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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신나는 시간 여행 윤태규
엮은이의 말│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어요 임길택 1부 소는 왜 자기 방에다 똥을 싸나 (사북초등학교 5학년 일기)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갔다 5학년 지성태 1살에서 4학년까지 관람 불가 5학년 김미자 원, 이래서야 되겠나 5학년 서향옥 옷에다가 오줌을 싸고 말았다 5학년 김영도 꽃이 물을 달라고 하였다 5학년 엄대영 17동에서 가장 슬픈 날 5학년 권연숙 저런 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야 5학년 임덕화 놀지 않으면 뭣하러 만들어 놨어 5학년 황재영 앉으면 살고 날면 죽는다 5학년 배정희 무서운 꿈 5학년 우종우 우리 학교가 온통 살구꽃으로 쌓였으면 5학년 허진 선생님이 우리들을 때리셨다 5학년 강원식 지옥이 더 좋아요 5학년 김미영 아저씨가 앙큼스러워서 5학년 한영희 찰흙 파 온 사람 5학년 양경애 바보가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겠다 5학년 정상교 소는 왜 자기 방에다 똥을 싸나 5학년 송순호 . . (중략) 2부 다른 사람도 얼마나 힘들까? (사북초등학교, 봉정분교 6학년 일기) 놀다 그랬는데 뭘 그래 6학년 최진숙 때리면은 더 아파서 우는데 6학년 박경하 두 신문을 돌리며 쓴 일기 6학년 전정열 고물 장수 6학년 한상용 나는 중학교에 안 간다 6학년 우명희 아버지랑 살기가 싫었다 6학년 김희도 한 번만 더 먹으라고 해 주지 6학년 이태식 옆집 애들이 돌을 던졌다 6학년 이영미 도시는 나쁘다 6학년 이미경 아버지하고 어머니하고 싸웠다 6학년 이은경 . . (중략) 3부 엉덩이가 없었으면 안 때리실 텐데 (사북초등학교, 봉정분교 5, 6학년 산문) 엉덩이가 없었으면 5학년 유승상 식빵 5학년 김미자 선생님 지갑 5학년 최은희 싸움 때문에 5학년 김복순 플라스틱 몽둥이 5학년 구윤회 열 번 쓰기를 세 번 쓰기로 5학년 임덕화 선생님 5학년 엄진영 자랑하기 5학년 라현숙 화장품 5학년 김미자 지루하던 날 5학년 리미정 학교길 5학년 허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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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8월 21일 토요일
「1살에서 4학년까지 관람 불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니 언니가 언제 일어났는지 숙제를 하고 있었다. 나는 “벌써 일어났네.” 하고 말하니까 언니가 “응.” 하고 대답했다. 나는 “그래.” 하며 밖으로 나와 토끼풀을 꺼내 주고 마루에 앉아 신문을 보았다. 그런데 영화 나오는 것을 보니 꼭 뭐가 ‘연소자 관람 불가 국민학생 관람 불가’라고 거진 이렇게 씌어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없었다. 우리가 안 보는 것이 좋아서 그렇게 써 놓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만 써 놓으면 내 마음이 얼마나 편할까? ‘1살에서 4학년까지 관람 불가’ (5학년 김미자) 1985년 1월 24일 목요일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학교에 갔다 와서 빌려 온 책을 읽었다. ‘몽실 언니’, 슬프면서도 재미있었다. 책을 드니 책에서 눈을 떼기 싫었다. 시간은 참 잘 갔다. 세 시간 동안 읽었다. 저녁 연기 냄새가 나도 계속 읽었다. 몽실 언니가 울 때면 나도 울고, 괴로워할 때면 더 큰 소리로 울었다. 내가 울었다면 다들 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난 정말로 울었다. 그것도 소리 내서 말이다.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모든 사람이 다 잠든 것 같다. 눈을 감아 봤다. 몽실 언니가 보인다. 얼굴이 참 이쁘다. (6학년 김숙희) 「아버지 모습」 우리 아버지는 인물도 잘생기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엄마보다가는 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번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방에 있으면 밭에 있고, 내가 밭에 가서 같이 하려고 하면 벌써 다 하고 다른 밭에 간다. 나는 매일 아버지와 숨바꼭질한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불쌍하다. 남들은 술도 먹는데 우리 아버지는 술도 안 먹고 일을 더 많이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일하는 것을 즐겁게 하신다. (6학년 함정옥) 1984년 5월 14일 월요일. 맑음. 「큰 소는 송아지에게 젖을 주고는 순해졌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니 아버지께서 소가 새끼를 놓는다고 했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연재네 집에 갔다 오니 송아지는 태어났다. 큰 소는 송아지를 혀로 핥고 아버지는 발톱을 까 주고 할아버지는 소금으로 이빨을 닦아 주었다. 큰 소는 또 송아지가 걸어가라고 뿔로 받았다. 송아지는 조금씩 걸어갔다. 송아지가 젖을 먹으러 가니 큰 소가 발로 찼다. 송아지가 저기 가서 넘어졌다. 아버지가 송아지에게 젖을 주려고 하다가 큰 소 발에 채였다. 큰 소는 송아지에게 젖을 주고는 순해졌다. (6학년 장승주)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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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어릴 적엔 어떻게 지냈어?”
