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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ve Marika Jan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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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들은 이제 없어. 난 속았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잠시 느긋하게 쉬러 간 것뿐이라고 생각해.” 스너프킨은 보온병을 꺼내서 커다란 컵 같은 그릇 두 개에 홍차를 가득 따랐어요. 그리고는 말했어요. “거기 설탕이 있어. 무민 가족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야.” 훔퍼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어요. “그게 언젠데! 엄마 무민은 당장 돌아와야 해. 내가 만나고 싶은 건 엄마 무민뿐이야.” 그럼블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쿠션에 몸을 푹 묻었어요. “말해 두겠는데,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말아 줘. 나는 잔치를 열어 주기 전에는 절대로 기분이 좋아지지 않아…….” 헤물렌이 말했어요. “할아버지의 장화를 벗겨 드려, 훔퍼. 배가 아플 땐 맨 먼저 장화를 벗겨야 해.” 훔퍼는 그럼블 할아버지의 장화 끈을 풀어서 벗겼어요. 그랬더니 한쪽 장화 속에 꾸깃꾸깃해진 하얀 종이가 들어 있지 않겠어요? 훔퍼가 종이를 꺼내자, 스너프킨이 소리쳤어요. “편지다!” 그리고는 편지를 조심스레 펴서 읽었어요. 토프트가 쭈뼛거리며 말했어요. “아마 아빠 무민은 예전 그대로의 나무 위에 있는 걸 더 좋아할 거야.” 헤물렌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말도 틀린 건 아냐. 그편이 훨씬 아빠 무민의 마음에 들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 그리고 나는 석유등을 매달 못도 박을 수 있어. 하지만 나뭇가지에 매다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좋을지도 모르지.” 셋은 커피를 마시러 집 안으로 들어가 찻잔 받침까지 받치고 사이좋게 커피를 마셨어요. “사람은 불행한 일이 있으면 관계가 점점 깊어지는 법이야.” 헤물렌이 진지하게 말하며 커피를 저었어요. “그런데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지?” 훔퍼 토프트가 말했어요. “기다리는 거지.”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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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가족이 떠난 무민 골짜기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무민 가족들은 언제나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맛있는 음식과 포근한 잠자리로 반갑게 맞습니다. 무민 골짜기에서의 하루가 즐거운 것은 무민 가족의 따뜻한 환대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민 가족들이 골짜기를 떠나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 버렸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손님들은 맞아 주는 이 하나 없는 무민 집으로 찾아옵니다. 무민 가족이 떠난 무민 골짜기에는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스너프킨, 그럼블 할아버지, 헤물렌, 밈블 언니, 필리정크, 훔퍼 토프트는 텅 빈 집에서 무민 가족을 기다리며 시끌벅적한 일상을 보냅니다. 헤물렌이 필리정크에게 자꾸 명령을 내리려고 해서 다투게 되고, 훔퍼 토프트는 밈블 언니와 필리정크가 하는 엄마 무민에 대한 험담을 전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럼블 할아버지는 조상님의 말벗이 되고 싶지만 조상님은 단 한 번도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고독을 사랑하는 스너프킨은 무민 가족과는 전혀 다른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친구들 때문에 너무나 피곤합니다. 그러나 손님들은 다 함께 무민 집을 청소하고 나누어 먹을 식사를 준비하며,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집니다. 그럼블 할아버지의 억지가 계기가 되어 손님들은 무민 가족과 자신들을 위해 가족만찬을 엽니다. 즐거운 만찬을 보내고 대청소까지 합심해서 마친 손님들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집에 남아 무민 가족을 기다리기로 한 훔퍼 토프트를 제외한 다른 손님들은 모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 책이 흥미진진한 모험이나 획기적인 사건 없이도 재미있게 읽히는 까닭은 작은 생물들이 사랑하고 다투고 이해하고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문제를 안고 찾아온 손님들 이 책에는 무민 가족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무민 골짜기의 다른 친구들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무민 골짜기에 찾아든 손님들은 모두 특이하고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저마다 한 가지씩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이 긴만큼 기억할 것이 너무 많은 나머지 그럼블 할아버지는 자기 이름조차 잊어버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수많은 가족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과 사건들에서 벗어나 휴가를 즐기기 위해 무민 골짜기를 찾아옵니다. 필리정크는 청소 공포증과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에 시달리다 못해 이웃을 찾아가 즐겁게 지내려고 합니다. 훔퍼 토프트는 직접 대화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상냥한 엄마 무민을 매우 좋아해 무민 골짜기에 찾아옵니다. 스너프킨은 방랑길에 올랐다가 다섯 가지 노랫가락이 떠오르지 않아 무민 골짜기로 돌아옵니다. 헤물렌은 멋진 요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겁이 지나치게 많아 한 번도 요트를 타 보지 않았습니다. 손님들은 모두 자신의 일상에서 회의를 느끼는 순간 무민 골짜기를 떠올립니다. 만나고 싶어 했던 무민 가족은 손님들이 떠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님들은 즐거움과 원하던 휴식을 얻은 채 돌아갑니다. 저마다 다른 성격과 생활 방식 때문에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된 까닭입니다. 이렇게 치밀하게 설정된 캐릭터들의 일상은 인간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보여줍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까닭은 아름다운 세계로부터 위안과 휴식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유머와 재치, 광활한 자연을 동시에 전하는 그림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토베 얀손은 북유럽의 척박하고 사나운 자연을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합니다. 겨울이 길고 혹독한 핀란드처럼 무민 가족이 살고 있는 무민 골짜기는 겨울이 되면 엄청난 추위에 휩싸이며 모든 것이 눈 아래 파묻혀 버립니다. 책 곳곳에 묘사되는 거칠고 사나운 바다와 기기묘묘한 식물이 가득한 숲을 보며 저 멀리 북유럽의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세밀하고 섬세한 배경과 대조적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캐릭터들에는 저마다의 성격과 특징이 뚜렷이 살아 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캐릭터들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청소 공포증을 극복하고 나서 필리정크가 다시 즐겁게 청소를 하는 모습이나, 요트를 처음 타고는 겁에 질린 헤물렌의 표정처럼 유머러스하고 재치가 번뜩이는 삽화는 절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