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날 뭐라고 부를 거야? 나는 널 뭐라고 부르면 돼? 천준형 작가가 던지는 날카로운 인생 질문 네 이름은 뭐니? 수많은 이름을 가진 명태가 묻다 여기 아주 재미있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흔히 그를 ‘명태’라고 불러요. 명태는 한 가지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때는 모두 그를 ‘명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어부가 놓은 그물에 잡혔더니 갑자기 ‘망태’라고 불러요. 그물이 아니라 낚시로 잡히면 ‘조태’라고 부르고요. 이런 상황들이 명태 입장에선 다소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잡혀서 수산 시장으로 옮겨 갔더니 다른 물고기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와중에 명태의 이름은 또 바뀝니다. 싱싱하고 맛 좋은 ‘생태’라고 적힌 종이가 앞에 떡하니 놓여 있지요. 그러다 꽁꽁 얼려서 냉동 상태가 되면 이번엔 ‘동태’라고 쓰여 있어요. 색깔에 따라서도 이름이 바뀌는데, 속이 노란색일 땐 ‘황태’, 껍질이 검다고 ‘먹태’, 흰색이면 ‘백태’라고 붙여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코를 꿰어서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가 되고, 바싹 말리면 ‘북어’, 그것보다 훨씬 바짝 말리면 ‘깡태’가 되어 버립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명태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까지 마지막에 등장하지요. 투정 섞인 이름 소개가 끝난 명태는 이제 우리의 이름을 묻습니다. “너는 날 뭐라고 부를 거야? 나는 널 뭐라고 부르면 돼?” 천준형 작가는 독자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슬며시 비켜줍니다. 《뭐라고 불러야 해?》는 내가 불리던 이름들은 무엇이었으며, 그렇게 불리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가만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
제가 맛있게 먹는 '북어국'의 '북어'가 부모님게서 맛있게 드시는 '코다리찜'의 '코다리'가 또 다른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걸 이 그림책을 통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리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태, 명태, 북어, 코다리, 백태, 먹태, 생태, 망태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리 주변의 물고기를 가지고 단백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서 작가님의 발상이 신선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오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여러 이름으로 불리듯이 나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따뜻하게 많이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는 누군가에게는 아내, 누군가에게는 딸,
누군가에게는 친구, 누군가에게는 며느리, 누군가에게는 외숙모, 누군가에게는 여행님(독서동아리 필명), 누군가에게는 언니로 살고 있는데 더 다양하게 이름이 불릴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저의 모습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이름을 불리우고 불러주는 행동은 누군가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해 주는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줄 수 있도록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 서평단으로 달그림, 노란돼지 출판사의 책을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