여기 묶은 글들은 1980년대 초에 쓰여진 글들입니다. 그때 이 글을 썼던 아이들은 지금쯤 40대가 되었겠지요. 거꾸로 보면 이 책은 지금 초등학생 아이를 둔 대다수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로 가는 타임머신인 셈입니다. 이 타임머신에 올라타면 부모님은 어릴 적 몽실몽실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아이는 언뜻 상상하기 힘든 엄마 아빠 어릴 적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읽으면서 궁금해하는 내용과 말뜻 들을 부모님이 알려주면서 함께 읽는다면, 더 재밌고 유익한 읽기가 될 거예요. 임길택 선생님, 그리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줄 알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자기 시간을 아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면 그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의 글이 우리에겐 필요한 탓이지요. (…) 마음먹은 대로 일을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쓴 글을 여러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세요. 이 세상에 시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엮은이의 말’에서) 임길택 선생님은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스무 해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9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순박한 아이들 모습이 그대로 담긴 동시와 동화 들을 여러 편 남기셨지요. 자기만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글을 쓸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이끌었습니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그러한 자기 삶을 꾸밈없이 진심으로 써내려가면 저절로 좋은 글이 나온다고 일러준 것입니다. 그 결과로, 지난 2006년에 아이들 시 모음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보리)가 나란히 출간되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책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는 그 세 번째 열매입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쓴 일기와 산문을 모았습니다. 시 모음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들 모습으로 찡한 감동을 주었다면, 일기와 산문 모음은 거기에 유쾌한 재미까지 더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많이 공감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살아 있는 글’ ‘삶을 가꾸는 글’이 어떤 것인지 익히게 됩니다. 나아가 스스로 그러한 일기를 써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일, 공부, 놀이가 다르지 않은 아이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도무지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날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딱지 먹기, 구슬치기, 잠자리 잡기, 나만의 꽃밭 가꾸기, 외양간 소똥 치우기, 엄마 시집오던 날 이야기 듣기, 다락방에서 자기, 밤 따러 가기, 노래 불러 황새 쫓기, 소 대신 밭 갈기, 경운기에 누워 별 구경 하기, 새벽밥하기, 신문 돌리기, 냉이랑 달래 캐다 시장에서 팔기, 만들기 찰흙 직접 파 오기, 고물 장수 돕고 엿가락 얻어먹기, 소가 새끼 낳는 모습 보기, 송아지랑 식구처럼 정붙이기, 동네 얼음판에서 썰매 타기, 버들가지로 고기 잡기, 달 보면서 할머니한테 옛이야기 듣기……. 굉장하지요? 그 옛날 산골 마을, 탄광 마을 아이들한테는 일과 놀이와 공부가 매한 가지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을 함께하고, 그게 힘은 들지만 때로 놀이가 되고, 그만큼 재미도 보람도 남달랐지요. 어릴 적부터 입시 공부로 내몰리는 요즘 아이들한테는 먼 얘기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나마 쉬는 시간이 생겨도 게임밖에 할 게 없는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낯설지만 따뜻한 이 동무들을 만나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