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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마음만 먹으면

[ 양장 ] 트리플-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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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68g | 116*182*11mm
ISBN13 9788954447157
ISBN10 8954447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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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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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뻣뻣하게 굴다가는 이번처럼 비싼 값을 치르게 될 거라는 메시지였다. 너 같은 생짜배기는 많았다. 그런 식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개인적 공명심으로 법을 휘두르지 마라. 아무리 애써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 p.10, 「곤희」

실내는 서늘했다. 습관인 것 같았다. 손수건은 잘 다림질되어 있었다. 다림질해 접은 게 아니라 접어 다림질했다.
--- p.11, 「곤희」

함께 있는 동안 알게 된 거지만 곤희는 자신의 불행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어쩌면 그런 교환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몰랐다.
--- p.18, 「곤희」

“원했어, 원했다고 생각해?”
“원했다고 생각해요.”
두 눈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피곤이 몰려왔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좀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 p.33, 「곤희」

꼬막. 나는 매번 쓸모없어지고 마는 세이프워드를, 우리가 지었고 그가 허문 룰을 다시 한번 말했다. 아직. 선배는 아직이라고 했다.
--- p.36, 「곤희」

병동 사람들은 그 여자를 피자언니라고 불렀다. 자기는 환자가 아니라고 믿는, 자기만 환자가 아니라고 믿는 모든 환자들을 비롯해 의사와 간호사, 보호사, 방문객까지.
--- p.45, 「마음만 먹으면」

그 애는 짧고 통통한 손가락을 꼽아가며 유치원에서 배워 온 F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주워섬겼다. “패밀리…… 플라워…….”
“또?”
아이가 히죽 웃었다. “퍽 유.”
--- p.49, 「마음만 먹으면」

나는 불행과 우연히 충돌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연에는 이유가 깃들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기억이 쫓겨나며 많은 것을 데리고 갔다.
--- p.56, 「마음만 먹으면」

마음만 먹으면. 그게 얼마나 허망한 말인지 나는 이제부터 수도 없이 배울 터였다.
--- p.70, 「마음만 먹으면」

내가 아는 한 마음은 단수형이 아니었다. 하나로 온전했던 게 부서진다기보다는 바투 분분했던 게 흩어지는 쪽에 가까웠다. 그 편이 덜 아프다는 건 축복이었다.
--- p.72, 「마음만 먹으면」

호아는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잠시만 하엘이를 돌봐줘.” 호아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 p.81, 「새끼돼지」

하엘은 사촌형부 내외의 자식들과 함께 자라며 오랜 세월 눈칫밥을 먹은 것 같았다. 누군가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아예 제 존재감을 지운다는 인상이었다.
--- p.83, 「새끼돼지」

파인애플은 식탁 위 접시들 사이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수빈이 떠먹여주는 투명한 밥을 받아먹으며. 수빈은 이제 파인애플 인형을 하엘과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고 믿었다.
--- p.91, 「새끼돼지」

만약 베트남으로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촌형부를 손봐줄 것인지. 하엘의 의사는 확고했다. 사실 그 질문을 통해 내가 알고자 한 건 복수 여부가 아니었다. 하엘이 엄마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아닌지였다.
--- p.99, 「새끼돼지」

“닥쳐.” 그가 말했다.
“그래.”
나는 부엌 불을 끄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부엌으로 나와 어둠 속에서 그를 두들겨 팼다.
우리의 불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수빈이었다.
--- p.101, 「새끼돼지」

그다음 일들은 오로지 시간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산주는 언제나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기보다 자신이 무언가를 하리라는 것을 아는 쪽이었다. 그 애에게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 p.112,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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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의 소설은 팽팽하다. 인물들이 맺고 있는 관계 혹은 어느 장면이라도 늘어져 있는 경우는 없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은 양쪽의 존재감이 서로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있고 그렇게 당겨진 팽팽한 표면 위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흐른다. 인물들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를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란한 다툼이나 노골적인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살짝 건드려지는 예민한 신경, 폭발하기 직전의 긴장감, 오랫동안 억눌리면서 부풀어진 욕망, 천천히 증폭되는 의심과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는 않는 거짓말, 그리고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결정적인 한마디. 말하자면,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
- 인아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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