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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맛깔나는 우리 밥상, 사랑이 깃든 우리 음식 묵구제비 아기씨 마음과 마음을 잇는 시간 한양을 떠나 외갓집으로 장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꽃국수 먹는 봄 한여름의 복달임 도토리나무 숲의 노래 진흙투성이 공덕비 꽹과리 소리, 징 소리, 하늘에 외치는 소리 허수아비 시위대 가난뱅이 죽 잔치 마음을 녹이는 죽 한 그릇 다시 찾아온 봄 할아버지의 비밀 편지 길수의 선택 사랑의 오색 꽃송편 다시 도토리나무 숲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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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꽃지짐 해 먹으려고 온 거야?”
연이가 묻자, 아이들이 멀뚱멀뚱 쳐다봤다. 길수가 당황하며 나직이 속삭였다. “얘들은 꽃 따 먹으려고 온 거예요. 춘궁기잖아요.” “무어? 꽃으로 배를 채운다고?” 홍이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꽃으로 배를 채운단 말인가? 얼마나 굶었기에 먹을거리를 찾아 산으로 온단 말인가? 홍이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얼굴이 부옇게 떠 있었다. --- pp. 45~46 “지난봄에 빌렸던 곡식을 내일까지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때문에 숨이 막힙니다. 이리저리 곡식을 구하러 다녔지만 도무지 구할 수 없었고요. 하도 분하고 억울해서 그만 일을 벌인 것입니다.” 환곡은 봄철 식량이 떨어졌을 때에 나라에서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추수하면 돌려받는 제도였다. 그런데 탐관오리들은 돌이나 쭉정이가 든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이자와 함께 돌려받을 때에는 품질 좋은 곡식만 가져갔다. 어떤 악독한 관리는 빌려주지 않은 곡식을 빌려준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그리고 곡식을 갚지 못한 사람에게 재산이나 가축을 빼앗고 관노비로 만들기도 했다. “장터에 붙은 방을 보지 못했는가? 임금께서 환곡을 미뤄 준다고 하셨네.” “그건 임금의 뜻일 뿐이지요. 탐관오리의 횡포는 줄지 않습니다. (…)” --- p. 80 “맹 사또는 임금님의 명대로 환곡을 미뤄 주시오!” 홍이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김 서방과 함께한 사람들을 풀어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꽹과리를 두드리며 한양에 가겠소. 궁궐 앞에 엎드려 사또가 한 일을 낱낱이 아뢰겠소!” 길수도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꽹그랑꽹꽹꽹, 꽹그랑꽹꽹꽹! 징~! 징~! ‘하늘이시여! 고을 수령이 귀를 막고 있으니, 부디 백성의 억울한 사연이 한양의 임금에게 가닿게 해 주소서.’ --- pp. 8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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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쟁과 허수아비 시위대로 세상에 외치다
“그러니 욕심 부려선 안 돼. 누군가 독차지하려고 들면 되겠어? 굶주리는 아이들도 많은데 말이야. 언니, 난 식탐을 고칠 거야. 묵구제비에서 벗어날 거야.” _본문 중에서 한양에서 편안하게 살았던 연이와 홍이는 구봉마을에서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갑니다. 특히 홍이는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아픈 연이를 위해 요리하지요. 그러다가 구봉마을을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는다고 배고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욕심 많은 탐관오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환곡의 이자를 뜯어내고 있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가난할 수 밖엔 없었습니다. 참혹한 가난의 모습을 보게 된 자매는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탐관오리에게 대항을 합니다. 홍이와 길수는 꽹과리와 징을 치며 탐관오리의 잘못을 외쳤고, 연이는 허수아비 시위대를 만들어 탐관오리에게 맞서지요.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 함께 잘 살기 위해 힘을 내게 됩니다. 귀하고 천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양반이든 상민이든 노비든, 사람은 모두 하늘 아래 공평하고, 위태로운 생명을 구하는 것 이 사람의 도리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_본문 중에서 이 작품에는 연이와 홍이 자매 외에 길수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길수는 워낙 총명하여 귀동냥으로 글을 배운 종이지요. 길수는 남들의 고통에 같이 아파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연이와 홍이 자매와 뜻을 함께하는 든든한 벗입니다. 그런 길수가 최 진사에겐 눈엣가시입니다. 옳은 일도, 옳은 생각도 너무 앞서면 오해받기 쉬운 일인 터. 최 진사는 길수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길수의 어마어마한 비밀이 드러나는데……. 함께 나누는 삶 『격쟁을 울려라!』는 환곡의 폐해와 불합리한 신분 제도 등 조선 후기의 사회 문제를 알 수 있는 동화입니다. 작가는 이 묵직한 주제를, 음식과 함께 풀어냈습니다. 여름의 별미를 먹기 위해 꽃을 따러 간 양반집 자매와 꽃으로나마 배를 채우려는 평민 아이들의 만남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배고픔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홍이는 아이들을 집으로 부르고 그때부터 함께 나누는 것의 마음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환곡의 굴레와 벗을 수 없는 가난, 신분 제도의 불합리성 등은 어떻게 보면 현대의 우리에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 문제들입니다. 작가는 어떤 것보다 우리에게 밀접한 먹는 것과 이 문제들이 엮었지요.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백성이 먹는 음식, 양반이 먹는 음식, 임금이 먹는 음식이 달랐거든. 다 같이, 공평하게 나누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라고요. 햇볕이 내리쬐어도 빛이 들지 않는 깊숙한 그늘에 있는 이들을 보고 절망하기보다는, 자신의 햇볕을 나누어 주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작품 속에서 홍이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음식은 생명에서 생명으로 전하는 나눔이며 희생이라고.’ 모두가 함께 배부르길 바랐던 아이들의 노력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 작가의 말 맛깔나는 우리 밥상, 사랑이 깃든 우리 음식 음식 만드는 일은 참 어려워요. 다행히 나는 먹는 게 취미라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많아요.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도 자주 보고, 그 음식들을 따라 하곤 하지요. 어느 날, 호박을 송송송 썰 때였어요.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호박을 먹었을까?’ 또 고구마를 찔 때면 ‘고구마는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을까?’, 고추장 비빔밥을 먹을 때면 ‘고추장을 먹은 임금님도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한번은 텔레비전에서 커다란 고깃덩이를 지글지글 굽는 걸 보았어요. ‘와, 맛있겠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저런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없지.’ 엉뚱한 내 생각은 상상의 넝쿨이 되어 뻗어 나갔어요. ‘옛날에는 음식에도 신분 차별이 있었어. 백성이 먹는 음식, 양반이 먹는 음식, 임금이 먹는 음식이 달랐거든. 다 같이, 공평하게 나누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이렇듯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이 작품으로 태어났어요. 조선 시대 장계향이 쓴 한글 요리책 『음식디미방』과 빙허각 이 씨가 쓴 생활 백과 『규합총서』의 요리법을 바탕으로 삼았고, 조선 시대 실학자인 정약용의 『목민심서』로 맛을 보탰지요.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정성껏 차린, 맛깔나는 이 밥상을 여러분과 나눠 먹고 싶어요. 꼭꼭 씹고 천천히 맛을 즐겨 보세요. 동화 속 친구 연이, 홍이, 길수와 함께 음식에 깃든 사랑을 엿보면서 말이에요. 참, 고추장을 즐겨 먹은 임금님은요, 조선 시대 영조예요. 그렇다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젊은 임금은 누구일까요? 더불어 내가 궁금해했던 호박이나 고구마에 대한 답은 여러분이 찾아보세요. 시원한 수박을 와작와작 먹으면서 박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