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주는 감동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 개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책을 읽으면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꿈을 꿀 수 있다. 책은 각박한 현실에서 도피처와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고 더 강해져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이론과 논리뿐만 아니라, 남다른 감성과 감각을 가진 조직과 개인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감성 시장의 시대다. 동서고금의 문학작품은 인생 항로 곳곳에 서 있는 감성의 등대다
---「1부 ‘순서 바로잡기’」중에서
앞으로 인류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인간’과 ‘과학기술이 낳은 성과물과 빅데이터에 좌우되고 조정되는 인간’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인간이라는 생물학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의 발달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책 읽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면서 미래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하며, 그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방법을 꾸준히 탐색해야 한다.
---「1부 ‘앞으로의 세계’」중에서
아웃사이더outsider는 내부자를 의미하는 인사이더insider와 구별되는 인간형으로, 국외자 또는 이단자를 뜻한다. 타의에 의해 어떤 집단에 동화되지 못하거나 배척되는 경우는 소극적, 수동적 아웃사이더이고, 소속 집단의 규칙이나 질서에서 스스로 벗어난 경우는 적극적, 능동적 아웃사이더이다. 과거 악동들이 비밀 본부를 만든 것, 요즘 아이들이 캠핑 가서 텐트를 치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지내는 활동 등은 잠시나마 적극적 아웃사이더가 되어 보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콜린 윌슨은 그의 저서 『아웃사이더』에서 카뮈의 『이방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에 나오는 작중 인물들과 니체, 반 고흐 같은 실제 인물들을 아웃사이더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 아웃사이더들은 지루하고 불만족스러운 일상의 세계를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그들은 억압과 감시 감독, 일방적인 지시를 견디지 못했다. 그들은 일상이 따분하게 되풀이되는 것은 고역이며 노예들에게나 알맞다고 느꼈다.
모든 위대한 시인들이나 사상가들은 이 감정을 문학과 철학적 사색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아웃사이더들은 체제 안의 순응자인 인사이더들이 보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지배 질서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조롱했다. 능동적, 창조적 아웃사이더들은 인간성의 폭과 깊이를 넓혔고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이상향을 창조했다.
---「2부 ‘창조적 아웃사이더’」중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광장의 ‘같이’와 밀실의 ‘따로’는 둘 다 필요하다. 대부분 사람은 때로 고독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며 창조적 에너지를 생산할 필요를 느낀다. 그 순간 사적인 공간을 갈망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을 가족 모두가 함께 기거하는 공동거실에서 집필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여성에게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주어지면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물리적, 심리적인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혼자 돌아다니며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숲이나 모래톱에 친 텐트 속에서 혼자 빈둥거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유소년 시절, 자기만의 다락방에서 자유롭게 공상하며, 자신을 달래고 치유하는 법을 터득한 아이는 지적 호기심과 모험심을 평생 유지할 수 있고, 삶의 과정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무기력의 포위망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으며, 일상을 자신 있게, 자율적으로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2부 ‘천천히 서둘러라’」중에서
‘필연은 문명의 어머니이고, 여가는 문명의 유모’라고 토인비는 말했다. 대부분의 가정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물질적으로 풍족해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체계적인 여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예술을 향유하고,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소양과 인문적 교양이 결여된 상태로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 후 갖게 되는 여가를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을 다 용납해 준다고 했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은 별 죄의식 없이 방종과 퇴폐적 생활에 빠져든다. 그렇지 않으면 극심한 취업난으로 의미 없는 스펙 쌓기에 진을 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유시간과 여가를 사용하는 방법에 의해 공동체의 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가는 교양의 기초’라고 했다. 청소년기에 여가 선용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어른이 되고 나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미 많은 가정에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3부 ‘여가’」중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감성, 창의력, 상상력 등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시를 읽고 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조만간 맞이하게 될 노동 없는 시대 또는 노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시대에 의미 있고, 가치 있고, 재미있고, 창조적인 삶을 살길 원한다면 청소년기에, 아니 인생의 어느 시기든 상관없이, 반드시 시를 읽고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3부 ‘왜 시를 읽고 써야 하나’」중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한 달에 시 한 편 암기하기를 생활화하면 내 아이를 천재로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을 맹목적으로 암기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 같지만, 시 암기는 다르다. 외워서 읊조리는 ‘암창暗唱’을 자주 하면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나는 경험을 통해 단언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시 100여 편을 암기하면 은유의 대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문학적 감수성을 타고난 아이는 시인이 될 수도 있다. 시 창작 교실에서 시 쓰는 요령과 기교를 배우는 것보다는 좋은 시를 암기하는 것이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을 훨씬 높여 준다. 시 읽기와 암기는 아이의 머리와 가슴, 뼛속에 은유라는 생각의 도구를 깊이 심어주는 것이며, 창의력 배양을 위한 지적 근력을 강화해 주는 것이다.
---「4부 ‘시 읽기, 암기하기, 쓰기’」중에서
격려와 악담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 아직도 꾸중과 간섭이 자녀를 분발하게 하는 특효약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위기를 들먹이며 남을 통제하려는 사람들에게서는 남을 설득하려는 진지한 노력과 고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위기론은 일종의 폭력이다. 위기론의 무자비한 횡포 앞에서 여린 아이들은 위기 극복의 의지를 갖기보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기력해지기가 쉽다. 위기론 속엔 가학성과 잔인함이 깃들어 있다. 불안감은 인간의 모든 잠재 능력을 파괴하고 영혼을 병들게 한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칭찬과 격려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아난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면 신기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들이 쉽게 해결된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5부 ‘자녀 양육,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조화’」중에서
어떤 일에서든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비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적인 희열과 그것이 주는 충만감이 가장 가치 있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젊은 날 경험으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 젊은 날의 독서란 저수지에 물을 가두는 것과 같다. 장마철에는 이 골 저 골에서 많은 물이 흘러들어 와야 한다. 흙탕물이라도 상관없다. 세월과 더불어 정화되기 때문이다. 여름날에 가득 채워 놓으면, 가을이 되면 스스로 깨끗해져서 맑은 물이 된다. 이때 수로를 따라 나오는 물은 여름날의 그 흙탕물이 아니다. 그 호수만이 가지는 독특한 향기와 깊이를 가진 물이 된다. 젊은 날 나의 머리와 가슴에 가득 채운 내용물은 세월과 더불어 나만의 것으로 숙성되고 발효된다.
---「8부 ‘젊은 날의 독서’」중에서