은 때론 “이유 없이 왜 당하고만 있느냐”며 용기 있게 지호가 행동하기를 충고하고, 때론 지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며 지호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 과정에서 지호는 마음속에 드리웠던 상처의 그늘을 하나하나 걷어낸다. 아이의 삶이 어른의 삶과 떨어질 수 없듯 문제적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지호뿐이 아니다. 외로운 지호에게는 지호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말문을 닫아 버린 아빠가 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아이의 삶과 뗄 수 없는 어른의 삶을 잘 포착해 이야기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까만 돌의 말하는 능력을 우연히 알게 된 지호 아빠 역시, 지호처럼 까만 돌에게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한다. 어른과 아이가 모두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김혜연 동화의 힘이다. 말하는 까만 돌은 사실 들어 주는 까만 돌이 아니었을까? 화나고 속상한 마음 털어놓을 데 없는 외로운 이들 앞에 까만 돌이 나타난다! 또 다른 주인공 줄리 아줌마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으로, 아빠 친구인 철주 아저씨 부인이며 까만 돌의 원래 주인이다. 지호는 까만 돌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러 아줌마를 찾아간 날, 아줌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말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줌마 역시 까만 돌에게 이야기하며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이겨냈음을 깨닫는다. ‘말하는’ 까만 돌은 사실 ‘들어주는’ 까만 돌이었던 것이다. 지호, 지호 아빠, 줄리 아줌마, 『말하는 까만 돌』의 주인공들은 모두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을 까만 돌에게 털어놓으며 아픈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상처투성이였던 삶을 하나하나 복원해 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까만 돌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까만 돌이 필요할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지호가 까만 돌을 소나무길에 가져다 놓는 마지막 장면은 지호의 작지만 소중한 성장을 보여 준다. 작가는 속상하고 화난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까만 돌을 통해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되어 주어야겠다는 것, 그래서 외로운 사람 하나 없이 슬플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는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것, 이것이 까만 돌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까만 돌이 필요하다. “까만 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중간에 끼어들지도, 자기 생각을 말하지도, 야단을 치지도 않았다. 만일 까만 돌이 중간에 끼어들었더라면 가슴속의 도둑고양이는 다시 마루 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고양이는 햇빛 아래 온몸을 드러내고 반듯하게 서 있었다. 얘기를 하고 나니 가슴에서 돌덩이를 내려놓은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